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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진심인 식물학자의 들꽃 산책

『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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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들꽃 산책』은 봄부터 겨울까지 일 년 동안 만나 온 이 땅의 들꽃에 대한 기록이다. 사진작가가 열정을 다해 찍은 사진과 식물학자가 마음으로 써 내려 간 글을 한데 엮어, 식물의 일 년 열두 달을 아름답게 소개했다. (2021.06.14)


『내 마음의 들꽃 산책』은 봄부터 겨울까지 일 년 동안 만나 온 이 땅의 들꽃에 대한 기록이다. 사진작가가 열정을 다해 찍은 사진과 식물학자가 마음으로 써 내려 간 글을 한데 엮어, 식물의 일 년 열두 달을 아름답게 소개했다. 때론 풀지 못하는 숙제 같고, 때론 위로이자 영감이 되어 주는 들꽃들. 내 마음속 들꽃을 찾아 숲속을 산책하듯 살아간다면, 평온하면서도 반짝이는 하루하루가 이어지지 않을까?




오랜만에 출간하신 책 『내 마음의 들꽃 산책』이 많은 독자에게 사랑 받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깜짝 놀랐고요. 감사하고 부끄럽습니다. 가장 먼저 드리는 감사는 당연히 독자분들께입니다. 책 표지에 식물에 진심인 식물학자라고 써 주셨던데, 식물에 진심인 것 만큼은 맞거든요. 그런 식물에 대한 제 마음을 공감해주신 독자분들께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책을 읽고 문밖으로 나가 주변의 풀과 나무들을 살펴보게 되셨다는 독자분의 글을 접할 때에는 감동이었습니다. 초록 식물이 삶에 담기면 그건 행복인 것을 경험하고 나니 이를 공유하고 싶어 부족한 글들을 세상에 내어놓고 있습니다. 제 친구 식물들이 여러분의 친구가 되어 감사에 대한 보답을 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칫 사라져 갈 책을 놓아 버리지 않고, 곁에 두고 보기 쉽도록 소박하고 무겁지 않게 만들어주신 진선출판사도 고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부끄럽습니다. 언제나 많이 공부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며 내공을 쌓아 새 책을 엮어야 하는 것이 도리인데 모처럼 나온 책이 옛 책을 다시 새롭게 만든 것이니 제 지식의 일천함과 게으름을 그대로 내보인듯하여 부끄럽습니다. 

오랜 기간 광릉 국립수목원의 원장으로 일하셨어요.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일하시면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광릉의 국립수목원은 제가 정착한 첫 직장이기도 하고 이십여 년간 제 모든 것을 담아내며 살아온 인생의 일부입니다. 하나를 고르라면 “복주머니란보전원”이 문을 연 순간이 가장 보람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희귀·멸종위기식물인 “광릉요강꽃”을 포함한 소중하고 아름다운 식물들이 연구되고, 증식되어 복원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광릉요강꽃은 제가 국립수목원(당시 광릉수목원)에서 처음 일을 하면서, 어렵게 희귀식물보전연구를 시작하였고, 광릉숲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 붙여졌으나 이제는 사라져 버린 식물이어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식물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이 식물을 찾아내어 꽃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오랜 기간 포기하지 않고, 전국의 자생지를 찾아 헤매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이를 살려낼 방법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제가 하던 일들을 후배 연구자들이 이어서 정말 진정성 있고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 보전원이 공개된 것이니까요. 그날은 식물에 관심 있는 여러분들의 축제일이기도 해서 전국에서 이 꽃을 만나러 찾아와 하루 종일 꽃 앞에서 카메라와 함께 보내시는 분들을 보니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했구나 싶어 가슴 벅차더라구요. 

