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정 “버려진 이를 지키는 소설”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문서정 저자 인터뷰
소설 속 인물들의 통증을 마주보면서 이 시대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인식하고, 섬세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 08. 19)
문서정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가 도서출판 강에서 출간됐다.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는 ‘버려짐’이라는 삶의 비극을 이해하려는 안간힘이자, 그 안에서 작동하는 인간 욕망의 복잡성을 정면으로 응시하려는 소설적 성찰의 이야기이다.
수록된 여덟 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오늘 어떤 상처가 내려앉고 또 어떤 오명을 얻었건 내일을 살아가는 방법을 구사한다. 이들은 온갖 상처와 오명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문서정은 그렇게 ‘버려짐’이 비극의 드라마로 고착되지 않고 생존의 기술로 전복되며,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열릴 수 있는 지점을 집요하게 찾아간다. 문학의 효용성이라는 게 정말 있다면, 그 본질은 이 지점에 있을 거라고 믿는 만큼 문서정의 소설들은 반갑다.
첫 소설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는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하고 바라는 점은 있는지요?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상처를 가진 인물들, 또는 가난하여 집을 갖지 못했거나 죽음을 선택할 생각까지 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겁고 씁쓸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레일 위의 집」과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는 오히려 빠르고 경쾌하게 읽혀질 겁니다. 「밀봉의 시간」도 인물들의 삶과 세계관, 인물들 사이의 연대, 단절, 사랑, 우정이나 배신과 질투 등을 보여주면서 지금의 사회상을 부드러우면서도 예민하게 그려냅니다. 수록작 모두 소설 속 인물들이 외롭고 힘들지만 어디든 새로운 길은 남아 있지 않을까,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면 심리에 동화되어가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할 때엔 박수를 쳐주었으면 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통증을 마주보면서 이 시대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인식하고 소설 속 인물로부터 섬세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출간 후 지인들이나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주로 20대와 30대의 독자들이 많이 구매해서 읽었더라고요. 작품 속 인물들이 거의 20대, 30대의 인물들이어서 더 공감이 간 것 같았어요. 대체로 재미있게 읽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의미가 깊다, 라는 평을 많이 들었어요. 더러는 작품이 어둡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도 한 편 한 편 쓸 때는 몰랐는데 여덟 편을 모아 놓으니 좀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희망 찾기’ 프로젝트 느낌이 나는 긍정적인 이야기예요. 소설은 ‘사람’과 ‘사람살이’에 관한 이야기이니 밝은 이야기만은 쓸 수 없더라고요. ‘사람살이’가 다 밝고 예쁘지만은 않으니까요.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라는 표제작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눈물의 존재 방식을 묻고 있는 것 같은데 제목으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언제 어디서나 잘 울던, 미모의 여대생이었던 S의 눈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눈물을 자주 흘리던 S를 두고 여러 사람들이 그녀와의 경험을 끄집어내는 형식을 갖춘 이 작품은 얼핏 보면 내밀한 호흡으로 쓴 가벼운 연애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사실은 더 이상 울지 않는 S가 흘리는 ‘가벼운 웃음’을 따라가며 삶의 민낯을 마주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투명한 감정 표현법이었던 S의 ‘눈물’이 어떻게 자본으로 치환되었는지도 만나게 되고요. S의 눈물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곱씹을 만한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집을 읽고 독자들이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소설집에 있는 소설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소설은 무엇인지요? 앞으로도 계속 생각 날 것 같은 소설 속 인물은 누구인가요?
독자들은 「밤의 소리」 「개를 완벽하게 버리는 방법」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소파 밑의 방」을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네 작품 모두 그야말로 생존의 기술서 같은 작품들입니다. 저는 여덟 작품 모두 애정이 갑니다만 한 작품만 꼽으라면 「밀봉의 시간」을 들겠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이념의 갈등 문제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읽혀질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인간의 사랑과 추상적인 이념의 갈등을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어 애착이 많이 갑니다.
물론 여덟 편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계속 떠오릅니다. 그들은 그 뒤 어떻게 됐을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뒷이야기를 이어서 쓰고 싶은 작품도 있고요. 그래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는 인물은 「레일 위의 집」의 ‘수영’이에요. 그녀의 그 뒤의 이야기를 상상해보곤 합니다. 부디 그녀가 잘 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이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요?
‘홈리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들은 왜 집이 없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좇아 가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거든요.
초등학교 시절, 등·하교 때 노숙자들을 자주 봤습니다. 어린 나이인데도 그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왜 집이 없어요? 이런 걸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아픈 데는 없나요? 춥진 않나요? 이런 질문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람이나 사회적인 문제에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심리를 따라가 보는 거죠. 작가로서 어디를 바라보고 어떤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야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저의 시선으로 담아보려고 합니다.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나오는 주인공이나 화자들의 직업이 다양합니다. 고분공원 도슨트, 치과 코디네이터, 도서관 계약직 사서, 대학병원 행정직 직원, 잡지사 기자, 신문사 기자, 보습학원 강사, 노래방 사장 등 이런 직업을 쓸 때 무엇을 참고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 작품 속 인물들의 직업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직업이에요. 그렇지만 제가 경험해보지 않은 직업이니 자료 조사에 들어가죠. 처음엔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봅니다. 그 다음엔 그들이 근무하는 장소로 찾아가 가만히 관찰하거나 인터뷰를 합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의 직업에 애정을 가집니다. 애정을 가지지 않으면 그 직업의 피상적인 모습밖에 보이지 않거든요. 「지나가지 않는 밤」에 나오는 주인공의 직업이 고분공원인 천마총의 도슨트입니다. 사실 천마총에는 도슨트가 없습니다. 제가 만들어 낸 거죠. 박물관이나 사적지에 있는 도슨트처럼요.
작가의 말에 “칼칼한 소설로 곧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이 궁금합니다. 또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10년, 20년 후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칼칼한 소설로 곧 찾아뵙겠다”고 한 것은 제가 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약속한 거예요. 그래야 약속을 지키려고 더 열심히 쓸 것 같아서요. 단편은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20대와 50대, 60대의 세 여성이 아름답게 연대해가는 장편을 쓸 계획입니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10년, 20년 후에도 칼칼한 소설 쓰기를 멈추지 않는, 그런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작가는 되지 않으려 합니다.
*문서정 부산에서 태어나 경주에서 성장했다. 영남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수필이 당선되었다. 201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밤의 소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에스콰이어몽블랑문학상 소설 대상, 2016년 천강문학상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고, 2020년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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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불교신문』에 단편소설 「밤의 소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서정의 첫번째 소설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는 ‘버려짐’이라는 삶의 비극을 이해하려는 안간힘이자, 그 안에서 작동하는 인간 욕망의 복잡성을 정면으로 응시하려는 소설적 성찰의 이야기이다. 문서정의 소설 속에는 남겨지고 버려진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