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최고의 문장가 '성전 스님'의 신작
『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 성전 스님 인터뷰
우리는 땅과 허공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땅에 누군가 오물을 부어도 꽃은 피어나듯이, 누군가 허공에 아무리 낙서를 해도 더럽혀지지 않듯이 우리는 그 무엇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늘 가슴에 품고 사시기 바랍니다. (2021.12.30)
우리나라 대표 문승(文僧)이자 불교계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성전 스님의 『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는 살아가면서 바로 앞에 있는 좋은 것들을 보지 못해서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혜안(慧眼)을 선물하는 책이다. 꽃이 있어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니까 꽃이 있는 것처럼, 저자는 눈앞에 있는 좋고 기쁘고 행복한 수많은 것들도 내가 보지 못하면 내 앞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신간 『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해주세요.
우리는 지금 어려운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마음이 처져 있으면 시선은 자꾸 어두운 곳을 향하게 됩니다. 어두운 곳에는 낙담, 실의, 폭력 등 어두운 것만이 자리하고 있지요. 마음과 시선을 위로 ‘UP’ 하면 우리는 밝은 곳을 보게 됩니다. 그곳에는 온통 좋은 것들이 가득합니다. 마음과 시선을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로, 아래가 아니라 위로 조금 추켜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내 앞에는 좋은 것들이 참 많이 있다는 것을요. 이 책은 제 삶의 체험과 사색의 결과물이고 함께 이 어려운 시간을 즐겁게 헤쳐나가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저는 월간 〈해인〉이라는 해인사 사보의 편집장을 맡으면서부터 오랫동안 글을 써 왔습니다. 여러 매체에 글을 써오면서 글쓰기의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불교방송에서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애청자들의 수많은 사연을 접하면서 삶의 애환을 바라보는 마음과 시선을 키우고 있습니다.
책 제목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긍정적인 기운이 가슴에 확 와닿았는데요. 스님에게 좋은 것의 정의란 과연 무엇이며 제목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관계에 의해서 규정되듯이 대상은 보는 자에 의하여 규정됩니다. 길을 걷다가 넘어진 자는 땅을 원망할 테고, 하늘을 보다 물벼락을 맞은 사람은 하늘을 푸념할 것입니다. 하지만 꽃을 거느린 땅과 별을 품은 하늘은 얼마나 멋진가요. 우리의 원망이나 푸념과 상관없이 땅과 하늘은 그 자체로 멋집니다.
우리 앞에 있는 모든 것들도 다 하늘과 땅과 같습니다. 다만 우리가 체험한 내용과 체험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일 뿐입니다. 우리의 체험이 우리 앞에 있는 것들을 왜곡하지 않는다면, 우리 앞에 있는 것들은 하늘과 땅과 같이 다 좋은 것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누리는 행복과 기쁨과 설렘과 자유. 이 모든 것이 바로 내 앞에 존재하고 있는 가장 좋은 것들입니다.
스님은 우리나라 대표 문승(文僧)이자 불교계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만큼, 많은 분이 스님의 글을 참 좋아하는데요. 그간 출간하신 수많은 책과 이 책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간의 책들은 긴 산문 형태의 글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했던 것들을 모아서 냈었지요. 그리고 주된 내용은 산사의 이야기와 자연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은 101편의 아포리즘 형식을 띠고 있고, 세상 사람들의 삶의 모습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의 체험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은 다 당신 앞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좋은 나와 만나세요.” 스님이 책에서 하신 말씀 중에 이 구절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바쁘게 살다 보니 정작 자기 앞에 좋은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님이 생각하시기에 가장 좋은 나와 만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언젠가 분식집에서 어느 아버지와 아들을 보았습니다. 그날이 아마 아들의 생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난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떡볶이와 튀김, 라면을 사주면서 생일을 축하해주었습니다. 저는 당시 아들이 맛나게 먹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그때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때 그 순간은 제게 가슴 시린 감동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나는 이렇게 세상의 아픈 풍경들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을 때 만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삶의 모습을 촉촉한 눈망울과 환한 웃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그때 저는 제가 참 좋습니다.
스님은 또 ‘비움은 곧 아름다운 채움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행복하기 위해, 또 잘 살기 위해 비우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마음을 비우고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마음은 곧 우리들의 삶이고 우리들 삶의 내용이 곧 마음입니다. 삶을 떠나 마음이 있을 수 없고 마음을 떠나 삶 또한 없습니다. 잘 사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내가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삶이 괴로운 것이 됩니다. 하지만 살아서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괴로워질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이’보다 ‘어떻게’가 더 소중한 삶은 언제나 깨어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소유보다는 나눔을, 분노보다는 웃음을.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 마음을 비우고 사는 것이겠지요.
이외에도 책에는 자아ㆍ인생ㆍ인연ㆍ지혜ㆍ평온ㆍ행복 등 여섯 개의 주제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어려운 불교 용어 대신 누구나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짧고도 시적인 문장을 써주셔서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주제를 통합해 생각해봤을 때,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삶의 목적은 행복입니다. 불교도 행복의 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칩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괴로움을 말합니다. 태어남, 죽음, 이별, 미움... 하지만 괴로움을 한 문장으로 바꿔 푼다면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됩니다. 내가 있다는 생각에서 모든 괴로움이 시작됩니다. 반대로 내가 있다는 생각을 버리게 되면 세상에 나 아닌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갈등과 대립은 사라지고 자비와 사랑만이 생명의 숨결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세상에 나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나는 점점 작아지고 행복은 점점 커질 겁니다. 반대로 세상에 나뿐이라고 생각하고 살게 되면 내가 점점 커지듯이 불행 또한 점점 커질 것입니다.
어려움이 지나면 또 행복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번 살아보시기 바랍니다. 내 앞날에 온통 시련만 있을 것 같지만 시련이 있기에 즐거움도 있는 것입니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사는 것이 풍만한 가치가 있는 삶입니다.
스님으로서, 또 작가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들려주세요.
오랜 시간 방송을 하고 글을 써왔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방송의 청취자들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입니다. 노동자도 교수도 시인도 음악가도 있습니다. 언젠가 그들과 함께 책을 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들의 글에 제가 답하는 형식의 책이라면 내용도 깊고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땅과 허공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땅에 누군가 오물을 부어도 꽃은 피어나듯이, 누군가 허공에 아무리 낙서를 해도 더럽혀지지 않듯이 우리는 그 무엇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늘 가슴에 품고 사시기 바랍니다.
*성전 스님 월간 『해인』의 편집장과 불교신문 주간을 역임했다. 현재 BBS불교방송 [좋은 아침 성전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 세상에 당신과 함께 있어 기쁩니다』 『어떤 그리움으로 우린 다시 만났을까』 『비움, 아름다운 채움』 『그래,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괜찮아, 나는 나니까』 등이 있다. 현재 천흥사에 머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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