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초등생의 진짜 심리가 궁금하다면”
『초등생의 진짜 속마음』 김선호 저자 인터뷰
자녀의 공부에 대해서 부모의 역할은 ‘감시’도 아니고 ‘방임’도 아닙니다. ‘관리’입니다. 우리 아이가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 매일 정해진 분량을 ‘관리’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10.13)
『초등 자존감의 힘』의 저자 김선호 선생이 이번에는 초등생들의 ‘자아 욕망’과 ‘저항 심리’를 분석한 책으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교실 속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초등 자존감 키우는 법에 관해 알려줬다면, 이번 책에서는 ‘초등생의 속마음’이라는 키워드로 자존감 기저에 깔린 아이들의 무의식과 숨은 욕망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초등교육 전문가이자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서, 그리고 또래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아이들의 언어적·비언어적 행동을 면밀히 포착하여 초등생들의 심리에 좀 더 섬세하게 다가가고자 했다.
『초등생의 진짜 속마음』이라는 책을 쓰시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숨은 심리를 어떻게 그렇게 잘 파악하시는지 비결도 궁금하고요.
『초등생의 진짜 속마음』은 우리 아이들의 무의식에 내재된 진짜 욕망을 학부모님들께 안내하기 위해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그나마 아이들 자신의 내면을 쉽게 부모에게 오픈합니다. 하지만 중학년(초3)이상 되면서 어느 순간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취사선택을 하는 것이지요.
제가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과정은 단순합니다. 오랜 시간 관찰합니다. 아이들은 교실 뒤편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씁니다. 운동장 한 모퉁이에서 자기 자신을 드러냅니다. 짧은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들 속에 자신의 내면을 방어기제 없이 오픈합니다. 그 순간을 알아채려면, 자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이들만 바라보는 시간의 확보가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있는 시간 동안 가급적 학교 업무(보직업무, 공문처리 등)를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을 관찰하고 인식하는데 소비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러한 담임교사의 시선 안에서 아이들은 안전감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올해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초등 자녀들을 두신 학부모님들은 집이 전쟁터나 마찬가지였을 텐데요, 선생님은 교육자이자, 학부모로서 자녀들과 집에서 어떻게 함께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와 아이와의 관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단지 아이 입장에서 학교 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을 뿐이지요. 교사가 아닌 부모로서의 제 역할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똑같습니다. 사춘기 자녀에게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보장해주고, 틈나는 대로 대화하고, 아이의 진로에 대해 같이 고민해줍니다. 무언가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지원 또는 허락해주고 가이드라인을 정해줍니다. 무엇보다 집에 대해 안전감을 느끼도록 신경 씁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뒤처지지는 않을지, 자신의 역할들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는 있습니다. 중요한 건 염려와 불안으로 교육을 만들어나가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약간의 ‘긴장감’ 정도면 충분합니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과정이 부모로서 가장 수위를 조절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 조절감은 부모로서 ‘성찰’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유지됩니다. 부모 자신의 일상생활 패턴이 흐트러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지요. 아이의 생활패턴을 관리하기에 앞서, 부모 자신의 생활 패턴을 살펴보시기를 권합니다.
책에 ‘엄마를 화나게 만드는 아이’에 관한 장에서 아이가 엄마를 일부러 화나게 할 때가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럴 때 아이의 심리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아이가 부모를 화나게 만들 때, 그 과정이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닌지를 그 순간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일부러 화나게 하는 부분 또한 사실 무의식적인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이 자신도 일부러 그런다는 생각을 못합니다. 중요한 건 부모의 반응입니다.
