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작품 감상하기 전, 엽서 한 장 사보세요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저자 인터뷰
남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나에게도 반드시 좋은 작품인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에 작품 해설에 참여하시는 분들께 오늘 미술관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 한 점을 선정한 후 엽서나 작은 포스터를 구매해보시라고 권합니다. (2021.09.24)
언제나 갈 수 있었기에 방문을 미루기만 했던 미술관. 이제 미술관에 가려면 사전에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야 하고, 그나마 해외의 미술관은 갈 수조차 없는 시대가 되었다. 예술이, 미술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큰 연관이 있을까. 아마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우리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보고 느끼고 즐기는 일을 예전처럼 편히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느는 것을 보면, 예술이 먹고사는 것과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렇지만도 않나 보다.
이런 시기에 파리의 미술관에서 수천 명의 관람객들에게 작품 해설을 해온 도슨트 『기묘한 미술관』 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과 인생, 그리고 그것을 더욱 잘 즐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기묘한 미술관』 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시국에 프랑스 또한 미술관을 편하게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해 모든 미술관이 작년 3월부터 5월,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두 차례나 문을 닫았는데 해설을 위해 혹은 개인적으로 자주 찾는 곳을 못 가게 되니 금단 현상이 오더라고요. 그러다 미술관이 가기 힘든 시절인데 명화를 한자리에 모아 상상 속 미술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찌 보면 『기묘한 미술관』은 코로나 시국이 준 의외의 선물 같기도 합니다.
보통은 명화의 아름다움에 집중한 예술서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다른 예술서에서 다루지 않은 죽음, 실패, 미스터리 등에 다룬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어떻게 이런 주제에 대해 집필하게 되셨나요?
10년 넘게 파리에서 작품 해설을 하며 정말 많은 분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미술 감상에 대해 호감이 있던 분도 많았지만 미술을 사전에 공부해야 하는 분야, 어려운 분야, 나와 먼 이야기와 같은 장벽을 두고 계신 분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쉽고 어렵지 않은 작품 설명, 일상과 가까운 미술이라는 주제를 늘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구성할 때도 ‘어떤 작품을 소개하면 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질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늘 당연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움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감정’이 담긴 작품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첫 책을 낸 작가이신데 이력이 독특하십니다. 뮤직 콘텐츠와 사이트 기획자로 일하다가 파리로 떠나 사진을 전공하셨어요. 그러다 다시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가 되셨는데 어떻게 보면 예술이라는 일관된 주제가 이력을 관통하는 것도 같습니다. 원래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문화해설사가 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세계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인이 돼서 꼭 해외여행을 해보고 싶었고, 여행하면서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며 거장들이 남긴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는 했습니다. 프랑스에 와서 사진을 통해 거장들의 작품을 공부하면서 훌륭한 작품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문화해설사 과정을 수료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미술관을 1,500번 이상 방문했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작품 해설을 많이 하셨다는 의미일 텐데, 그간 해설한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은 어떠셨나요? 현장에서 작품을 해설하는 것과 책으로 소개하는 것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장에서 작품을 해설할 때는 참여하시는 분들의 연령대나 성별 등 그날그날 분위기에 맞춰 설명하는 단어나 작품 설명의 난이도를 조절합니다. 하지만 책은 미술관에서 저와 직접 눈을 마주치고 작품을 바라보며 해설을 듣는 게 아닌 만큼 더 보편적이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 글만으로도 쉽게 작품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큰 흐름을 정하고 더 쉽고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해석하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작품을 재미있게 감상하고 즐길 수 있을까요?
미술관에서 작품 해설을 할 때 “제가 미술은 잘 모르지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미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사전 지식이 있다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관람할 수 있지만, 모두가 미술사학자나 해설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어렵다고 느껴지는 작품은 과감하게 넘어가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은 감상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나에게도 반드시 좋은 작품인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에 작품 해설에 참여하시는 분들께 오늘 미술관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 한 점을 선정한 후 엽서나 작은 포스터를 구매해보시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냉장고나 사무실 어디든 잘 보이든 자리에 두고 자주 접해보라고도 말씀드립니다. 어떤 관계든 자주 만나야 자연스럽게 친해지지 않겠어요. 그리고 친해진 작품의 정보를 더 알고 싶어지면 검색도 하고 책도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사이 미술과 가까워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전만큼 미술관을 가거나 작품을 보는 일이 수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에도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가장 안타까운 일 중의 하나가 편하게 미술관을 방문할 수 없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찾지 않는 작품이라면 미술관 존재의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요. 물론 직접 작품을 찾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감상법이겠지만 잠시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방법도 분명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현지 미술관의 모습과 작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있고, VR로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미술관에 방문하는 그날을 준비하며 관련된 책을 읽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이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이나 작가 이야기를 더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찾다 보면 다른 작품의 이야기는 물론 영향을 주고받았던 다른 작가의 이야기까지 알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차근히 작품이나 작가와 연관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구마 줄기처럼 재미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올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꼭 실제로 작품을 보러 가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삶의 작은 원동력이 되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매주 일요일에 쉽고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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