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홍춘욱 “재테크 초보의 ‘멘탈’을 잡아주는 책”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한국 주식 시장이 생각보다 어려워요. 2000년도 정보통신 기업 투자자들과 최근 동학 개미의 저조한 수익률이 이를 잘 보여주죠. (2021.06.21)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주식 투자가 활발했던 지난 2년. 주식시장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지만,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부진했다.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이코노미스트 홍춘욱이 이러한 현상에 의문을 가지고 이유를 탐구하기 위해 쓴 책이다. 한국금융연구원, KB국민은행 등을 거쳐 28년간 투자 이력을 쌓아온 홍춘욱 저자는 금리, 주가, 환율의 관계를 토대로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법을 소개하는 한편, ‘달러 저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 돈의 주도권을 잡고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홍춘욱 저자에게 서면으로 물었다.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솔깃했습니다. 지금은 과거의 어느 때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2000년도 정보 통신 거품 전후의 주식시장 상황과 유사해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과 낮은 금리,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열망에 찬 투자자들로 자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죠. 한 가지 공통점은 이때도 지금과 비슷하게 개인 투자자들의 성과가 부진하다는 것인데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책에서 달러 저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달러 투자가 갖는 장점을 설명한다면요?
달러 저축을 통해 투자 실패에서 비롯되는 위험을 낮출 수 있어요. 환차익을 거둬 자산 가격이 낮아질 때 자산을 매입할 여력을 갖출 수 있고요.
종잣돈을 모으는 방법으로 미국 국채 등 안티프래질한 자산 투자를 권했어요. 투자 초보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데 이를 위해 선행해야 할 게 있을 것 같아요.
아주 간단한 경제 지식을 갖춰야 해요. 예를 들어 한국의 주요 자산 가격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걸 알아야죠.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할 때 주식이나 부동산 등 핵심적인 자산 가격이 왜 급락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환율이 상승할 때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이유가 뭔가요?
첫째, 한국 경제의 장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 한국 주식(이나 부동산)을 매도하고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는 심리의 변화인데요. 1997년 외환위기의 쓰라린 경험 때문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나라로 인식돼요.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거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질 때마다 원화의 인기가 떨어지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어려워도 한국경제에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자신이 보유하는 원화 자산의 일부를 다른 통화로 전환하고 싶어져요. 세 번째로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 수출 경기가 어려워지고 외환 수급이 악화하면 달러를 구하기 어려워요. 결국, 환율의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거죠.
그러면 환율이 급등할 때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연간 최소 200원 이상 상승할 때를 노려야 해요. 만약 이때 달러를 보유했다면 두둑한 환차익을 거둔 상태에서 자산을 골라 담기만 하면 되는 거죠.
처음 ‘환 스위칭’ 전략을 사용한 건 언제였나요?
2008년, 모 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할 때 소액의 달러 예금을 원화로 환전해 삼성전자나 한진중공업 같은 수출기업을 매집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당시 환율이 900원에서 1,500원까지 수직으로 상승할 때였거든요. 이후 2015년에 다시 환율이 급등할 때, 모 기관을 퇴사하면서 받은 퇴직금과 가지고 있던 외화예금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했어요.
포트폴리오에서 달러 비중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저는 전체 금융자산의 50%를 달러 자산에 투자해요. 지금처럼 부동산이나 주식가격이 모두 상승할 때에는 아무래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락하기에 약간의 평가손이 발생할 수 있지만, 언제 시장의 추세가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국내 주식을 조금씩 차익 실현해서 달러를 사요.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알려진 ‘금 투자’는 어떤가요?
한국 투자자에게 금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봐요. 달러가 약세일 때 금값이 오르는데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는 한국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도 상승할 수 있거든요. 즉, 한국 사람이 굳이 금에 투자할 이유가 없는 거죠. 저도 전체 자산 중 아주 소액만 금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처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 또는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요?
첫 번째 원칙은 ‘분할 매매’예요. 환율이 급등해 달러를 매도할 때에도 하루에 모두 매매하기보다, 석 달 정도에 걸쳐 분할 매도하는 것이 유리해요. 우리는 시장의 바닥 혹은 고점이 언제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거든요. 두 번째는 ‘분산’이에요. 달러를 팔고 한국 주식을 매입할 때, 한두 종목에 올인하면 안 돼요. 어떤 스캔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까요.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에 나눠 투자하는 걸 추천합니다. 참고로 저는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구간에 삼성전자, 현대차, 기업은행에 분산 투자했어요.
