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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첫째 주 이주의 싱글 - 오마이걸, 코스믹보이, ph1
이주의 싱글
새침하던 분위기는 승희와 효정의 프리코러스와 오마이걸 특유의 의성어 코러스를 통해 본연의 상큼 발랄로 회귀한다. (2022.01.06)
각고의 노력으로 치열한 3세대 걸그룹 전쟁에서 살아남은 오마이걸은 '살짝 설렜어', 'Dolphin', 'Dun dun dance'의 연이은 성공으로 생존을 넘어 왕위를 꿈꾸게 되었다. 국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이들은 가열한 일본 활동과 더불어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와의 협업으로 영향력을 확대한다.
욕심쟁이, 전문가 등의 속뜻을 지녀 여러 가지 해석을 자아내는 신곡은 오마이걸을 상징하는 발랄함에서 살짝 비켜난 성숙한 모습으로 콘셉트의 변화를 암시한다. 멜로우한 건반 사운드에 슬며시 껴드는 베이스와 펑키(Funky) 기타가 매끄럽다. 정제된 세련미는 알앤비 프로듀서 콜드의 솜씨. 최근 다양한 곡에 참여하며 무르익은 역량을 드러냈다.
새침하던 분위기는 승희와 효정의 프리코러스와 오마이걸 특유의 의성어 코러스를 통해 본연의 상큼 발랄로 회귀한다. 랩 파트의 존재감이 미약하나 전체적으로 멤버들의 개성을 잘 살린 구성. 최근 히트작들의 압도적 잔상을 잇지 못하지만, 안정 궤도에 오른 걸그룹의 여유로움이 묻어나오는 곡이다.
사랑에 관한 오랜 고민은 외로움으로 맞닿는다. 2019년 프로듀서 코스믹보이가 발표한 'Can I love?'에선 두 남녀가 앨범 아트를 채웠던 것에 비해 그 뒷이야기인 'Alone'의 이미지 속엔 침대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이별 전에는 서로의 존재 의미에 항상 의문을 품었지만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가 지난날의 추억을 소환해 스쳐 간 줄만 알았던 인연에 대한 미련을 키운다.
몽글거리는 사운드와 듀엣이라는 구성 자체엔 변화가 없다. 다만 곡을 주도하는 뮤지션 둘이 유라와 미고에서 쏠과 다운으로 바뀌었다. 알앤비 보컬 쏠은 맑은 음색에 중저음과 공기를 섞어 애절함을 끌어올리고, 차분하면서도 담백한 다운의 읊조림은 감정 전개를 보조하며 쏠과 호흡을 맞춘다. 익숙한 작법임에도 쓸쓸한 노랫말을 포근히 감싸 안는 트랙, 세 사람 모두에게 상징적인 겨울 하모니로 남기 충분하다.
피에이치원의 겨울왕국엔 외로움이 군림한다. 작년 한 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폭넓게 협업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 그가 2018년 'Communicate' 이후 후디와 다시 한번 합을 맞췄다. 3년 만에 힘을 모은 듀오의 연말은 온기와 낭만이 사라진 지 오래다.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기타 리프가 건축한 알앤비 넘버엔 소울 넘치는 사색과 고독감만이 서려 있다. 계절감 가득한 멜로디에 부드러운 랩을 얹어 어긋난 관계와 결별을 노래한 이들의 동계작전은 쓸쓸한 감정을 증폭한다. 완급 조절에 능한 멀티플레이어 래퍼와 적재적소에 존재감을 발휘한 싱어, 그리고 힙합 레이블 AOMG의 범용성이 빛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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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