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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빈센트의 교훈 섞인 가족극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Daddy’s Home>
팽팽하기만 했던 세인트 빈센트의 기타줄은 느슨해졌으나 전위적 아티스트의 용감한 고전 참조는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과 함께 소용돌이치며 교훈 섞인 가족극 한 편을 완성한다. (2021.06.16)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세인트 빈센트가 저변을 넓혀가고 있던 2010년 무렵 아버지 리차드 클라크는 주식 조작 등의 혐의로 입건되며 2019년 말까지 수감 생활을 했다. 3집 <Strange Mercy>에서 이 내력을 가볍게 다루긴 했지만 그때는 넋두리에 불과했다. 허나 복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장을 마주한 딸은 더 이상 부끄러운 가정사를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면회실과 죄수 번호 같은 직접적인 단어들을 나열하며 그날의 솔직한 감정들을 털어놓는다.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상 수상에 빛나는 <St. Vincent>가 미래적인 소리와 격렬한 연주를 들려줬다면 <Daddy's Home>은 1970년대 미국의 음악, 즉 아버지 세대의 사운드를 적극 활용한다. 복고적인 스타일과 차분한 전개는 여성 데이비드 보위의 혁신적인 모습을 지워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인디 밴드 펀의 기타리스트이자 전작 <Masseduction>의 조력자인 잭 안토노프와의 협력으로 개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문법을 정립한다.
자유자재로 톤을 바꾸는 'Pay your way in pain'과 툭툭 끊기는 신시사이저로 상승하는 'Down'의 그루브 넘치는 진행도 흥미롭지만 신보는 노랫말이 전하는 울림에 집중한다. 숨 막히는 발라드 'Live in the dream'은 사이키델릭 특유의 몽롱한 음색에 기대다가 기타 솔로로 극적인 마무리를 찍는다. 잔잔한 컨트리 트랙 'Somebody like me' 역시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해 단순한 구조를 취하며 서정적인 하모니를 선사한다.
앨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친숙한 질감은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지점을 마련한다. 스코틀랜드 출신 여가수 시나 이스턴의 대표곡 'Morning train (9 to 5)'의 보컬 멜로디를 인용한 'My baby wants a baby'는 원곡과 상반된 매력으로 향수를 자극한다. 민권운동을 펼쳤던 최고의 재즈 가수 니나 시몬이 가사에 등장하는 'The melting of the sun'은 고난과 맞서 싸웠던 여성 뮤지션들을 향한 존경이면서도 약물을 사용하는 스스로에 대한 고백성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끈끈한 유대를 다져온 부친의 징역살이는 혼란 그 자체였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지나간 과거를 너그러이 용서하고 나아가 음악적 성찰을 위한 자극제로 사용한다. 팽팽하기만 했던 세인트 빈센트의 기타줄은 느슨해졌으나 전위적 아티스트의 용감한 고전 참조는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과 함께 소용돌이치며 교훈 섞인 가족극 한 편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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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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