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세인트 빈센트의 교훈 섞인 가족극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Daddy’s Hom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팽팽하기만 했던 세인트 빈센트의 기타줄은 느슨해졌으나 전위적 아티스트의 용감한 고전 참조는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과 함께 소용돌이치며 교훈 섞인 가족극 한 편을 완성한다. (2021.06.16)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세인트 빈센트가 저변을 넓혀가고 있던 2010년 무렵 아버지 리차드 클라크는 주식 조작 등의 혐의로 입건되며 2019년 말까지 수감 생활을 했다. 3집 <Strange Mercy>에서 이 내력을 가볍게 다루긴 했지만 그때는 넋두리에 불과했다. 허나 복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장을 마주한 딸은 더 이상 부끄러운 가정사를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면회실과 죄수 번호 같은 직접적인 단어들을 나열하며 그날의 솔직한 감정들을 털어놓는다.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상 수상에 빛나는 <St. Vincent>가 미래적인 소리와 격렬한 연주를 들려줬다면 <Daddy's Home>은 1970년대 미국의 음악, 즉 아버지 세대의 사운드를 적극 활용한다. 복고적인 스타일과 차분한 전개는 여성 데이비드 보위의 혁신적인 모습을 지워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인디 밴드 펀의 기타리스트이자 전작 <Masseduction>의 조력자인 잭 안토노프와의 협력으로 개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문법을 정립한다.

자유자재로 톤을 바꾸는 'Pay your way in pain'과 툭툭 끊기는 신시사이저로 상승하는 'Down'의 그루브 넘치는 진행도 흥미롭지만 신보는 노랫말이 전하는 울림에 집중한다. 숨 막히는 발라드 'Live in the dream'은 사이키델릭 특유의 몽롱한 음색에 기대다가 기타 솔로로 극적인 마무리를 찍는다. 잔잔한 컨트리 트랙 'Somebody like me' 역시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해 단순한 구조를 취하며 서정적인 하모니를 선사한다.

앨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친숙한 질감은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지점을 마련한다. 스코틀랜드 출신 여가수 시나 이스턴의 대표곡 'Morning train (9 to 5)'의 보컬 멜로디를 인용한 'My baby wants a baby'는 원곡과 상반된 매력으로 향수를 자극한다. 민권운동을 펼쳤던 최고의 재즈 가수 니나 시몬이 가사에 등장하는 'The melting of the sun'은 고난과 맞서 싸웠던 여성 뮤지션들을 향한 존경이면서도 약물을 사용하는 스스로에 대한 고백성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끈끈한 유대를 다져온 부친의 징역살이는 혼란 그 자체였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지나간 과거를 너그러이 용서하고 나아가 음악적 성찰을 위한 자극제로 사용한다. 팽팽하기만 했던 세인트 빈센트의 기타줄은 느슨해졌으나 전위적 아티스트의 용감한 고전 참조는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과 함께 소용돌이치며 교훈 섞인 가족극 한 편을 완성한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