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비난하는 일에 익숙한 당신에게
『나를 지키는 심리학』 정신과 전문의 조장원 원장 인터뷰
마치 진료실에서 상담을 받듯,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따뜻한 조언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이 책은 일과 사람, 회사생활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힘들고, 외롭고, 잠이 안 올 때마다 곁에 두고 꺼내 읽는 심리 처방전이 되어줄 것이다. (2021.06.15)
『나를 지키는 심리학』은 정신건강 전문지 〈정신의학신문〉에 연재한 칼럼 ‘직장 남녀를 위한 오피스 119’를 모아 엮은 책이다. 이 칼럼은 회사 우울증과 재택근무 불안감, 무기력, 적응장애, 불면증처럼 업무에서 비롯되는 각종 마음의 병부터 나르시시스트를 비롯해 무례하고 공격적인 상대 대처법 등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심리적인 문제를 다각적으로 다뤄 화제에 올랐다.
책의 저자 조장원 원장은 직장인은 물론 일과 사람에 치여 힘겨운 사람들의 심리적 어려움과 갈등을 한층 더 심도 있게 다룬다. 과도한 업무, 버거운 인간관계, 통제 불능의 감정, 원인 모를 스트레스와 질병 등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주제별로 구성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환자들을 진료할 때 권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함께 실었다.
책 제목이 『나를 지키는 심리학』이에요.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스스로를 이해해주기보다 비난하는 게 익숙한 분들을 위한 책이에요. 꾸역꾸역 참아내며 겨우겨우 버티던 분들이 결국 무너지게 되는 건 타인의 비난이 아닌 나 자신의 비난 때문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자기 자신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만 힘든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오해하지만 정말 힘든 상황에서 필요한 건 자기 비난이나 자기 의심이 아닌 ‘자기 연민’ 그리고 ‘자기 확신’이에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스스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익숙하지 않죠. 그래서 이 책에서는 나 자신을 그리고 내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시켜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많아졌어요. 혼자 일해서 좋긴 한데 한편으로는 외롭기도 해요. 이럴 때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은 아무도 내 감정을 몰라줄 때 외로움이란 감정을 느껴요. 심지어 좋은 일이 있어도 기쁜 마음을 누구와도 공유하기 어렵다면 외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결국 우리는 본능적으로 타인과 내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 해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주변과 내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이 계속 확보가 되어야 해요. 물론 코로나19 이전처럼 활발한 감정 공유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어요. 스톡데일 패러독스처럼 미래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지금 행복을 포기하게 되면,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미래가 오더라도 행복할 수가 없어요. 지금 당장이라도 나를 위해서 해볼 수 있는 건 실천해보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기에요. ‘그게 소용이 있겠어?’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뭐라도 해보자’라는 자세가 필요한 거죠. 그리고 이러한 때일수록 식사, 수면, 운동 등의 기본적인 생활의 유지가 중요해요. 삶의 루틴이 유지되어야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이 유지만 되어도 어느 정도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어요.
한 분야에서 비슷한 업무를 오래 하다 보면,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잖아요. 일이 하기 싫어지거나 무기력해질 때, 여기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에 빠진 분들을 보면 최근에 성취감을 느낀 경험이 부족한 게 원인인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결국 성취감을 다시 느끼는 게 필요해요. 이럴 때 성취감을 느끼려고 너무 과도한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게 되는 경우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이 더 심해질 수도 있어요. ‘아 역시 나는 안되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에 빠졌다면 예전처럼 컨디션 좋을 때의 내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다리를 다친 사람이 깁스를 풀었다고 바로 뛸 수 없는 것처럼 마음에도 재활이 필요해요. 당장 일을 통해서 성취감을 느끼려 하기보다는 더 쉽게 해볼 수 있는 취미나 일상생활에서 먼저 성취감을 느끼는 게 중요해요. 가령 이번 주에는 매일 10분씩 산책하고, 다음 주에는 20분씩, 그다음 주에는 30분씩 이렇게 운동을 해볼수도 있고요, 주말에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빨래를 해보거나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죠. 그리고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동안 놓치고 있던 내 삶이 많이 있을 거예요. 친구들을 본 지 오래되었다거나, 책을 본 지 오래되었다거나. 이러한 내 일상들을 먼저 회복시키다 보면 점점 일에 대한 의욕도 생기게 되는 거죠.
