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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리더가 보여주는 발전 가능성, 아이브(IVE) 안유진
아이브(IVE)의 리더 안유진
안유진이라는 건강한 이미지의 리더를 둔 아이브는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 데뷔에서부터 이렇게 멋진데, 분명 지금보다 훨씬 멋진 팀으로 거듭날 게 분명하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2021.12.14)
지난 12월 1일,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에서 걸그룹 '아이브(IVE)'가 데뷔했다. 이 그룹의 리더는 안유진으로, Mnet <프로듀스48>을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에서 장원영과 함께 막내 그룹으로 묶이곤 했던 멤버다. 안유진과 장원영이 아이브로 데뷔하면서 안유진은 2002년생인 가을을 포함해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까지 다섯 명의 멤버를 이끄는 리더가 되었다. 사실 아이즈원 활동에서는 늘 언니들의 귀여움을 받고, 반대로 언니들을 귀여워하기도 하면서 멤버들과 독특한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냈던 안유진을 아는 사람들에게 그가 리더가 됐다는 소식은 아마 다독여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갑자기 지워진 리더라는 직책이 어떤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지 우리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브의 데뷔곡 ‘일레븐’의 무대에서부터 안유진은 아주 든든한 리더의 역할을 한다.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골자를 이루는 탄탄한 기둥인 것처럼, 안유진은 다양한 빛깔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멤버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단단한 기둥으로 버티고 서 있다. 함께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장원영이 다른 멤버들에 앞서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역할을 하는 순간조차 안유진은 조금 뒤편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이 안유진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것은 아니다. 장원영을 비롯해 카메라 앞에서 아기자기하게 스스로의 개성을 뽐내는 멤버들이 순간적으로 K팝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안유진은 이들보다 좀 더 성숙한 느낌을 주는 메이크업과 의상을 통해 그의 강점인 큰 키와 긴 팔다리를 가지고 시원시원하게 움직이며 퍼포먼스의 전체 틀을 완성한다. 1절 후렴이 나오기 전까지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던 그는 후렴에서 강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2절 도입부에 이르러 무대에 팔을 딛고 다리를 옆으로 길게 뻗는 동작을 통해 짧은 순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일반적으로 걸그룹의 무대에서 바닥을 활용해 다리를 뻗는 동작은 주로 섹슈얼한 느낌을 주는 데에 활용된다. 아이브 또한 멤버들이 바닥에 누워 다리를 위로 뻗는 과감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안유진이 지닌 고유의 에너제틱한 느낌은 '아이브'라는 팀에 매우 유용한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앞서 아이즈원의 무대와 뮤직비디오에서 그랬듯, 아이브의 안유진 또한 여성의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안무를 선보여야 할 때 동작 하나하나에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파워풀한 에너지를 담는다. 그의 이런 움직임을 통해 대중이 흔히들 소비하는 틀에 박힌 여성과 소녀라는 수식어에 붙은 신체 이미지가 깨지고, 나아가 안유진은 자칫하면 미성년자에게 지나치게 섹슈얼한 느낌을 표현하도록 유도했다는 비판이 따를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한다. 팔다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춤에서도 많은 대중이 예상치 못하게 건강하다는 느낌을 선사하는 그의 모습이 아이브란 팀에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이브의 정체성은 안유진을 통해 완성된다. 멤버들이 윙크로 어필하는 순간에 카메라를 보며 완전히 인상을 쓰고 터프한 자세를 고수하는 안유진에게서 이 팀의 키워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주체성’과 ‘완성형’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아이브에서 안유진은 아직 설익은 멤버들에게서 나오는 과감한 액션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준다. 처음 맡은 리더의 자리는 그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지운 자리일지 모르지만,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안유진은 아이브 멤버들을 모두 아우르는 안정적인 중심축이며 카메라 앞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아이브를 가장 완성형 걸그룹답게 만드는 존재다. 노래를 할 때나 춤을 출 때나 힘을 아끼지 않고, 절제보다는 무조건적인 발산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는 안유진에게서 K팝 여성 아이돌이 자신의 이미지와 팀의 이미지를 주체적으로 인식시키는 좋은 예를 발견할 수 있다. 그를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안유진이라는 건강한 이미지의 리더를 둔 아이브는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 데뷔에서부터 이렇게 멋진데, 분명 지금보다 훨씬 멋진 팀으로 거듭날 게 분명하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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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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