‘화’는 일종의 감정입니다. 감정은 어떻게든 ‘표현’하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결국 ‘화’또한 ‘감정표현’으로 인식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해야 합니다. 표현하지 않고 그냥 참고 있기만 하는 건 올바른 감정표현이 될 수 없지요. 가장 기본적인 표현은 ‘화가 난다’고 얘기해주는 겁니다. 덧붙어 어떠한 것들 때문에 화가 난다고 구체적으로 말해줍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화난 이유를 말해준다고 해서 아이들의 행동패턴이 한 순간 바뀌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행동패턴이 바뀌기 위해서는 ‘습관’이 되어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문제는 부모 입장에서 ‘화’를 이만큼 냈으면 좀 아이가 말을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착각합니다. ‘화’는 그저 ‘감정표현’일 뿐입니다. 나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상대방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어찌 보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겁니다. ‘화’는 그저 그 순간 ‘감정표현’을 통해 풀어내면 그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화를 냈으면’ 아이가 변화하고 바뀌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화’는 그저 ‘감정표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온라인 수업 들으라고 스마트 기기를 사줬더니, 그걸로 엄마를 속이고 자꾸 다른 걸 하고 있어요. 무섭게 혼내기도 하고 애원하면서 달래보기도 하는데 소용이 없네요. 이럴 때 강제로라도 감시하면서 공부시켜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알아서 하게끔 둬야 하는 건가요?
하지 말아야 할 방법들만 나열하신 듯합니다. 무섭게 혼내는 일은 정서적으로 공포와 무력감, 수치감을 줍니다. 자녀에게 애원하는 과정은 ‘화’를 내는 것보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부모가 애원할수록 아이는 ‘폭군’이 됩니다. 강제로 감시하며 공부시키는 것은 자율성의 손상을 가져오고, 알아서 하게끔 두는 것은 ‘방임’이 되지요.
부모 중 한 분이 집에 함께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학교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스마트 기기를 부모님이 가져가시면 됩니다. 혼내실 필요도 없고, 애원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게 온라인 수업 가정 규칙이라고 알려주고 그 규칙을 부모가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많은 이유를 만들어 스마트 기기를 쥐고 있으려 시도할 겁니다. 흥분하거나 달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그냥 ‘안 된다’ 짧게 그리고 단호하게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자녀의 공부에 대해서 부모의 역할은 ‘감시’도 아니고 ‘방임’도 아닙니다. ‘관리’입니다. 우리 아이가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 매일 정해진 분량을 ‘관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그 관리의 시간이 부모 입장에서 여간 귀찮고 답답하고 힘들기 때문에 꾸준히 유지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마다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 아이의 학습능력 상황에 따라 매일 정해진 분량을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정해진 분량을 했는지, 못했으면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환경을 개선, 보완해주는 역할을 매일 하시기 바랍니다. ‘관리’가 없으면 부모로서의 ‘직무유기’입니다.
책에서 ‘엄마가 외로워져야 아이의 진짜 욕망을 알 수 있다’는 말을 강조하셨는데요, 엄마가 외로워지는 것과 아이의 진짜 욕망이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엄마가 외로워진다는 건, 자녀와 분리를 하라는 의미입니다. 자녀와 분리할수록 필연적으로 외로움이 동반됩니다. 여기서의 외로움은 ‘고독’에 가깝습니다. 그 과정의 두려움을 지나면 그제야 엄마도 어른이 됩니다. 진짜 독립적인 ‘자아’를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자아를 만난 부모의 아이들은 자신의 진짜 욕망을 추구하게 됩니다. 엄마가 ‘엄마’라는 존재가 아닌 ‘나’라는 자아를 만났듯이, 아이들도 자기 내면의 진짜 욕망을 추구하고픈 열망을 느끼게 됩니다. ‘고독’할수록 진짜 자아 욕망을 잘 보게 됩니다. 그리고 상처받은 아이에서 용기를 낸 어른이 됩니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시고, 부모가 아닌 ‘나’를 바라보는 성찰의 여정을 꼭 누리시기 바랍니다.
