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독자를 감동시킨 ‘안내견 탄실이’가 돌아왔다
『안내견 탄실이』 고정욱 작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장애인을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힘으로 살아가고 싶어합니다.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요.(2021.02.24)
2002년 첫 출간된 『안내견 탄실이』는 우리와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웠던 장애인들을 생각해 보는 소중한 기회를 준 책이다. 출간 당시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심했고, ‘안내견’은 그저 시각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는 희생적인 존재로 인식되곤 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바뀌었고,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나 장애인 복지법 등 장애인 처우 개선을 위한 법들도 만들어졌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담아 ‘안내견 탄실이’가 예나와 함께 돌아왔다. 고정욱 작가는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이 남아 있지만 이 세상이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것이 다 20년 전에 『안내견 탄실이』를 재미있게 읽은 어린이들 덕분”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20년만에 예나와 탄실이가 독자분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남다른 기분이 드실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독자들이 안내견 탄실이를 오래도록 잊지 않고 사랑해 주었다는 사실이 가장 고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후속권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건강하게 20년 동안 작가 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감사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안내견학교가 여전히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무엇보다 기쁘고요. 안내견들이 사회 곳곳에서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 준다는 사실도 감동이죠.
20년 전 작품의 후속작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예나와 탄실이는 가상의 캐릭터지만, 혹시 작가님이 쓰실 때 참고하신 실제 모델이 있었나요?
탄실이 1권을 읽은 어린이들이 이제는 모두 성인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 삶에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듯이 오늘의 예나와 탄실이라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궁금증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에서 새롭게 쓰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개를 좋아했어요. 가장 기억이 나는 개는 까만 시고르자브종 까치입니다. 무슨 품종인지는 책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영특하고 사람 말을 잘 듣는 까치는 마당 안에 들어오는 쥐나 뱀, 바퀴벌레 등을 싹 다 잡는 멋진 개였어요. 불행하게도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지만 까치는 내 마음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개입니다. 탄실이가 바로 그런 까치와 같은 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0년 동안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책 속의 예나가 겪는 사건들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장애인을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힘으로 살아가고 싶어합니다.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요. 비장애인 여러분이 차별과 편견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얼마든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장애인 역시 직업이 있다면 얼마든지 제 삶을 꾸려갈 수 있습니다. 장애인의 일자리가 더 많아지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책을 보는 어린이 독자들의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가 되려면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어른보다 어린이 친구들이 더 건강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장애인이라고 특별히 신기해 하거나 이상하게 보지 않습니다. 저는 어린이들이 장애인과 자연스럽게, 가까이, 자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며 친구가 되고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이 가장 좋은 곳입니다. 많이 알아야 많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장애 를 다룬 관련된 책을 보거나, 장애 관련 봉사 활동을 하다 보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없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사고로 장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어떤 태도나 배려가 필요할까요?
스핑크스의 퀴즈를 보면 아침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인 게 뭐냐고 묻습니다. 정답은 사람이지요. 저녁에 세 발은 지팡이 짚고 걷는 불편한 노인을 말합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장애인이 된다는 뜻이지요. 다시 말해 장애는 남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장애인은 나의 미래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라본다면 차별이나 편견 없이 그들을 친구로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님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더 큰 책임 의식을 갖고 글을 쓰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관련 저작도 많습니다. 어떤 생각으로 집필하시는지요?
제 작품을 읽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서 작품 활동을 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감동적인 문학 작품은 죽을 때까지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안내견 탄실이’ 이야기를 읽고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면, 어른이 되어서 장애인을 차별이나 편견 없이 대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책을 쓰는 것이지요.
작가님의 글을 보면 언제나 독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은 쉽지 않은데요. 그분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은 삶을 살면서 희망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중증 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왔지만 못 할 거다, 어려울 거다, 힘들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말, 남과 비교하는 말. 그리고 과거를 후회하는 말. 이런 말보다는 더불어 사는 세상, 나와 주변에 긍정적으로 집중하고, 미래를 바라보며 사는 것이 희망이 있는 삶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정욱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문학 박사이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마음의 장애를 갖고 있는 청소년들, 가정불화와 학교 폭력,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1년에 300회 가까이 전국 초중고에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 진흥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2012년 제7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작품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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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고정욱> 글/<김동성> 그림9,900원(10% + 5%)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추천도서. 화가의 꿈을 키워가던 한 소녀가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시력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탄실이'라는 안내견을 만납니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길을 찾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지는 어린이 장편 동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