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위로 특집] '위로'가 필요한 순간, 추천하는 책!
<월간 채널예스> 2021년 2월호
그 책갈피들을 하나하나 거두며 우리가 확인하는 건, 저자가 ‘우울증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는 회복의 여정이다.(2021.02.15)
에밀리 넌 지음 | 이리나 옮김 | 마음산책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술에 의존하던 삶은 급기야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진다. 사랑하던 약혼자는 이별을 고하고,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는 내쫓기듯 나가야 한다. 삶이 이 지경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 책의 저자인 에밀리 넌은 불안하고 비통한 자신의 마음 상태를 SNS에 쏟아내기로 결심한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건 그 다음. 바닥을 보여준 글 탓에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확인한 댓글에는 친구들의 응원과 조언과 위로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저자는 그중 한 친구의 조언대로 요리를 하고 레시피를 모으며 삶을 되돌아보는 ‘위로 음식’ 투어를 계획한다. 추억을 공유하는 친척들,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들을 만나 그들이 어떤 레시피의 음식으로 일상의 행복을 맛보는지 기록하는 것. 『뉴요커』의 편집자로 일했고,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에겐 가장 몸에 맞는 출구 전략이었다. 그 흔한 음식 사진 하나 없지만, 음식이 지닌 위로가 행간에 넘쳐나는 유니크한 책이다.
톤 텔레헨 지음 | 김소라 그림 | 정유정 옮김 | 아르테
“우리 친구 맞지, 다람쥐야?” “응.” “각별한 친구?” “각별한 친구.” 간결하고 심심하지만, 상대에 대한 정서적 배려가 물씬 느껴지는 대화다. 만약 우리에게 이런 대화가 가능한 친구가 있다면 분명 행운일 것이다. 이 책은 위로가 필요한 요즘 사람들을 다독이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책 속에는 끊임없이 걱정을 달고 사는 우리를 빼닮은 동물 캐릭터가 가득하다. 우울해지고 싶은 거북이, 세상 모든 걸 알아버려서 머리가 무거워졌다고 믿는 개미, 넘어지고 싶지만 다리가 구부러지지 않아 슬픈 왜가리, 빨판 달린 여러 개 다리가 이상해서 속상한 문어 ?. 걱정으로 마음이 구겨진 친구들에게 다람쥐가 전하는 위로는 조금 특이하다. 남들 다 하는 듣기 좋은 말, 뻔한 충고는 없다. 대신 자기 생각을 진심으로 표현한다. 그 진심은 상대에게 결코 상처를 주지 않는다. 세상엔 좋은 말과 유용한 충고가 넘쳐나지만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 미소 짓는 친구, 가만히 어깨를 맞대고 온기를 나누는 친구라는 사실을 ‘위로 천재’ 다람쥐는 찬찬히 알려준다.
에마 미첼 지음 | 신소희 옮김 | 심심
박물학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재능 충만한 저자가 자신의 집 주변을 거닐며 관찰한 자연물에 대한 기록이다. 여러 분야를 종횡하며 활동하지만, 동시에 저자의 지난 25년은 ‘우울증의 블랙홀’에 빠진 시간이었다. 가벼운 무기력증에서 자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여러 얼굴과 대면하는 동안 한결같이 그를 위로한 건 자연이었다. 우울증을 극복하려 애쓰는 대신 어르고 달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택한 저자가 자연과 대면하는 방식은 매일매일의 산책이었다. 그리고 산책에서 발견한 자연물을 그리고 사진 찍고 채집했다. 산책이 상담 치료나 약 못지않은 치유 효과가 있다면, ‘냉이를 간단히 스케치하거나 상모솔새를 수채화로 그리는 것’은 산책만큼이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책 속에는 그렇게 기록한 스케치와 사진, 수채화들이 저자의 생생한 문장 사이사이에 책갈피처럼 꽂혀 있다. 그 책갈피들을 하나하나 거두며 우리가 확인하는 건, 저자가 ‘우울증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는 회복의 여정이다.
메건 더바인 지음 | 김난령 옮김 | 반니
“나는 심리상담사로서 업계를 대신해서 사과하는 일이 종종 있다. (중략) 슬픔이 전문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 의해 일상적으로 묵살되고 평가되고 처방되고 축소되는 기막힌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20년을 훌쩍 넘는 베테랑 상담치료사인 저자가 책 속에 묻어놓은 고백이다. 슬픔에 빠진 사람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어떻게 도움을 구해야 하는지 모른다. 슬픔을 다독이려는 사람은 그런 시도가 성공은커녕 더 불편한 경험을 안겨주기도 한다. 슬픔에 관한 한 모두가 패배자인 상황. 저자는 이 상황이 ‘우리가 슬픔을 다루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벌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과학적 사실, ‘마음 챙김’에 기초한 다양한 훈련을 통해, 슬픔이 아무 문제가 없고, 자연스러운 사랑의 연장이며, 상실에 대한 건강하고 온당한 반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다. ‘마음껏 슬퍼하게 두라.’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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