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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아시안 슈퍼히어로 비긴즈

새로운 아시안 히어로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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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 최초의 아시아 슈퍼히어로라는 변별점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2021.09.02)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한 장면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으로 3기를 마무리 지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4기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싱글 히어로에서 팀 개념의 히어로즈로,  협력하는 그룹에서 갈등하는 유닛으로, 평면 우주에서 차원을 넘나드는 다중 우주로, 확실한 콘셉트를 가지고 탄탄한 세계를 유지해왔던 MCU는 4기에서는 백인 남성이 압도적이었던 이전과 다른 양상의 슈퍼히어로 작품들을 선보인다. MCU 4기 영화의 첫 번째 주자로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 <블랙 위도우>를 배치한 데 이어 아시아 히어로가 주인공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소개한다. 

샹치(시무 리우)는 가문의 배경을 숨긴 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호텔에서 발레파킹으로 생활하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피하고 싶어서다. 아버지 웬우(양조위)는 전설의 무기 ‘텐 링즈’를 차지한 후 절대적인 능력을 과시하며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왔다. 그 밑에서 암살자 훈련을 받은 샹치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것에 회의를 느껴 첫 번째 임무를 명받은 날 아버지 몰래 떠나왔다. 새로 정착한 샌프란시스코에서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여자 사람 친구 케이티(아콰피나)는 그렇게 친하게 지내고서도 샹치의 과거 사연을 전혀 알지 못한다.

새벽 늦은 시간까지 클럽에서 진창 놀다가 함께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케이티는 샹치의 새로운 면모를 목격한다. 샹치가 걸고 있는 목걸이를 내놓으라며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시비를 걸어오고 그에 맞서 샹치는 엄청난 싸움 능력을 과시한다. 그에 질세라 버스 기사가 정신을 잃은 사이 운전대를 잡은 케이티는 곡예 운전 수준이기는 해도 피해를 최소화하며 버스를 멈추는 것에 성공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케이티가 샹치에게 따져 묻자 샹치는 인간 병기의 능력을 숨기고 살아왔던 이유에 관해 설명한다.

샹치가 MCU의 새로운 종류의 슈퍼히어로 정체성을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건 액션 장면에서다. 버스에서의 액션을 시작으로 고층 빌딩의 아슬아슬한 외벽을 거쳐 샹치의 이모 난(양자경)이 근거지로 삼고 있는 탈로에서의 대규모 전투 장면까지, 이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샹치의 슈퍼히어로로서의 성장 과정에 맞춰 공간이 확장하고 스케일이 커지는 식이다. 강철 슈트와 특수 무기 같은 기존 마블 영화에 익숙했던 팬들에게는 맨몸으로 맞서는 홍콩 영화의 무협과 액션의 요소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의 세계 안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이 전과는 다른 볼거리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감독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중요한 감정과 스토리가 깃든 액션을 만들었다.”고 의미 부여했다. 이 중 ‘중요한 감정과 스토리’의 핵심은 아버지 웬우와 아들 샹치 사이에서 발생한다. 슈퍼히어로물에서 부자 관계는 태생과 관련이 있다. 아이언맨과 같은 기존 슈퍼히어로가 ‘아버지의 정체는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혼란의 서사로 삼았다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경우, 하늘 같은 아버지를 넘어서는 아들의 극복에 초점을 맞춘다. 

서양 관객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중화권의 무협 문화에 익숙한 한국 팬들에게 샹치와 웬우의 관계는 일종의 클리셰에 가깝다. 등을 돌린 부자 사이에 얽힌 비밀과 대를 이어온 가문의 비기, 그에 더해 아버지가 못다 푼 한을 아들이 이어받아 해결하는 방식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누가 중화권의 피를 물려받은 히어로가 아니랄까 봐, 영화의 결말부에 이뤄지는 샹치와 웬우의 대결은 두 마리의 용이 분신처럼 등장해 신비로운 힘을 스크린에 수놓는 등 서양 사람이 동양 문화에 가지고 있는 고정된 이미지가 총망라되는 것이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공식 포스터

MCU의 작품이 대개 그렇듯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또한 슈퍼히어로와 빌런의 대결이라는 구도 속에 화려한 액션과 시그니처와 같은 유머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준수한 재미와 적정한 수준의 완성도를 담보한다. 여기에 MCU 최초의 아시아 슈퍼히어로라는 변별점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그렇더라도 아직 펼쳐져야 할 이야기가 많은 까닭에 샹치가 지닌 가능성이 제대로 발휘된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MCU 멤버와 연계되었을 때 어떤 활약을 펼칠지, 앞으로 나올 속편이 더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샹치를 일러 “우리가 이야기를 펼치고픈 잠재력을 가진 캐릭터”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MCU의 시작점과 연결되어 ‘텐 링즈’에 대해 탐구할 기회를 열어준다. 이런 게 바로 MCU의 묘미”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두 번째 쿠키는 샹치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텐 링즈를 두고 웽(베네딕트 웡)과 캡틴 마블(브리 라슨)과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 박사가 정확하게 가늠되지 않는 능력치를 두고 의견을 교환하는 장면이다. 그게 꼭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대하는 제작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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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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