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예스24 MD가 꼽은 2021년 올해의 책
<월간 채널예스> 2021년 12월호
삶의 어떤 부분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지만, 삶의 어떤 부분은 주어지는 것이다. 주어진 삶이 빚어내는 비극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생각하게 된다. (2021.12.27)
윌리엄 트레버 저 / 박찬원 역 | 문학동네
나쁜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가 좋다. 용서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른 사람도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때, 비로소 그의 행위를 제대로 직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펠리시아의 여정』은 불길한 인물이 끌어가는 으스스한 이야기다. 무슨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만 같은, 인적 없는 밤길을 끝없이 걷는 느낌으로 읽게 된다. 쌓여만 가는 긴장감 속에서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이 아파오는데, 삶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불현듯 곱씹게 된다. 삶의 어떤 부분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지만, 삶의 어떤 부분은 주어지는 것이다. 주어진 삶이 빚어내는 비극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생각하게 된다. (김성광 MD)
루리 글·그림 | 문학동네
올 한 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어린이책 『긴긴밤』의 매력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진다는 점이다. 태어나자마자 세상에 혼자 남게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이 겪은 수많은 긴긴밤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선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한결같다. 그것은 바로 더불어 사는 삶이 위대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존재로,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지만 홀로 또 함께 연대하며 사랑할 때 우리는 긴긴밤을 뚫고 푸른 지평선 바다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음을 일러준다. 대립과 폭력, 이기심을 버리고 온생명이 곱게 어울릴 때 희망이 찾아온다는 단순한 메시지는 낯선 시간을 2년 가까이 보내는 지금 우리에게 더 깊은 울림으로 와 닿는다.
(김현기 MD)
존 그리빈 저 / 권루시안 역 | 진선북스
COVID-19에서 누리호까지, 올해의 굵직한 뉴스를 보며 평소에는 잊고 있거나, 잘 알지 못했던 과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러나 내 과학 지식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것이 전부였고, 부끄럽게도 그마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런 내게 자신감을 심어준 책이 『과학을 만든 사람들』이다. 르네상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과학을 발전시킨 인물들의 일화를 담은 이 책은, 눈부신 과학적 발견과 그 뒤에 숨은 시대상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재미있게 풀어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정확하고 아름답게 이해하려 노력한 사람들을 보며 다가올 새해는 어떤 세상이 될 지 상상해본다. (양찬 MD)
조해진 저 | 문학과지성사
심장이 쿵 하고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경험을 하는데 올해의 가장 인상적인 ‘쿵’은 조해진 소설가의 『환한 숨』이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상처에 빚을 지며 쓰기도 하고 읽기도’ 한다는 책 속 문장이 이 소설집을 잘 말해준다. 그의 이야기에서 이쪽과 저쪽의 숨이 만나고 섞이고 서로의 숨으로 다시 새로운 숨을 얻는 순간을 목격한다. 소설 덕분에 모두가 가진, 내가 가진, 고유하고 또 보편적인 상처를 무심히 지나치지 않을 수 있다. 가려진 것을 가려진 채로 내버려두지 않을 수 있다. 다행이다. (박형욱 MD)
최규석, 연상호 글·그림 | 문학동네
어느 날 서울 한복판에 ‘지옥의 고지’를 받는 사람이 나타난다. ‘천사’에게 지옥에 갈 날짜와 시간을 고지받고, 그 때가 되면 지옥의 사자들이 나타나 그 자를 불태워 죽이는 것이다. 이 모습이 TV 생중계되며 ‘지옥의 시연’을 반신반의 했던 여론까지 한 순간에 뒤집힌다. 그리고 일찍이 시연 현상을 예언했던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은 지옥의 고지를 받는 자는 모두 ‘죄인’이라고 말한다. 대중은 고지를 받은 자의 죄와 시연 당한 자들의 여죄까지 추궁한다. 하지만 의장의 말에는 한 가지 중대한 거짓이 있었는데… !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중 가장 신선하고 시의적절한 작품. ‘역사적 사실’이 아닌 ‘개인적 믿음’이 ‘진실’을 대체한 오늘 날, 미디어와 여론이 개인의 삶을 재단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드라마가 주는 끊임없는 전율을 원작 만화 세트로 소장해 보자. (신은지 MD)
메리 올리버 저 / 민승남 역 | 마음산책
오랫동안 좋아하던 책 제목이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었다. 그 제목이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의 시 ‘기러기’ 속 한 구절인 건 뒤늦게 알았다. 그 뒤부터 그녀의 책은 무조건 샀다. 코로나로 서울에만 있어야 했던 올해, 난 『천 개의 아침』을 사고, 1주일에 한 편씩 읽었다. 어떤 시집은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리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그렇게 총 36주 동안 나는 그녀의 시 속에서 조용하고, 느리게 살 수 있었다. 비록 몸은 서울에 있었지만, 시를 읽는 시간만은 시인의 시선을 따라 하루는 구름을, 하루는 떡갈나무를 바라보곤 했다. 바다의 목소리(“미안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날도 있었다. 덕분에 2021년은 다채롭고 즐거운 한 해가 되었다. (김유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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