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HOT, BTS의 댄서에서 글 쓰는 청춘으로“
『오늘 밤은 너랑 소주 한잔 하고 싶어』 이동진 저자 인터뷰
감성적으로 말씀드리면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기 전, 혹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술이 한 잔 생각나요. 술에 적당히 취하면 조금 더 솔직해지는 제 모습이 좋더라고요. (2021.06.25)
『오늘 밤은 너랑 소주 한잔 하고 싶어』는 HOT부터 BTS까지 20년 간 최정상급 무대 뒤에서 춤꾼으로 산 젊은 청춘의 속이야기다. 스무 살에 만나 헤어지고 서른 중반이 훌쩍 넘은 뒤 다시 만난 평생의 연인을 ‘경제적 능력 없음’의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보낸, 기어코 그녀의 청첩장을 받아 들게 된, 바보 같은 순정남의 속마음이다. 할아버지가 유언처럼 남긴 ‘말 없는 사나이’라는 별명이 꼭 어울리는, 남의 말 잘 들어 주는 보기 드문 순수청년이자, 남들 배려하다 자기 밥그릇 못 챙기는 바보지만 왠지 그 바보 같은 마음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게 되는, 어쩌면 누구보다 인간관계를 잘 아는 고수일지 모르는 사람.
이 책에는 누구나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있을 순수함을 기억하게 하는 100여 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연인에 대한 사랑 뿐 아니라 외로움을 함께 나눈 단짝 친구에 대한 그리움(그 단짝 친구가 강아지라는 특이점이 있지만)과 가족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문득 문득 생각하게 만드는 어릴 적 순박한 감수성으로 무장된 책이기도 하다. 책 제목에 ‘소주’라는 텍스트를 과감하게 넣은 이유는 소주가 연상시키는 쓸쓸한 느낌, 고독, 그리움이거나 외로움, 더불어 소소한 기쁨이나 친밀함을 독자에게 전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왕성한 활동 중인 박혜 작가의 40여 개 작품이 글과 함께 본문으로 꾸며진 것은 글을 읽는 독자에게 사랑받는 책이 되기 바라는 에디터의 바람이었다.
『오늘 밤은 너랑 소주 한잔 하고 싶어』 이 책에 대한 소개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에세이에요. 말 그대로 제가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솔직하게 적은 수필이에요. 저는 평생을 표현을 하는 일을 했어요. 춤을 추거나 그림을 그리며 저를 표현했고 그런 표현들이 저를 살게 해주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미용사는 머리로 자신을 표현하고 가수는 노래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지내오다가 20년 동안 해온 춤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무언가 모르게 답답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메모장에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개인 sns에 올리기도 하며 지인들과 소통을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물론 모두에게 좋았던 건 아니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니까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우연히 읽게 된 책 한 권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 저를 자극했어요.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그때부터 이석원 작가님의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읽다 보니 저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시민 작가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그러셨어요. ‘이 정도 글은 나도 쓸 수 있겠는데?’하는 생각이 드는 글이 잘 쓴 글이라고. 그게 불과 1년 전이에요. 그때부터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책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작가님은 언제 소주 한잔이 생각나시나요? 혼자 소주 한 잔 들이키며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배가 고플 때와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는 술이 곁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애주가들의 변명이죠.(웃음) 감성적으로 말씀드리면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기 전, 혹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술이 한 잔 생각나요. 술에 적당히 취하면 조금 더 솔직해지는 제 모습이 좋더라고요.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말이나 감정 표현들에 있어서 용기가 생기니까요. 적당히 취했을 때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요. 늘 이 정도의 취한 상태로 살고 싶다는 생각. 그렇다면 친구들을 더 많이 웃게 해주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도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허무맹랑한 생각이죠.(웃음)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것. 누가 잘 살고 못 살고 그래 보여도 결국에는 모두 똑같이 힘들고 지치고 위로받아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전하고 싶었어요. 잘난 척하는 사람들 부러워할 필요 없고 내가 부족하다 느껴져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요. 지금 내가 누구보다 죽을 만큼 힘든 것 같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저 별 일 아니잖아요. 관심도 없고. 그러니까 부디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줄 아는 사람들이 됐으면 했어요. 그 마음을 저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하고 싶었어요. 글을 쓸 줄 몰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독립출판으로 저와 친한 지인들만 나눠서 간직할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욕심을 더 부려봤죠.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전국에 모든 사람들이 보잘것없는 저를 보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랐어요.
