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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작가님은 ‘집필 머신’인가요? (G. 김금희 소설가)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69회) 『복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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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많은 작업을 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감들을 마치다 보니까 작품들이 모였고 작품들이 모이니까 안 낼 수가 없어서 책을 내게 됐고(웃음), 그러다 보니 너무 다작을 한 작가가 된 거예요. (2021.01.07)


왜 뭔가를 잃어버리면 마음이 아파? 왜 마음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아파? 

나는 일기장에 이런 말들을 쓰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그러다 12월에 접어들어서부터는 복자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쓰려고 했지만 그렇게 해서 고개를 숙이면 눈물이 너무 쉽게 나는 것 같아서 허리를 반듯이 세우고 고모의 전동타자기로 쓰기로 했다. 가장 먼저 자판으로 친 말도 복자에게, 였고 가장 빈번하게 쓴 말도 복자에게, 였다. 

김금희 소설가의 『복자에게』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김금희 소설가 편>

오늘 모신 분은 삶과 사람을 향한 애정을 담아 아껴 읽고 싶은 문장을 쓰는 소설가입니다. 신형철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애와 연대가 교차되는 지점에 가장 속 깊게 서 있는 작가”다. 김금희 소설가님입니다. 

김하나 : 드디어 작가님을 뵈었어요. 예전에 <오은의 옹기종기>에 나오신 적이 있으셨죠? 그때가 2018년도?

김금희 : 네, 『경애의 마음』 내고 오은 시인이랑 같이 방송을 했었어요. 

김하나 : 2년여 만에 다시 저희 <책읽아웃> 스튜디오를 찾아주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금희 : 일단 제가 팬인 김하나 작가님을, 온라인으로도 많이 봤지만, 실물 김하나를 보게 된 게 너무 좋고요(웃음). 그래서 요청이 왔을 때 무조건 한다고 했어요.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김하나 : 저야말로 신년을 맞아서 김금희 작가님을 뵈어서, (오늘은) 약간 팬미팅 분위기로 하겠다고 사전에 말씀까지 드려놨어요. 그래서 오늘은 파격적으로 시작하자마자 스피드퀴즈부터 들어가겠습니다. 오래 생각하지 마시고 바로바로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김금희 : 네. 

김하나 : 글은 오래 붙들고 있을수록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Yes or No?

김금희 : No. 

김하나 : 소설을 쓸 때 더 어려운 일은? 1번, 첫 문장을 쓰는 것. 2번, 마지막 문장을 쓰는 것. 

김금희 : 1번.

김하나 : 시간이 지날수록 선배 소설가로서의 책임감이 무거워진다. Yes or No?

김금희 : Yes.

김하나 : 내 소설의 등장인물 중, 실제의 나와 가장 많이 닮은 인물은?  

김금희 : 필용? (웃음)

김하나 : 내 소설의 등장인물 중, 내가 가장 이상적인 인간으로 꼽는 인물은? 

김금희 : 양희? (웃음)

김하나 : 나의 202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하나의 문장으로 말한다면? 

김금희 : 분투. 

김하나 : 나의 2020년은 ‘분투’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그러실 것 같기도 하고, 너무나 희한한 한 해였죠. 

김금희 : 2020년을 겪은 모든 분들께 정말 박수를 크게 보내드려야 해요. 저희가 경험한 적 없는 일상들을 맞이하면서 어쨌든 지켜야 하는 질서들이 있으니까, 그걸 또 감내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고. 저 역시 작품을 쓰는 것 이외에도 작가로서 뭔가를 외쳐야 하는 순간도 있었고, 마감들을 해치워야 될 순간들도 있어서, 뭔가 분투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김하나 : 2020년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처음 겪는 수많은 것들이 많이 있었던 해였지만, 특히나 김금희 작가님께는 2020년 1월부터 정말 ‘무슨 이런 일에 내가 휘말리게 되었나’ 싶으셨을 것 같아요. 오늘 팬미팅이라 그래놓고 이 이야기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가 있었고. 저는 너무 궁금한 게, 표현이 조금 저급해서 죄송하지만, 너무 쫄리지 않으셨어요? 온갖 왈가왈부와 언론에서의 시끌시끌함과... 등등이 시작될 거라는 걸 예상하셨나요? 

김금희 : 아뇨, 예상을 못했죠. 제가 그때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갔는데요(웃음),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런데 저는 일단 굉장히 화가 많이 났고, 내가 정당한 요구를 하는데 전혀 듣지 않는 것에 너무 화가 났고. 두 번째는 그걸 듣지 않는다는 건 계속 그렇게 하겠다는 거구나, 해서 그게 너무 절망적이었기 때문에 하룻밤 내내 고민을 하다가 이야기를 한 거죠. 무엇보다 그게 계속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되게 컸어요. 

김하나 : 그러니까 이것은 한 작가의 조용한 선언 정도가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셨는데 어마어마한 사건이 된 거였군요. 

김금희 : 네. 그 일이 그 후로도 저 개인적으로도 많이 힘든 순간들이 많더라고요. 그것까지는 내가 예상을 못했구나, 약간 그런 생각도 했어요. 

김하나 : 그러면 이렇게 여쭤볼게요. 후회가 될 때도 있으셨나요? 

