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던스 “청춘이 키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즘 특집
청춘을 마무리하는 사람, 청춘을 막 시작하는 사람, 그리고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 그러니까 청춘을 살아가는 모두가 자신의 시절을 떠올리면서 들어줬으면 좋겠다. (2021.10.22)
얼마 전까지만 해도 'Young'이라는 개념엔 왠지 모르게 엄청난 악센트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점점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어린 가수들이 마음껏 그들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음의 찬가를 들고 나타난 신인 혼성 그룹 프루던스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복고적인 감성과 현대적인 질감을 적절히 버무려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팀들은 많지만 이들은 젊음, 즉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다.
데뷔 EP 앨범 <While You Are Young>을 발매한 지 한 달도 안 된 9월의 첫날, 이즘 사무실로 프루던스의 두 멤버가 직접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처음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막상 음악 얘기를 시작하니 마스크 너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듯했다. 작곡과 프로듀싱을 책임지고 있는 지영, 그리고 작사와 보컬을 맡고 있는 지유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에게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팀명 '프루던스'의 의미는.
지유 : 둘 다 신중한 성격이라 '신중함'이라는 뜻을 가진 프루던스(Prudence)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처음 같이 작업한 '그대 이름은 Blue'의 이름과도 잘 어울려서 프루던스로 결정하게 됐다.
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영 : 2019년 10월 정도에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여성 보컬을 찾고 있었다. 지인들에게 소개도 받고 인터넷으로 커버 영상이나 자작곡 올리시는 분들을 많이 검색했는데 지유 씨가 유독 눈에 띄더라. 목소리나 송라이팅이 너무 좋아 연락을 했고 홍대 연남동에 있는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음악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레 말문이 트였다.
원하는 음악적 이미지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나.
지영 : 그 생각은 얼굴 보기 전부터 들었다. 지유가 인터넷에 올려둔 곡들을 들어봤는데 목소리가 내 음악이랑 너무 잘 어울렸다. 그렇다고 특정 음색을 정해둔 것도 아니었고, 어느 정도는 보컬에 맞춰서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지유의 음색을 듣는 순간 상상이 구체적으로 완성됐다.
타이틀곡이 '그대 이름은 Blue'다.
지영 : 지유가 팀을 결성하기 전부터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향을 파란색으로 표현한 가사를 미리 써뒀는데 이게 너무 마음에 들더라. 그래서 최대한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쓴 곡이다.
지유 : 나 역시 어떤 노래가 나올지 엄청 기대했는데, 결과물을 듣자마자 너무 내 취향이었던 기억이 난다. 좋아하는 사운드에 내가 쓴 가사까지 입히니 부를 때도 신이 났다.
가장 기분 좋게 부른 곡이 따로 있나.
지유 : 아무래도 앨범 제목이기도 한 'While you're young'을 뽑고 싶다. 젊음은 사랑 그 자체라 생각하고, 이 곡이 그 얘기다.
요즘 보면 젊음과 사랑이 그다지 밀접한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사랑이 부재한 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개념을 더 끌어올린 건가.
지유 : 아무래도 어릴 때는 순수하고 재는 거 없이 사랑할 수 있지 않나. 물론 진짜 어릴 때의 사랑만이 젊은 사랑이라고 보진 않는다. 연애 기간도 길어질수록 어떻게 보면 나이가 드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결론적으론 '사랑이 전부다' 이걸 표현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지영 : 트렌디하지만 복고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유행하는 시티팝 스타일 같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마 1980년대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1980년대에 태어나서 직접적으로 당대의 음악을 듣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냥 디스코 음악이나 신스팝이 내 감성과 잘 맞는 것 같다.
크레딧을 보니 지영 님 혼자서 기타, 피아노, 베이스를 녹음하고 믹싱까지 했다. 평소 리얼 세션과 전자 음악의 비중을 어떻게 두는지.
지영 : 어릴 때부터 기타를 쳤고, 베이스랑 키보드도 좀 다룰 줄 알기 때문에 리얼 녹음이 필요할 때는 큰 무리가 없는 편이다. 드럼만 세션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리고 전자적인 사운드는 20대 중반 이후에 개발된 취향인데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둘 다 동일하게 비중을 둔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도 수집해서 사용하고 있다. 가상 악기도 물론 훌륭하지만 예전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내는 소리도 많이 넣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레트로한 느낌도 강조되는 것 같다.
기반은 밴드 사운드지만 신시사이저도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을까.
지영 : 의도라기보다는 다섯 곡의 작업 시기가 다 다르다. 처음 스케치를 3~4년 전에 했던 곡들의 경우엔 그 당시에 좋아했던 밴드들의 느낌이 강하게 들어가 있고, 제일 마지막에 쓴 'Festival'처럼 최근에 작업한 곡들은 아무래도 전자음악 쪽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트랙마다 프루던스의 변천사가 조금씩 들어가 있다.
각각의 곡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지영 : 청춘이 느끼는 다섯 가지 감정의 스펙트럼인 셈이다. 첫 곡 '그대 이름은 Blue'에는 기대와 이상이 담겨있다. 청춘은 어떤 모습일지, 나의 인생에 가장 푸르른 시기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는 느낌으로. '초상화'는 어린 시절의 시행착오와 그에 대한 불안함으로 생각한다. 타이틀곡 'While you're young'은 말 그대로 찬가다.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다.'평행우주'에는 가장 찬란한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느껴지는 허전함과 상실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Festival'은 초월에 가깝다. 어쨌든 인생은 축제 같은 것이기 때문에 슬픔에 빠져 있다가도, 그냥 어느 날 저녁에 갑자기 불꽃놀이 같은 걸 보고 깨닫는 것처럼. 짧고 아름다운 거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를 즐기자는 메시지다.