H.O.T부터 BTS까지 20여 년간 정상급 가수들의 댄서로 활동하셨는데, 댄서로서의 삶은 작가님께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한국에서는 댄서들의 별명이 있어요. 헝그리 댄서.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춤이라는 직업이 가난한 건 분명 사실이죠.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 하지 못하는 일이에요. 기본급도 없고 쉬는 날도 일정하지 않고요. 다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건 분명 사실이에요. 어린 나이 때부터 방송국 사람들, 연예기획사 대표, 매니저, 가수, 스타일리스트, 헤어, 메이크업, 또 그들에게 연결된 사람들과 사람들. 유난히 회식도 많은 직업 중에 하난데 이쪽 계열의 사람들은 분명히 다른 색이 있어요. 재밌고 매력 있죠. 이런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제가 남긴 업적인 것 같아요. 춤이 좋아 시작했지만 결국 춤을 버리고 많은 사람들을 남기게 된 셈이죠. 그래서 후회나 미련이 없어요. 좋은 경험이었고 아직도 그 인연들과 또 다른 경험들을 이어 나가고 있으니까요.
책을 들여다보면, 작가님의 사랑과 이별, 사람과의 관계, 사는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요.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어떤 이야기인가요?
저는 소외 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이면의 존재들. 그래서 봉사활동도 꾸준히 다니고 있는데요. 도움을 받는 그분들이나 저나 다를 게 없더라고요. 저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지금까지 살아온 거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 평등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배려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거든요. 적당한 배려와 함께 서로 도우며 사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 그 부분이 가장 애착이 가고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에게 상처 받았을 때, 일이 버거웠을 때 등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어떻게 극복을 하셨고, 작가님만의 극복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일이 버거웠을 때는 곧바로 그만뒀어요. 하기 싫은 일은 절대로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그런데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는 극복을 하지 못했어요. 자다가도 생각이 날 만큼 힘들었어요. 갑자기 심장이 뛰고 죽고 싶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 누구 하나 고민 없고 아픔 없는 사람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힘든 일을 계속해서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해지기만 할 뿐 나아지는 게 없더라고요. 작년 오늘 했던 고민, 지금 전혀 기억 못하듯이 지금의 고민과 지친마음들도 곧 사라질 거라는 믿음으로 극복했던 거 같아요. 아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있어요. 그래서 보자마자 제 몸에 타투로 남겨놨어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희극인 찰리채플린이 한 말인데요. 흔하고 평범한 얘기 같지만 저에겐 너무 크게 와 닿았어요. 그래서 힘들 때면 이 문장을 떠올려요. 그리고 제 몸이 우주까지 올라가면서 저 멀리 푸른 지구를 상상하죠. 아름다워요.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일들이 생겨나고 있을까요. 저도 그 미세한 먼지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거.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은 참 살만 해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고민,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거예요.
사랑과 이별, 인생의 쓴 맛을 알아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비 온 다음날은 유난히 맑은 거 아시죠? 어린 시절 쓴 약을 먹으면 곧바로 물려주신 사탕은 정말 달콤했듯이. 그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사랑이 담겨있는 거 같아요. 슬퍼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실컷 슬퍼하세요. 대신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세요. 살아있다는 증거잖아요. 대학에 떨어지고 취직이 안 된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목표하지 못한 곳에서 또 다른 인연을 운명처럼 만나게 되니까요. 손가락이 열 개인 것.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것. 숨 쉴 수 있는 코와 입이 멀쩡하게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고요. 그러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답니다. 까짓것 또 하면 되지. 까짓것 다른 거 하면 되지. 인생, 쿨하게 살아보자고요.
*이동진 HOT부터 BTS까지 20년 간 최정상급 가수들의 무대 뒤에서 묵묵히 춤을 췄다. 춤과 그림을 좋아했지만 그의 길을 막는 건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마음먹고 우연히 읽은 책 한권에서 희망을 얻었다. 그 때부터 입이 아닌 글로 마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 내면의 말이 묶여 『오늘 밤은 너랑 함께 소주 한잔 하고 싶어』 에세이가 되었다. 그의 온유한 성품 덕에 댄서를 그만 둔 지금도 많은 가수의 힘찬 응원을 받고 있다. ‘이 여자’라고 느낀 평생의 한 사람을 잡지 못한 바보이자, 서른 중반까지도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 그야 말로 오늘 밤 소주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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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이동진> 글/<박혜> 그림13,500원(10% + 5%)
춤꾼, 댄서에서 감성 충만한 글 쓰는 청춘으로. 이 책은 HOT부터 BTS까지 20년 간 최정상급 무대 뒤에서 춤꾼으로 산 젊은 청춘의 속이야기다. 스무 살에 만나 헤어지고 서른 중반이 훌쩍 넘은 뒤 다시 만난 평생의 연인을 ‘경제적 능력 없음’의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보낸, 기어코 그녀의 청첩장을 받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