책 머리말에서 식물을 ‘삶의 반려’라고 표현해 주셨어요. 책 속에 우리 꽃에 대한 작가님의 무한한 애정이 가득하고요. 작가님께 ‘들꽃’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식물은 제 삶의 반려이며, 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 맞습니다. 사실 이 책에는 자생식물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 실린 모든 식물들이 들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 곁에 심고 가꾸는 정원의 식물도 그 시작은 지구 어딘가 야생에서 시작되었겠지요. 들꽃이란 의미는 자생력을 가지고 이 땅에서 살고 지는 그 풀과 나무들 그리고 피워내는 꽃들에 내 마음의 중심이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표현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들꽃, 그 야생의 식물들은 만났을 때 행복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존재를 떠올리며 생각하는 일만으로도 평생 저를 설레게 하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독자분들이 요즘 식물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아요. 작가님께서도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식물을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평소 어떤 식물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답하기 참 망설여지는 질문의 하나입니다. 책 여러 곳에서 식물은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고르라시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저와 인연을 맺어서 마음에 담긴 식물, 요즘 말로 “인생식물”을 소개할 수 있을 듯해요.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했을 때 여러 장벽에 부딪혀 어려운 일이 참 많았는데 그때 연구실 창밖에 서 있던 전나무 세 그루를 꼽을 수 있어요. 기죽지 않고 푸르고 올곧게 자라면서도, 봄에 연한 연둣빛 새싹을 내어 놓던 그 나무가 참 큰 위로였거든요. 마음의 정리가 필요할 때 걷던 수목원 산책길 ‘키작은 나무언덕’의 히어리도 참 좋아합니다. 봄이면 피어나는 조랑조랑한 꽃송이들, 기품 있는 단풍빛이며 수피..... 언제나 손 내밀던 좋은 친구였지요. 지금 일하는 국립세종수목원에 와서는 올봄에 심은 77가지 품종의 목련이 될 듯합니다. 지금은 어리지만 이 나무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언젠가꽃이 어우러져 필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니까요. 

지금 국립세종수목원의 초대 원장으로 계시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세요. 국립세종식물원을 소개해 주세요.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립수목원으로는 세 번째이지만, 도심형국립수목원으로는 처음 만들어져 지난해 10월에 문을 연 따끈따끈한 수목원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수목원이란 공원과는 달리, 식물자원의 안전한 피난처이기도 자연에서 잘 살도록 돕는 역할도 하며 이를 사람들에 자원으로 교육이나 휴식의 공간으로 제공해 주기도 하지요, 그래서 수목원에서는 모든 식물들이 이력관리가 되며 연구, 보전, 전시, 교육이 필수적인 기능입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지역적으로는 온대중부식물의 현지 외 보전시설인 동시에 정원문화의 중심으로 보다 가깝게 국민들과 만나서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거점이 되고자 합니다. 접근이 쉽다 보니 모처럼 나들이하는 곳에서 나아가 일상에서 수시로 찾아오며. 식물을 매개로 함께 소통하고, 체험하고, 전시와 행사를 개최하며 삶을 바꿀 수 있는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지요. 면적은 65ha, 축구장 90개 정도의 넓이고요.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사계절 온실인데 열대 온실, 지중해 온실은 이국적인 풍광이 물씬 풍기고요. 특히 특별전시실은 계절마다 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바꾸고 있는데 요즘 가장 힙한 정원 공간으로 아주 인기가 높아요. 전통 정원, 후계목 정원 등 20개의 전문 전시원과 수십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보니 몇 달 사이에 연간회원이 3천 명 가까이 늘어날 만큼 국민들이 좋아하세요. 심은 지가 오래지 않아 아직은 어린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나면 많은 분에게 위로의 장, 자연 공부의 장, 무엇보다도 내 삶을 초록으로 바꿀 수 있는 즐거운 정원 문화의 장, 나아가 우리나라의 정원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어떤 분들께 『내 마음의 들꽃 산책』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풀과 나무들에 호의를 가지고 선 듯,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계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열어 식물들과 가까워지도록 돕는 입문서 같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달 한 달 한장 한장 한 식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생기고, 식물 세상을 마음에 품는다면 좋겠습니다. 우정이 깊어지신 후에 만날 수 있는 더 깊이 있는 정보와 생각이 담긴 책들이 많으니까요. 




*이유미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서 풀과 나무와 인연을 맺은 이후, 평생 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광릉숲이 있는 국립수목원에서 연구사로 공직을 시작해, 원장으로 마칠 때까지 우리나라 식물명의 정리, 희귀 식물 보전, 한반도 식물지 사업 등 국가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들에 도전하며 식물 연구 기반을 다지고자 노력해 왔으며, 틈틈이 대중들에게 우리나라 식물들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리는 글을 쓰고 강연도 해 오고 있다. 지금은 새로 조성된 국립세종수목원의 초대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내 마음의 들꽃 산책     
      
내 마음의 들꽃 산책
        
이유미 글 | 송기엽 사진
        
진선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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