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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집콕 기간엔 랜선 인문학 여행!”

『랜선 인문학 여행』 박소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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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헤밍웨이, 괴테, 디킨스. 이들의 굴곡진 삶을 알게 되면, ‘멘탈 면역주사’를 맞은 느낌이 드실 거예요. (2020.09.21)


『랜선 인문학 여행』은 네이버 오디오클립 여행 부문에서 구독자 수로 압도적 1위인 ‘리얼인문학’의 박소영 대표가 펴낸 첫 책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4명의 거장 ‘고흐, 헤밍웨이, 괴테, 디킨스’와 함께 인문학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그들의 삶과 작품을 알아가는 이 책은 ‘인문학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대중들의 마음속 진입장벽을 가볍게 무너뜨린다. 

‘평범한 사람을 예술가로 만든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 여행은, 대작가들이 치열하게 사랑하고 혼을 다해 집필해나간 장소들을 따라간다.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이 4명의 뜻깊은 장소 24곳을 돌아보다 보면, 모든 장소에 그 사람만의 고뇌와 열정이 영혼처럼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명작의 탄생 배경과 작품에 숨겨진 후일담들이, 마치 작가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해주듯 편안한 입말체로 전개되어 더욱 생생하고 쉽게 전달된다.



인문학과 #랜선여행을 하나로 결합한 콘셉트가 재미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마음 편히 못 가는 때에, 정말 시의적절하게 나온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유홍준 교수님의 추천사도 매우 인상적이고요. (“어려운 인문학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걸맞은 랜선 인문학으로 탄생했다”)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문학 강사라는 직업을 갖기 전부터 인문학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인문학의 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뒤 강사가 되어 인문학의 재미를 전달하는 메신저로 지내왔지만, 경험을 되살려보면 항상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인문학은 따분하다, 재미없다, 지루하다”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계셨거든요. 그걸 깨는 게 저의 목표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인문학을 전달할까 고민하다가 여행을 접목해 강의해보았고, 반응이 상당히 좋아서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책도, 이 내용들을 하나로 묶고 싶던 차에 좋은 기회가 찾아와 출간하게 되었지요.

코로나19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여행’에 대한 갈망과 갈증이 더 심해지는데,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여행의 아쉬움도 달래고, 인문학이 가진 강력한 힘인 ‘힐링’을 함께 체험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이 진행하시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리얼 인문학 여행’은 여행 부문 압도적 1위일 정도로 인기가 있는데요. “통째로 외워버리고 싶은 강의다!” 등의 칭찬일색이고요. 이렇게 오랜 기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방송이 된 비결이 있나요? 

고전문학, 예술 분야는 누구나 알고 싶지만 막막한 분야일 겁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고요. 많은 분들이 작정을 해서 고전을 읽고 그림을 보아도, 막상 ‘내가 맞게 이해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고전과 예술을 ‘어떻게 느껴야 하나’ 하는 고민에서, 여행지와 엮어 짧고 간결하게 가이드 하는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재밌게 들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즐겁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결이라고 하기엔 조금 쑥스럽지만, 유식하고 ‘있어 보이게’ 또는 어려운 용어들을 써가며 말하는 것을 부수고, 쉽게 ‘너와 나의 일상 언어’로 전달하기 때문에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쉽고 재밌는 인문학’이란 어떤 것인가요? 또 인문학 하면 ‘어렵다’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에게 하고픈 말씀이 있다면요?

‘알아간다’라는 희열은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이 가진 고유한 기쁨입니다. 하지만 그 기쁨을 막는 것이 바로 ‘어렵다’는 느낌일 거예요. 초등학생이 들어도 할머니가 들어도, 바로 이해가 갈 만큼 풀어내는 것이 쉽고 재밌는 인문학입니다. 일부만이 향유하는 갇힌 학문이 아닌 정말 모든 분들이 공유할 수 있는 쉬운 인문학이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쉽게 풀어도 ‘왜’ 배워야 하는지 ‘왜’ 읽어야 하고 ‘왜’ 감상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못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그 부분에서 다시 어렵다고 느끼시는 것 같고요. 저는 인문학을 우리 일상과 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다’라는 말은 따지고 보면 ‘삶과 연결이 안 된다. 공감이 안 된다’이기도 하거든요. 인문학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인문학은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내가 몰랐던 나의 가치에 대해 눈뜨게 해주는 ‘삶에 관한 학문’이라는 걸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그걸 느끼기 위해 마음을 열고 느긋이 느리게, 스스로를 열어 보려는 자세로 함께하면 더욱 좋고요.

