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참아요? 난 안 참아요, 못 참아요
『고양이 버스』 문미순 소설가 인터뷰
그들의 결말이 비극적으로만 느껴진다면, 그것은 제가 섣불리 행복한 결말로 가는 소설의 도식을 경계한 때문일 것입니다. (2021.10.19)
『고양이 버스』는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미순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오랫동안 문장을 다듬으며 준비한 작품집인 만큼 소설 속에서는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만날 수 있다. 세계와 불화하는 그들의 삶은 해피엔딩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처럼만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놓지 않고 싶다고 말한다.
"단절의 파국에도 사랑과 생명의 의지가 반딧불처럼 미미하게나마 존재를 밝"히고 있다는 구모룡 평론가의 말처럼 문미순 소설가의 소설은 독자들의 가슴속에 작은 등불 하나를 켜두게 할 것이다.
첫 소설집 『고양이 버스』를 출간한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등단하고 꽤 오랜만에 내는 첫소설집이라 제겐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한 편씩 작품을 쓸 때는 잘 몰랐지만, 애정을 쏟았던 인물들이 이렇게 소설집으로 묶여 한데 모여있으니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교정을 거듭하면서 제 소설속의 안물들을 좀더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었다 할까요.
작품 속에는 주로 평소 시선이 잘 닿지 않는 변두리의 인물들이 생생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인물들을 그릴 때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지 염두에 두는 점들이 있을까요?
제가 일부러 이런 변두리의 인물들을 선택해 그린 건 아니었는데, 아마도 직감적으로 이런 인물들에 제 시선이 오래 머물고 애정이 간 때문인 듯합니다. 인물들이 겪는 비극적 결말을 안타까워하는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인물들을 그릴 때 중점을 두는 것은 그 인물들이 열악한 삶의 조건들에도 굴하지 않는 생의 의지와 자신을 지키려는 열망을 가진 존재들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으신지요?
여러 계층에서 두루 읽히면 좋겠지만, 젊은 청년들이 읽는다면 좋겠습니다. 정규직이면서 비정규직의 고충을 외면하는 청년들, 비정규직 일터에서 정규직의 삶을 꿈꾸는 청년들, 꿈조차 포기한 채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세상에 나서기가 두려워 방안에 웅크리고 있는 청년들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갈 세상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소설 속 모든 인물이 작가님께 의미가 있겠지만 가장 애정을 쏟았던 인물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두 인물을 꼽고 싶은데요. 「망치」의 노파와 「딱따구리」의 청년 우재입니다. 「망치」의 노파는 생의 열악한 조건들에도 아랑곳 않고 자기 앞의 삶을 꿋꿋이 헤쳐나가는 그악스럽고도 지치지 않는 인물로서고요. 「딱따구리」의 우재는 도시의 지친 삶 속에서 다시 생의 기운을 얻고 살아가기 위해 어릴 적 딱따구리의 기억을 좇아 겨울산으로 딱따구리를 찾아가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담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결말이 비극적으로만 느껴진다면, 그것은 제가 섣불리 행복한 결말로 가는 소설의 도식을 경계한 때문일 것입니다.
독자들에게 이 책을 책 속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어떤 문장을 꼽고 싶으신지요?
"왜 참아요? 난 안 참아요. 못 참아요.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대해선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누나도 참지 말아요."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에서 정훈이 혜란에게 하는 말인데요. 삶을 대하는 자세가 '견딤'에서 '저항'으로 가는 희망적 메세지를 담은 문장이어서 꼽아보았습니다.
표제작이자 데뷔작이기도 한 『고양이 버스』를 비롯하여 많은 작품들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의 문제는 해결될 듯하다가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은 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하는데요.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이들의 다음 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들도 해피엔딩을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제가 그린 인물들은 자신의 내면에 유형, 무형의 무기들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망치」의 노파에게는 망치가, 「딱따구리」의 우재에게는 '딱따구리의 힘찬 부릿짓'이,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의 혜란에게는 시가. 이렇듯 소설속 각 인물들이 자신이 가진 무기들로 삶의 굴곡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중점을 두었기에, 그들이 접하게 될 비극적 결말에는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기 앞에 놓인 삶을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테니까요. 누군가 옆에 있어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준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은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고양이 버스』를 만나게 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있으면 함께 남겨주세요.
우리는 이제 팬데믹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팬데믹의 시대에 필수노동자들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지만, 그 가치나 처우는 아직도 제자리에 있다는 것도요. 앞으로 저는 이런 변화된 사회속에서 여전히 분투하며 살아가는 주변부의 인물들을,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자기식의 저항을 하는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인물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작품들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메세지를 담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어긋나지만은 않는 작품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인물들을 깊이 탐구하고 소설 속에서 녹여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고양이 버스』를 만나게 될 독자님들께는, 제 소설속의 인물들이 너무 비극적으로만 느껴지지 않기를, 그들 하나하나의 가슴속에 담긴 생의 의지와 열망들이 조금이나마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문미순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
추천기사
관련태그: 채널예스, 예스24, 7문7답, 문미순, 고양이버스
<문미순> 저11,700원(10% + 5%)
2021년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 문미순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훼손된 세계에서도 참된 삶의 의미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양이 버스」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문미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주제의식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설 작법이 인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