한국 주식을 추천하지 않는다고요.
한국 주식 시장이 생각보다 어려워요. 2000년도 정보통신 기업 투자자들과 최근 동학 개미의 저조한 수익률이 이를 잘 보여주죠. 세계에서 가장 배당수익률이 낮은 데다, 수출 경기에 주식시장의 추세가 좌우되는 등 변동성도 크고요. 그래서 본인이 잘 아는 분야의 기업에 제한적으로 투자하거나, 아예 시장 전체를 매입하는 인덱스 펀드 투자를 추천합니다.
전문가 대부분이 경제를 낙관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신호(166쪽)이며 ‘만장일치’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초보 투자자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무작정 따라가기 쉽잖아요. 일반인들이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할 때 어떤 태도를 보이면 좋을까요?
가장 손쉬운 판단법은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사람이 비난받고, 마이크를 잡을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시기를 조심하는 거예요. 시장 참가자들이 모두 한 방향을 예상하고 또 자신의 투자 실패를 어떤 특정인의 탓으로 돌리면 조심해야 해요. 저는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달러 자산 비중을 조금씩 늘립니다.
언제 집을 사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에 대해 부동산시장에 진입하기 좋은 징후로 ‘낙찰률’을 꼽았는데 투자 초보자를 위해 낙찰률을 설명한다면요?
감정평가액 대비 경매 낙찰가격의 비율을 말해요. 예를 들어 2019년 3월처럼, 낙찰률이 80%를 기록했을 때를 보면 10억 원 정도에 거래되는 서울 아파트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9억 원이에요. 이 아파트가 감정평가액의 80%인 7억 2천만 원에 낙찰되었다고 가정해보죠. 이때 낙찰자는 시세 10억 원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낙찰받은 거예요. 당시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60%였으니 6억 원에 전세를 놓을 수 있고요. 결론적으로 이 낙찰자는 단 1억 2원만 원을 투자해 시가 10억 원의 아파트를 매입한 셈이 되는 거죠. 물론 낙찰 이후 낙찰받은 집에 사는 사람을 내보내기 위해 추가적인 자금이 들어갈 수 있지만, 이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성공적인 투자가 되는 거예요.
리밸런싱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리밸런싱 타이밍은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요?
리밸런싱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정기적’으로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매년 6월마다 자산 배분한 비율이 지켜지는지 확인하고 대응하는 거예요. 50대 50으로 달러와 원화 자산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6월 말 기준으로 이게 40대 60으로 바뀌어 있다면 원화를 10% 팔아서 달러를 그만큼 보충하는 거죠. 두 번째는 ‘이탈률’을 점검하는 방법입니다. 즉 달러와 원화 자산에 50대 50으로 투자하다 그 비율이 10% 포인트 이상 이탈할 때 행동하는 거예요. 2020년 3월이 대표적인 경우로 당시 환율이 급등했지만, 한국 주식가격이 폭락해 비율이 65대 35로 바뀌었어요. 저는 달러를 15%만큼 팔아서 원화 자산에 투자했죠.
오를 때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오르고 있으면 더 오를 것 같아서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아요. 매도할 때 지키는 원칙이 있다면요?
분할 매매하면 이 문제가 해결돼요. 리밸런싱도 도움이 되고요. 환율이 연중 200원 이상 급등하는 시기에는 달러를 처분하되, 분할 매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정 자산의 보유 비중이 목표를 크게 벗어날 때 매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매일 체크하고 추이를 파악해야 할 최소한의 지표가 있을까요?
주식이나 환율, 금리 등의 경제지표를 매일 관찰하면 좋겠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매일 확인하기는 어렵죠. 장단기 금리 차, 연체율, 그리고 수출 통계 등을 월 1회 정도 점검하는 걸 추천해요.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재테크 초보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투자자들의 멘탈을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의 경험이 충분한 투자자들은 ‘너무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홍춘욱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명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 등을 거쳤다. 현재 EAR Research 대표이자 숭실대학교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2016년 조선일보와 에프앤가이드가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로 선정했으며, 수년 간 부동산 및 금융 분야, 국제 경제 전망을 아우르는 전문가로서 각종 미디어의 1순위 인터뷰어로 손꼽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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