많은 예술가들, 작가들 중에서 특별히 고흐, 헤밍웨이, 괴테, 디킨스를 고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또 이들의 어떤 점이 독자들에게 매력적일까요?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 특히 SNS로 도배된 이 사회는 전부 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소외된 느낌과 박탈감이, 누구에게나 어느 특정한 순간에 몰려오게 마련이지요. 지금의 세상은 아직 우리 유전자가 학습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고, 이런 느낌은 인류에게 낯설기 때문에 더욱 참담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순간에 대비해 ‘멘탈 면역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저는 가장 좋은 게 ‘인문학에서 만나는 거장들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거장들이 그렇지만 제가 고른 4명의 예술가들은 보통 사람들이 넘볼 수 없는 끈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해 역사상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사람들입니다. 일생을 고통과 함께하면서도 어마어마한 노력을 멈춘 적이 없는 예술가들이죠. 천재들의 삶이라고 쉬울까요? 노력 없는 천재는 아무런 결과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적게 일하고 쉽게 일하고 그저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남들의 삶을 보는 것이 불편한 분들이 요즘 많을 텐데요. 이 예술가들의 삶은 그 과정들 자체로 감격스럽고 존경심을 가지게 합니다.

저는 이 책에서 우리가 흔히 알던 고흐, 흔히 알던 헤밍웨이나 디킨스가 아닌 다른 모습의 거장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습니다. 모든 예술가들도 결국 가족의 사랑이든, 연인의 사랑이든 ‘사랑’ 때문에 성공하고, ‘사랑’ 때문에 무너진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작가님이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많이 알게 되면서 느낀 한 가지가 있다면 (그들의 삶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문학은 짧게 요약하자면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류에게 가장 밀접하고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사랑 그리고 죽음이니까요. 특히 예술가에게 ‘사랑’이란 창작의 원천과 재료가 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하고 어떻게 조절하는지가 중요하지요. 

위대한 예술가들은 사랑의 감정에 놀라우리만큼 솔직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때 사랑을 일상생활, 즉 현실 속 이성이 아닌, 작품에 쏟아부을 때 좋은 결과물들이 만들어지는 예들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사랑을 할 때든 사랑을 잃었을 때든 그 기쁨과 상실의 감정을 어디에 쏟아붓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도덕적으로 욕을 먹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예술 속에서 작품으로 탄생할 수도 있는 예들을 보면서 저도 상당히 흥미로웠지요. 

작가님은 “예술작품은 그 어떤 것보다도 힐링의 스펙트럼이 넓고 깊다”고 하셨는데요. 예술의 어떤 점이, 또 예술가들의 어떤 점이 우리를 힘든 삶으로부터 구출하고 즐겁게 하는 것일까요? 

예술가들이 지닌 마음의 결은 훨씬 더 풍부하고 감성이 가득합니다. 그 근원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불안’에 있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 자체가 불안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평생 괴롭게 싸워야만 했던 ‘불안’과 ‘고독’ 같은 내재된 악마를, 끊임없이 노력해 보석 같은 작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이지요. 하지만 예술가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겐 ‘불안’과 ‘고독’이라는 감정이 내재해 있습니다. 예술가와 우리의 차이는 그 감정들이 큰지 작은지의 차이지요. 예술가의 삶을 알고 작품을 볼 때면 ‘왜 나만 이럴까’ 같은 자괴감의 감정 대신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연대의 감정이 듭니다. 또 이 감정은 우리의 불안과 공포를 훨씬 더 줄여주지요. 우리가 예술작품을 볼 때 치유받는 느낌을 받고, 나도 모르게 내 삶을 긍정하게 되는 것은 예술가들의 커다란 불안과 극복이 우리를 감싸기 때문이지요.

작가님은 “고흐, 헤밍웨이, 디킨스, 괴테의 삶을 통해, 우리는 절벽 같은 삶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고 말씀하셨어요. 이 거장 4명이 각각 고통을 이겨낸 방식을 한마디로 한다면 무엇일까요?

고통을 이겨내는 방식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렇습니다. “스스로를 믿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계속하는 것”이죠. 네 명의 삶을 통해 여러분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을 타개해나갈 방법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박소영

리얼인문학의 대표로, 문학과 예술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 TV 방송 등 수많은 곳에 출강하며 “지루한 인문학이 매일 배우고 싶을 만큼 재밌어졌다!” “들으면 살아갈 힘이 생기는 마법의 강의”라는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인문학을 쉽게 알리는 메신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문학과 예술이 주는 지적 희열을 만끽하도록 돕고 싶다.

예술가들의 장소에서 그 시대를 살아보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한 순간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동경해온 거장들의 창조적 영감이 된 장소, 명작의 탄생 배경이 된 장소를 함께 거닐어보는 이 책을 통해, 내가 그랬듯 응원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와 즐거움을 얻기를 바란다.




랜선 인문학 여행
랜선 인문학 여행
박소영 저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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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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