김금희 : 후회가 되지는 않았는데, 왜냐하면 시정하겠다는 답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후회하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저희 작가들이 잃어야 했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그때는 마음이 되게 많이 약해지기도 했죠. 많이 울기도 했고요. 

김하나 : 정말 힘든 시기가 2020년의 초반에 있었고. 그러고 난 뒤에 『복자에게』 집필이 들어간 건 언제쯤이었나요? 

김금희 : 그때도 이미 집필하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정상 궤도로 올라와서 작업을 해야 했었는데 또 그게 쉽지는 않았어요. 

김하나 :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기자들한테 전화도 계속 걸려오고 내가 계속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있고 이럴 때...

김금희 : 네, 그것도 그렇고. 일단 굉장한 환멸감 같은 게 들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그 상이 운영되어 왔던 잘못된 것들이 다른 분들 통해서 전해질 때, 그럴 때 뭔가 내가 (일)하고 있는 이 세계, 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조금 싫어지기도 했고요. 솔직히. 물론 누구나 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해서 개인으로서의 인생을 갈아 넣지만, 작가도 만만치 않게 갈아 넣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 세계에서 가장 오래 권위를 유지해 온 어떤 분야에서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해왔다고 하니까 조금 충격이었어요. 그 마음을 어떻게 빨리 추스르느냐가 저한테는 되게 숙제였죠. 

김하나 : 독자로서 말씀드리자면 너무나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 파장을 예상하지 못하셨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정확히 발언을 하고 ‘좋은 게 좋은 거지’로 넘어간 게 아니었잖아요. 그것을 정확하게 말씀을 해주신 게 너무 멋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김하나 : 2018년에 <오은의 옹기종기>에 나오시고 난 뒤에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저작들이 있었어요. 그때 『경애의 마음』 나오고 난 뒤에 나오셨죠? 그 다음에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가 나왔고 『나의 사랑, 매기』도 나왔고 『오직 한 사람의 차지』도 나왔고 『복자에게』도 나왔어요. ‘집필 머신’이신이가요? 

김금희 : 그러게요. (웃음) 그때 방송에 나왔을 때 정말 지쳐서 왔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오은 시인이 맛있는 걸 사줘서 그걸 저녁에 먹고 힘을 내서 갔던 기억이 있는데(웃음). 그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많은 작업을 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어떻게 마감들을 마치다 보니까 작품들이 모였고 작품들이 모이니까 안 낼 수가 없어서 책을 내게 됐고(웃음), 그러다 보니 너무 다작을 한 작가가 된 거예요. 

김하나 : 정신을 차리고 보니(웃음).

김금희 : 네, 사실 첫 장편은 그렇게 빨리 나온 게 아니잖아요? 9년 차, 그때 나왔으니까. 그런데 그 뒤로는 되게 다작하는 작가로 발전해 온 것 같아요(웃음). 

김하나 : 처음에 데뷔를 하신 게 2009년이었습니다. 보통 독자들은 ‘등단을 했으면 그 사람은 소설가가 된 거야, 그리고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그게 묶이면 책이 나오는 거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김금희 : 네.

김하나 : 등단을 했으나 ‘내가 소설가가 맞나?’ 싶은 시기 같은 것들이 누구에게나 있었던 것 같은데, 작가님의 경우에는 그 기간이 긴 편이었나요? 

김금희 : 네, 왜냐하면 첫 책이 5년 있다가 나왔기 때문에...

김하나 :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이 2014년에 나왔죠. 

김금희 : 네. 그 사이에 청탁이 하나도 없으면, 그게 2년 가까이 됐는데, 2년 동안 제가 작가인지를 잘 모르겠는 거예요. 왜냐하면 작가는 계속해서 작품을 발표하고 어떤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책을 모으고, 이런 루틴을 가져야 되는데 그런 게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시간들이 사실 작가들한테 편차는 조금 있지만 늘 주어지고, 저한테는 그게 조금 길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그러면 그때는 뭐하셨어요? 청탁도 없겠다, 뭔가 혼자 작업 같은 것들을 하고 계셨나요? 

김금희 : 네, 그때도 매일 썼어요. 너무 놀랍죠? (웃음) 

김하나 : 너무 놀랍네요. 세상에.

김금희 : 그때는 아무도 안 기다리니까 단편 하나를 6개월에 걸쳐서 썼어요. (웃음)

김하나 : 그때 쓰셨던 단편들은 지금 세상에 나왔나요?

김금희 : 그때 썼던 건 거의 버렸고요. 이제는 투고를 해야겠다, 라는 목적을 가지고 쓴 건 두 작품 정도는 발표가 됐어요.

김하나 : 아까 스피드퀴즈 할 때 ‘글은 오래 붙들고 있을수록 좋아진다고 생각한다’에 ‘No’라고 하셨는데, 6개월간 단편을 써보시고 내린 결론일 수도 있겠네요. (웃음)

김금희 : 그렇죠. (웃음) 그때 장편도 썼어요. 그런데 앞부분 쓰다가 포기했어요. 어쨌든 뭔가를 쓰고 있어야 내 스스로 작가라는 걸 증명해주는 거니까 정말 매일 같이 썼고, 되게 바쁜 척 했어요. (웃음) 지금 이걸 쓰느라고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웃음) 일부러 꾸며낸 게 아니라 실제 마음은 되게 바빴어요. 약간 가라앉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던, 그런 거에 가까운 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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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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