이번 EP를 사람들이 어떻게 들어주길 바라는지.
지유 : 계속 언급했듯 청춘이 키포인트다. 청춘을 마무리하는 사람, 청춘을 막 시작하는 사람, 그리고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 그러니까 청춘을 살아가는 모두가 자신의 시절을 떠올리면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일종의 세대 차별이 아닌가.(웃음)
지유 : 본인이 청춘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구나 다 청춘이라고 생각한다.(웃음)
풀 렝스 앨범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
지영 : 소속사에 몸 담기 전부터 데뷔 앨범은 EP로 계획했다. 롤링컬처원에 들어와서 'Drive my car'라는 곡을 먼저 싱글로 발매하게 되었고 당장은 음악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다섯 곡의 미니 앨범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음악이라는 게 결국 라이브, 즉 관객과 만나는 걸 전제로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사실상 조금 어려운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앨범의 발매 시점을 조금 미룰 계획은 없었나.
지영 : 그런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 원래 이번 EP를 작년에 내려고 했었는데 <Drive my car>를 싱글 앨범으로 먼저 발매하면서 예상보다 기간이 조금 늦춰진 케이스다. 당연히 처음부터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든 팀이라 많이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음악적으로 성장할 거고 취향도 계속 바뀔 테니까 지금 시점을 기록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시작한 이래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지유 : 솔직히 막 힘든 적이 아직까지는 없었다.(웃음) 그래도 굳이 꼽자면 지금이 아닐까 싶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고 처음 해보는 일이 많다 보니까. 그만큼 더 잘 하고 싶어서 아무래도 마음고생도 하고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지영 : 주저하지 않고 20대 중반을 말하고 싶다. 이전 밴드(굿모닝달리)를 하기 전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자연스레 고민이 많았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남들은 학업도 마치고 하는데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고, 이게 제대로 된 커리어로 연결될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돌아보면 그때는 겪어보지도 않고 걱정부터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주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이돌 음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지영 : 사실 부업으로 아이돌 콘서트 실시간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BTS, 블랙핑크, 세븐틴 이런 아티스트들 전부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한 적도 많다 보니까 작년부터 거의 매주 아이돌 콘서트를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생소한 경험이긴 하지만 이 일을 오래 하면서 느낀 것도 많다. 수많은 국내외 팬들이 보는 만큼 저들이 갖고 있는 무언가, 즉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반응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지영 : 우선 비주얼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팬들 스스로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아이돌은 데뷔부터 소통이 전제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팬들이 즐기기엔 훨씬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인디 밴드가 이들의 비교 대상으로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인디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통의 폭이 좁아서 아쉽긴 하다.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지유 : 가사를 쓰는 작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가끔은 정말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 마무리를 앞두고 어느 한 군데에서 막혀버리더라. 이런 게 창작의 고통인가 싶다. 그리고 녹음할 때 세심하게 집중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이 많이 되곤 한다.
가사를 쓸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지유 : 시집에서 영감을 주로 얻는다. 책이랑 영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영감을 자주 얻곤 한다. 대개 큰 틀만 챙기고 나머지는 상상으로 채우는 편이다.
본인을 음악가로 만든 가수나 앨범, 노래가 있다면?
지영 : 나는 계속 자미로콰이다. 어릴 적 악기를 배우면서 연주의 개념으로 음악을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발견한 취향이 애시드 재즈다. 굿모닝달리에서 이를 많이 구사하려고 노력했었다.
(▶ 자미로콰이 <Travelling Without Moving>,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IV>, 어스 윈드 앤 파이어 <All 'N All>, 팻 메스니 <Offramp>, 존 메이어 <Inside Wants Out>)
지유 : 노래 부를 때 기교를 심하게 넣는 스타일은 아니라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그런 스타일의 곡들을 많이 찾아 듣게 되더라.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유재하 같은 목소리가 훨씬 감동적이라 생각했고, 또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된 것 같다. 나는 내 목소리가 제일 좋다.(웃음)
(▶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검정치마 <Thirsty>, 시거레츠 애프터 섹스 <Cigarettes After Sex>, 블러 'There's no other way')
앞으로 활동에 있어 포부가 있다면.
지영 : 일단 기대보다 좋은 성과를 얻고 있어서 출발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작업에 목말라 있는 상태라 앞으로 많은 곡을 발표할 생각에 기대가 되기도 하고, 이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잘 풀릴 것 같다. 열심히 하다 보면 코로나 사태도 종결되어서 공연할 기회도 생길 거라 믿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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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프루던스>14,900원(19% + 1%)
프루던스의 EP 앨범 [While You Are Young] ‘젊은 날을 꼭 담은 사진첩’ 젊은 날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혹은 젊은 날을 마무리하는 이들 모두에게. 꿈도 사랑도 헤어짐도 서툴지만 빛났던 그때의 이야기를 이 앨범 속에서 다시금 꺼내어 보세요. 프루던스의 두 번째 이야기 [Wh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