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요즘 나의 관심사는 이것 - 불현듯, 프랑소와 엄, 캘리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66회)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페미니스트 비긴스』, 『뭐든 다 배달합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0.12.17)
불현듯(오은): 오늘 주제는 ‘요즘 나의 관심사는 이것!’이에요. 캘리님께서 제안을 해주셨다고요?
캘리: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었고, 그 책을 고른 이유가 이 주제이기도 해서 제안을 드렸죠.
프랑소와 엄: 책을 고르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이었어요.
김현수 저 | 덴스토리(DENSTORY)
부제가 ‘우리가 놓치고 있던 아이들 마음 보고서’예요. 코로나로 인해 가장 힘들어진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아닐까 싶어요. 학교라는 공간은 아시다시피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여기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기도 하는 곳인데요. 그런 것들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라 이들의 마음을 살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고요. 우리나라 최초의 치유형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을 개교해 19년 동안 운영 중이시라고 해요. 책 앞부분에 작가님이 본인이 상담하는 아이들의 말을 모았다가 그들의 목소리로 적은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을 읽는데 책에 확 몰입하게 됐어요. 한 번 들어봐주세요.
대화를 요청합니다. 제발, 물어봐주세요. 우리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우리들 마음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그저 잘하라고만 하지 마시고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고만 하지 마시고 스마트폰 그만하라는 이야기랑 더 이상 놀지 말라는 이야기만 하지 마시고 이제라도 물어봐주세요. 우리에게 코로나는 무엇이었는지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 마음이 어떤지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가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봐주시고 들어주세요. 어른들은 우리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이 중지된 상태인데 부모님은 뭐라고 해요? 공부하라고만 하잖아요. 거기서 아이들은 더 답답함을 느끼는 거예요. 만약 학교에 간다면 그나마 또래들과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집안에서는 단순히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에게 꾸중을 듣고요. 그러면 불안감이 올라가게 되고, 자기 비난의 횟수도 늘어난다고 해요. 한 중학생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요. “집에만 있으니 죽을 것 같아요. 친구를 못 만나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그냥 모두 다 함께 코로나 걸리기로 하고, 학교도 열고, 친구도 만나고, 소리도 같이 지르고, 뛰어다니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메신저에서도 보지만 진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친구들을 못 만나는 것의 괴로움을 모르는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아요.” 이런 초유의 상황이 어른들만큼이나 아이들에게도 문제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다가갈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해요.
이은하 저 | 오월의봄
믿고 보는 출판사 중 한 곳의 책이라 읽게 됐습니다. 우선 ‘사람, 사회, 관계에 관심이 많다’는 저자 소개글 첫 문장에 꽂혔는데요. 제가 ‘행복은 소유의 양이 아니라 관계의 질에 있다’는 정수복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거든요. 그만큼 관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많이 갖는 것 같아요. 저자 분은 ‘서울여성의전화’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여성긴급전화1366에서 상담을 하며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체감하셨다고 해요. 이후에도 지역의 여성들을 만나는 일을 꾸준히 하셨다고 하고요. 지금은 생애사를 쓰고, 교육하는 일을 하신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제목에 들어간 ‘비긴스’라는 말이 말하는 것처럼 페미니즘을 어떻게 알게 됐고, 어떻게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페미니스트 여성들을 인터뷰해서 알아보는 책이에요.
첫 번째로 소개된 유숙열 선생님은 아버지의 성(姓)과 자신의 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페미니스트가 된 것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러면서 이분의 삶에 있던 여러 이야기들을 하는데요. 이 책의 특징은 이 사람이 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 계기부터 시작한다는 거예요. 지금 이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어떤 페미니즘 활동을 했는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밝히기보다 그냥 그 사람의 이름을 호명하고 그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거죠.
저는 제게 특별한 피해 경험이 없는데도 왜 여성 문제에 예민한 사람이 되었는지 항상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 책을 보니까 내가 왜 이런 문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가 명확해졌어요. 여기 등장하는 분들이 아주 독특한 삶을 살아서 여성 운동을 하게 된 것은 아니거든요.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책을 보면서 많이 했는데요. 박이경수 선생님은 이런 말을 해요. “내가 만약 여성 운동가가 되지 않았다면 소소하게 만족하며 사는 성격이라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을 거예요. 별로 사고도 안 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페미니즘을 접하고 나서 사고하는 사람이 됐어요.” 일상 속에서 어떻게 페미니즘을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다른 얘기가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는 거니까요.
김하영 저 | 메디치미디어
김하영 저자는 기자로 오래 활동을 했고요. 올해 초부터 플랫폼 노동을 했어요. 책은 노동을 하면서 겪게 된 일들을 얘기하면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 현실이 어떻게 다른지 날카롭게 보여줘요. 우선 ‘쿠팡’ 물류센터에 출근을 하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여러 직무 중 물품을 출고하기 위해 창고에 저장된 물건을 꺼내는 역할을 맡아요. 놀랍게도, 출근 첫 날 바로 일에 투입이 됐어요. 사실 노동자는 창고의 구조나 운영 방식 같은 건 고민할 필요도 없었죠. 노동자에게는 스마트 단말기가 하나씩 주어지는데요. 그것이 알려주는 대로만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저자는 일하는 내내 ‘생각이라는 걸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해요. 인간은 팔다리일 뿐이고, 머리는 인공지능이니까요.
그러다 저자는 ‘배달의민족’ 커넥터 일을 하게 됩니다. 막 기사도 났었잖아요. 라이더가 월 450만원을 번다, 이런 내용이요. 하지만 저자는 안전하게, 교통 신호를 지키면서는 할 수 없는 수입이라는 걸 체감해요. 길에서 많이 보시죠? 신호 무시하고 가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이요. 너무 위험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밖에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경쟁자가 너무 많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일이니까 빨리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이라서요. 책에 따르면 2019년 1월에서 4월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107명이라고 하는데요. 2020년 같은 기간에는 123명이 사망했대요. 너무 무서운 숫자예요. 그런데 너무 조용한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값이 너무 싼 것 같아요. 일하면서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이렇게 질이 낮은 노동이 많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저자는 이걸 '부스러기 노동'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사회가 점점 소수의 고액 연봉자와 수많은 부스러기 노동자들로 점점 바뀌는 거죠. 이게 핵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이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돼요. 빨리,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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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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