회사를 옮길 때마다 비호감이 한 명씩 꼭 있어요. 처음에는 그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가는 곳마다 싫은 사람이 생기니 오히려 제 성격이 이상한 건가 싶더라고요. 정말 제게 문제가 있는 건가요?
사람들은 미움받기를 불편해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또한 불편해하죠. 하지만 미움이란 감정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물론 미워하는 감정 때문에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내 감정은 자연스럽기 때문에 나는 누구든지 미워할 수 있어요. 타인 역시 누구든지 나를 미워할 수 있고요. 미워하지 않으려하면 할수록 상대방과 거리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어요. 상대방은 미운 짓을 계속할 것이고 나는 상대방을 미워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안 보는 방법밖에 없거든요. ‘내가 지금 저 사람을 미워하고 있구나’ 하고 내 감정을 인정해주세요. 한 대상에게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그 사람이 밉지 않을 때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그때는 미워하지 않으면 되고요.
습관적으로 자꾸만 일을 미루는 것도 병인가요? 시간 관리 잘하는 팁 좀 알려주세요!
미루는 게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이야기해 드리고 싶어요. 최근에 있었던 많은 연구에서 어떻게 미루느냐에 따라서 일의 능률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결과들도 있거든요. 물론 능동적으로 일을 미루기 위해서는 내 업무 능력과 업무의 정도를 판단해서 필요한 시간을 먼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요. 미룬 시간은 다른 활동으로 알차게 보낼 수 있어야 해요. 미루는 내 자신을 비난하다 보면 결국 더 미루게 돼요. ‘아, 오전에 다 끝냈어야 했는데 또 못 했네…’ 이렇게 자책하면서 일에 더 집중을 못한 경험은 아마 다들 있으실 거예요. 미루는 행동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해버리면 미루는 이유는 궁금해지지 않아요. 그냥 비난의 대상일 뿐이죠. 많은 사람들이 일을 미루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가장 많아요. 그리고 이러한 분들에게는 일정을 세분화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6개월 동안 10킬로그램을 빼야 해’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되는데, ‘한 달 동안 2킬로그램을 빼야 해’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덜할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세분화한 일정을 마무리했을 때마다 보상을 주는 것도 필요해요. 미루지 않고 끝내야 할 목적을 만들어주는 거죠.
직장에서는 이미지 관리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기가 힘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다 내 탓이다’라는 생각만 들고요. 이럴 때 마인드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이미지 관리를 잘하시는 분들은 나보다 타인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내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많죠.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지금 내 감정에 집중하기보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확인하려 해요. 타인에게 인정받는 걸 통해서 스스로의 가치감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서 타인에게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걸 용납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해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 유독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엄격한 경우도 많아요.
어떠한 고민이 있는데 직장에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때 타인의 기준에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첫 번째로 직장 동료가 나에게 이러한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내 반응은 어떨지, 그리고 두 번째로는 가장 친한 친구가 고민이 있는데 직장에서 이야기하지 못할 때 내가 그 친구에게 뭐라고 이야기해볼지 생각해보는 거죠. 이러한 시각에서 생각해보면 타인에게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는 분명 아닐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서 독자 분들이 얻었으면 하는 게 무엇인가요?
“괜찮아요. 충분히 그렇게 느끼실 수 있어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에게 제가 가장 자주 건네는 말이에요. 감정은 항상 옳고 정당해요. 우울, 불안 혹은 분노. 어떤 감정 중에도 이유 없는 감정은 없는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내가 나약해서 또는 내가 이기적이어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내 감정을 부정한다는 건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아요. 어느 누구도 내 감정을 틀렸다할 수 없고 나 자신 또한 내 감정을 모른 채 해서는 안 되죠. 이 책을 통해서 독자 분들이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가장 중요시하실 수 있었으면 해요. 결국 나를 지킨다는 건 내 감정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죠.
*조장원 국내 최초 일반인들을 위한 정신건강 전문지〈정신의학신문〉의 前(전) 편집장이자 민트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고, 한양대학교 병원에서 수련했다. 환자의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삶 전체’를 함께 바라봐주며 수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생활치료센터 심리지원단 지정 전문의로도 활동했다. 이 외에도 《만화정신의학》 감수를 맡았고, 《역동정신의학 진단매뉴얼》의 번역을 총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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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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