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 전문 최혜인 노무사의 회사 생활 가이드
『직장인 A씨』 최혜인 저자 인터뷰
건강한 직장생활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 최소한의 노동법을 알고 직장갑질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21.07.21)
2019년 7월 16일,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하는 부끄럽지만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 이제 우리의 일터는 안전해졌을까. 2020년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들의 퇴사 사유’에 대해 공동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갑질 등 상사, 동료와의 갈등’이 1위로 나타났다. 이어 2021년 사람인이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를 조사하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겪어봤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보다 사람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지만, 생계를 위해 또다시 회사를 찾아야 하는 굴레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직장갑질 전문 최혜인 노무사의 『직장인 A씨』는 건강한 직장 생활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노동자를 겁쟁이로 만드는 사회를 날카롭고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노동자들을 위해 노무사로서 건넬 수 있는 위로와 지식을 아낌없이 전한다. 저자의 단단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 부족한 직장갑질 감수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 매일같이 사회뉴스 1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직장인 A씨』는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직장인 A씨의 이야기입니다. 직장인 A씨는 익명의 직장인 모두를 지칭하는 표현이에요. 처음 원고를 쓸 때 등장인물을 직장인 A씨라고 썼는데, 나중에 원고를 모아보니 A씨가 너무 많아서 이름을 붙였거든요. 때문에 이 책은 모든 직장인이 겪었을 만한, 겪을 수 있는 직장갑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직장갑질이 심각하다는 내용에 그치지 않고, 서로를 미워하고 괴롭히게 만드는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내 것을 지켜야만 살아남는 불평등한 사회에서 직장갑질 원인을 찾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힘들기만 한 직장생활이라면 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그만둬도 괜찮다는 당부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책의 프롤로그 제목은 <‘존버 정신’은 나를 지키는 방법이 아니다>이고, 부록 제목은 <노무사가 알려주는 회사 잘 그만두는 법>이에요. 퇴사 권장 도서인가요?(웃음)
부당함에 적응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일 중심 사고에 익숙해진 나머지 일과 내가 동일시되면서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내가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내가 잘하면 될 거라고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 돌리곤 합니다. 그럴수록 내가 겪은 일이 부당한 건지 구분할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건강한 직장생활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 최소한의 노동법을 알고 직장갑질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속에는 노무사로서 만난 다양한 의뢰인의 사례가 등장해요. 어떤 기준으로 사례를 선별했는지,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를 고민에 빠지게 한 사례를 위주로 썼습니다. 예를 들어, ‘왜 저렇게 당하기만 할까?’, ‘이기지 못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싸우는 걸까?’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책을 쓰는 일은 그런 고민을 곱씹어 생각하면서 정리를 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고민했던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3장에 등장하는 은하 씨 사례인데요, 상사에게 괜한 미움을 받다 해고된 후, 법정 다툼에서 두 번이나 졌지만, 또다시 싸워서 결국 이겨내셨어요. 3년이란 긴 시간 내내 항상 용기만 가득하진 않았을 거예요.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힘든 싸움을 견디다가, 다시 웃으면서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그래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어요.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하다는 방증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이런 사회변화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직장 내 괴롭힘 피해가 급증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고 그 전에 괴롭힘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단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언어가 없었던 것뿐이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용인할 수 있는 것과 절대 용인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조정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관련 사건사고 기사를 보면 “죽기 전에, 병들기 전에 그만뒀어야 했다”는 반응도 많아요. 물론 안타까움에 하는 말들일 텐데요. 사실 이 책의 부제 ‘우리는 왜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가’처럼 말처럼 쉽게 회사를 그만두긴 힘들어요. 작가님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월급을 받아 생활하기 때문에 일터는 기본적으로 생계를 위한 곳이지만 일터에서 월급만 얻는 건 아닙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사회적 관계를 넓히고 업무적 성취를 하며 성장감을 갖기도 합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고, 그 속에서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터를 떠나면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고, 사회적인 존재로서 자신이 무가치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힘든 상황을 겪어도 쉽게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보면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노동법 강의를 구상할 때 ‘퇴사’에 포인트를 두신다고 했어요. 그럼 반대로 모두가 건강한 직장생활을 위해 직장 내 임원, 상사, 선배들이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요?
‘서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말처럼 상사와 후배가 서로 다른 시야와 입장을 갖게 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면 별것 아닌 일로 넘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떤 문제의 원인을 후배 개인에게 돌리게 됩니다. 답답한 마음이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후배를 압박하거나 상처를 주게 됩니다. 서로 다른 존재라는 걸 항상 알고 있다면 후배와의 관계가 한결 편안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임원, 상사, 선배들에게도 주기적인 노동법 교육이 필요합니다. ‘불법’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위협적이라서, 일부러 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나도 모르게 법을 위반하진 않았는지, 혹은 너무 조심스러운 나머지 ‘펜스 룰’을 치고 후배를 대하는 건 아닌지 점검하기 위해 기본적인 노동법을 알아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도 노무사이기 전에 한 명의 노동자시잖아요. 노동자로서 어떤 회사를, 어떤 사회를 꿈꾸시나요?
적게 일해도 잘 먹고 잘살았으면 좋겠고, 혹은 일하지 못하는 사람도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기본적인 수준 말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수준의 사회안전망이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일하다 아픈 사람이 없는 안전한 일터를 꿈꿉니다.
*최혜인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비정부기구학을 전공했다. 사회복지사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첫 직장이었던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정책 담당으로 일했다. 주로 비정규직의 노동 실태 파악, 문제 개선을 위한 대안 제시 등의 거시적 측면의 일을 맡았다. 그러다 지금의 법과 제도가 노동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실용적인 대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노동자와 가까워질 수 있는 노무사가 됐다. 직장갑질119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각종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노동자를 상담하고, 현재 민주노총 법률원(법무법인 여는)에서 노동 사건을 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런 시급 6030원(공저)』이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 직장갑질119 법률 스태프,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회원, 서울시 마을노무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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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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