올해 학교 수업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아이들이 1학기 내내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하지 못한 상태일 텐데요, 이제 올해도 몇 달 안 남은 상황에 2학기에는 아이를 어떻게 학교 수업에 적응시켜야 할지, 혹시나 아이가 짧은 기간 동안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하고 상처만 받는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
가정마다 상황이 많이 다를 겁니다. 각각의 상황들이 다르더라도 일관된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가정의 안정감(안전감)입니다. 어떻게 공부를 시킬지, 친구들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로 우왕좌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단 ‘우리집’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눈을 감고 잠시 ‘우리집’을 떠올렸을 때 포근하고, 안전하고, 쉴 수 있는 그런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줍니다. 아이의 정서는 바로 학습에도 영향을 주고요. 일단 집이라는 공간이 자녀에게 안전감을 주는지 먼저 확인하시고 그렇지 않은 요소들이 있다면 그것부터 하나씩 제거 혹은 수정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남은 2학기 학교생활도 대분 온라인과 등교를 병행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중에서도 온라인에 의존하는 비중이 2/3정도 될 겁니다. 공부는 어떻게 하지? 친구 관계는 어떻게 하지? 모두다 아이와 상관없는 불안입니다. 질문을 이렇게 바꾸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의 존재감은 어떻게 하지’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염려입니다. 아이의 존재감, 자존감에 신경써주시기 바랍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자아를 돌아보는 여정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자아를 돌보는 시간이 줄어들면 ‘자존감’은 당연히 낮아집니다. 아이가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누군가 자신을 바라봐주고 대화해주는 순간입니다. 자녀의 이름을 자주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관심어린 시선과 함께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불러줄 때 자존감은 유지됩니다.
당장 중학교 입학을 앞둔 6학년 학부모들은 올해 대면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이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앞으로의 입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난감할 듯한데요, 이럴 때 엄마들이 아이 공부를 어디까지 시켜야 하는 건지, 엄마로서 집에서는 어떻게 보충학습을 시키고 지도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6학년에게 중요한 건 중학교 입학이 아닙니다. 초등 졸업입니다. 즉, 인생에 있어 초등학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시기입니다. 이 마지막 시기를 어떻게 잘 마무리 했느냐가 바로 새로운 출발점을 어떻게 맞이하게 되느냐를 결정짓게 됩니다. 중학교에 가면 중간 기말고사가 있다는 말로 아이를 몰아가면서 입시의 시작을 알리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보다는 지난 6년간 초등생활하면서 가장 후회된 것은 무엇인지, 아쉬운 것들은 없는지, 남은 기간 동안 그 아쉬움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이야기 하고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무리가 아름다워야 새로운 출발에 아쉬움이 없습니다. 6학년이 지나면 사회적으로 공식적인 청소년기에 들어갑니다. 그래도 아직 ‘아이’라는 특권을 지닌 마지막 몇 개월, 아이에게 초등시기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학습에 대한 부분은 4번의 인터뷰 질문에서 이미 다 말씀드렸습니다. 3학년이든, 4학년이든, 5학년이든, 6학년이든 똑같습니다. 코로나가 있든 없든 상관없습니다. 그냥 오늘 정해진 분량을 잘 하고 있는지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그 관리는 그냥 무던하고 지루한 과정이고 일상입니다. 그 이상 어떤 특별하고 쉽고 효율적인 과정을 찾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가 몇 안 되는 천재가 아닌 이상 없습니다. 다행이 그런 천재는 정말 몇 명 안 됩니다. 다 비슷한 상황이라는 거지요. 차이는 오늘 하루 정해진 학습량에 대해 부모가 ‘관리’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김선호 초등교육 전문가. 작은형제회 수사였으며,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부산교육대학교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 유석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교육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 KBS1 라디오 〈라디오 매거진 위크 앤드〉 ‘마음이 자라는 교실’ 코너에서 초등학생 자녀 교육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김선호의 초등 사이다〉를 통해 ‘초등 학부모가 알아야 할 100가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초등 자존감의 힘』, 『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초등직관수업』, 『내 아이는 괜찮을까』, 『조금 달라도 괜찮아』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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