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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경희의 첫 소설집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인터뷰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이경희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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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경희의 첫 소설집인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에서는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2022.01.05)

이경희 작가

작가 이경희의 첫 소설집인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에서는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고리타분한 시대 관습을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로 그려낸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으로 가볍게 출발해, 「우리가 멈추면」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고,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에서는 현실의 문제들을 거대한 메타포로 치환한다. 「바벨의 도서관」과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은 SF가 가진 온갖 상징들을 풍부하게 녹여낸 전형적인 장르물이다. 표제작이자 가장 마지막에 자리 잡은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에 이르러서는 SF가 갈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들을 과감하게 돌파하며, 이야기라는 그릇이 담아낼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세계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새해가 밝았어요. 올해 첫 소설집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가 출간되었는데요. 독자분들에게 새해 첫 인사와 함께 책 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경희입니다. 2022년 새로운 한 해가 덜컥 시작되었네요. 올 한 해 상냥하고 다정한 일들이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쩌다보니 새해 초부터 새 소설집을 갖고 인사드리게 되었어요.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는 저의 대표작 중단편들을 엮은 소설집인데요. 제가 사랑하는 한국 SF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 권으로 체험하실 수 있도록 여러 장르를 한데 엮어본 책이에요. 그간 제가 선보였던 긴 호흡의 장편들과는 다른 리듬의 작품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는 오색찬란한 우주의 빛깔을 잘 흡수한 소설집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현란하고 다채롭지만 조화로운 한 권의 책이 탄생한 것 같은데, 여섯 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소개해 주세요.

아무래도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가 가장 마음에 남아요. 작가의 말에도 밝혔듯, 이 작품을 쓰고 너무나 만족스러워서 한동안은 다른 글을 쓰지 못해도 좋다고 생각했을 정도였거든요. 홀린 듯 이틀 만에 완성한 작품이에요.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거의 쉬지 않고 썼던 것 같아요. 마지막 문장을 쓸 때의 상실감이 생생해요. 글 속 세계에서 몇 년간 살다가 튕겨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정말로 그런 미래가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이경희라는 사람이 읽고, 보고, 써온 SF의 모든 요소들을 종합한 작품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사랑하는 SF의 요소들, 그동안 제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테마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까지 제 SF 세계의 전체상을 청사진으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동시에, 제가 집착하는 테마 중 하나인 외로움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극단까지 인물들을 밀어붙여보고 싶었고요.

기계들만 남은 도서관, 서로의 욕망이 현실을 뒤바꾸는 세계, 미래로 열리는 웜홀, 투쟁이 벌어지는 소행성대 등, 다양한 장소와 배경, 시간대를 그려오셨어요. 이 중에 글로 구현하기 가장 어려웠던 곳은 어디였나요? 아울러 아이디어를 얻은 장소나 배경 등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우리가 멈추면」의 세레스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장소예요. 이 작품은 현실의 문제를 아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어서 리얼리티가 다른 어떤 작품보다 중요했어요. 과학적 엄밀성을 소위 말하는 하드 SF 수준으로 아주 꼼꼼하게 체크해야 했어요. 성간교통망을 구성하기 위해 태양계 행성의 공전주기를 시뮬레이션 해야 했고, 세레스 정거장의 디자인이나 원심 중력 묘사 등을 위해 많은 자료를 수집해야 했어요. 동시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단순하고 쉬워야 했고요. 전체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본 다음에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관련 내용을 자문해 주신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어요.


직접 그린 세레스 정거장 구조도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과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은 고전 영화에서 제목과 이야기 구조를 빌려왔지만(<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과 <외계의 침입자(신체강탈자의 침입)>),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블랙코미디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소설집에서 가장 동시대적으로 느껴지는 소설들이었습니다. 혹시 주인공 ‘요한나’가 등장하는 다음 작품도 구상 중이신가요? 모티브는 어떤 영화(혹은 소설)에서 빌려오실지, 꼬집고 싶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은 무엇일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아마도 가까운 시기에 요한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을 소개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도시철도의 수호자들」이라는 단편으로, 들녘 출판사의 『펄프픽션』이라는 앤솔러지에 수록될 예정이에요. 인터뷰가 공개되는 시점에선 이미 출간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이 작품에서는 요한나가 지하철에서 특급 민원인을 전담하는 서비스 직원으로 등장해요. 매 작품이 다른 평행우주에서 벌어지는 사건인 셈이죠.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요약하자면 서울 도시철도와 노인들과 태극기에 관련된 이야기예요.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로 엄청난 덕질 내공을 보여주셨어요. 그중 가장 추천하는 SF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간의 SF 소설과 영화 가운데, 작가님께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들도 궁금합니다.

이서영의 작품들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특히 「센서티브」와 「노병들」을 정말 좋아해요. 정말 좋은 작품들이니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배명훈의 『은닉』, 듀나의 『민트의 세계』도 제 작업에 큰 영감을 주는 작품이에요. 해외 SF 작품으로는 존 스칼지의 소설들, 그리고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을 정말 좋아해요. SF는 아니지만 어슐러 K.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도 저에게 정말 중요한 작품이에요. 특히 3권 『머나먼 바닷가』는 제 장르 세계의 정점에 놓인 작품이에요.

영상물은 언급하자면 정말 끝이 없는데… 그래도 꼭 언급할 영상 작품으로는 <백 투 더 퓨처>와 <스타 트렉: 보이저>, <기동전사 건담><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신세기 에반게리온> 정도를 꼽을 수 있겠어요. 이 작품들을 보신 분들은 아마 제 소설에서 더 많은 코드를 읽어내실 수 있을 거예요.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2022년의 다짐이나 각오 같은 것이 있을까요? 작가로서, 직장인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아들로서 어떤 태도로 한 해를 보내겠다, 하는 마음가짐이요.

지금의 삶이 너무 소중해요. 2019년에 작가로 데뷔했고, 같은 해에 고향으로 돌아와 아이도 태어났어요. 이후론 지금의 삶을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해 살아온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도덕적 흠결로 평생의 성취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모습을 지켜본 기간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올해도 최선을 다하려고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이 책을 펼치기 전 가이드가 될 한마디를 해 주세요.

겁먹지 마세요. 해치지 않아요. 저 문과예요. (웃음)


이경희 작가




*이경희

죽음과 외로움, 서열과 권력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가 황금가지 제4회 타임리프 공모전에 당선되어 데뷔하였고,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으로 황금가지 제6회 작가프로젝트 공모전, 「χ Cred/t」로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을 수상했다. SF와 판타지 양쪽에서 활동 중이며, 대표작으로는 『테세우스의 배』,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마음 여린 땅꾼과 산에 깔린 이무기 설화」, 논픽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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