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특집] 성지 순례 -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곳
<월간 채널예스> 2020년 8월호
주의! 여기서 작가를 만나더라도 말을 걸지 말 것. 그는 지금 익명의 공간에서 무명씨가 되어 글쓰기에 임하고 있으므로. (2020.08.14)
주의! 여기서 작가를 만나더라도 말을 걸지 말 것.
그는 지금 익명의 공간에서 무명 씨가 되어 글쓰기에 임하고 있으므로.
한남동 33apartment는 지금,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핫 플레이스다. 작가와 ‘핫플’의 연관성 앞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그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무릎을 치게 된다.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인 듁스 커피를 팔고,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길어 올린 취향을 파는 그곳의 단골손님은 정지돈 소설가다. 그의 팬이라면 라이프북스도 추가하자. 북 리스트, 프로그램 기획에도 깊이 관여한다. 그러고 보니 그의 단편 중에 「나는 카페 웨이터처럼 산다」가 있다.
위치 용산구 한남대로27길 33 인스타그램 @33apartment
합정동 빌리프 커피 로스터스에서 김금희 소설가를 보았다는 제보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작가들의 주요 서식지인 상수동, 망원동, 상암동과 가깝고 출판도시 파주에서도 이동이 편하다는 지정학적 위치와 커피 맛, 너른 창이 이유로 꼽힌다. “소설가가 앉는 자리는 언제나 같아요. 창밖 풍경을 볼 수 있는 제일 안쪽 자리.”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그곳에서는 종종 김금희 소설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빌리프 커피 로스터스는 조용한 카페는 아니다. 소리로 가득 차 있되 꼭 들어야 할 소리가 없는 곳. 작가들은 의외로 이런 곳에서 글을 쓰는구나 싶은, 그런 곳이다. 밤 11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위치 마포구 양화로11길 50 인스타그램 @beliefcoffee_roasters
임경선 작가의 부단한 인스타그램 피드로 널리 알려졌지만, 커피발전소는 작가의 공간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이유가 있다. 과거 서점 MD였던 이가 주인이고, 바리스타는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정은 소설가다. 임경선 작가, 김명남 번역가를 비롯해 팬심 자극 작가들이 때때로 출몰해 오래 머무는 카페다.
위치 마포구 토정로 49
“나는 그 뒤로 조소정에게 종종 ‘스톡홀름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정정해주지 않았다.” 『아무튼, 떡볶이』가 밝혔듯이 이름을 외우기 쉽지 않은 이곳은 즉석떡볶이를 주축으로 고로케, 오징어튀김을 비롯한 맥주의 친구들과 생맥주를 판다. 이름부터 파주 교하 주택가, 도저히 즉석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위치까지 많은 것이 미스터리한데, 사장님이 ‘코펜하겐’으로 작명한 이유는 “퓨전이라서”라고 한다. 요조에게 이곳을 소개해준 조소정 위고 대표 외에 편집자, 마케터 등 출판인들이 주요 고객층이다.
위치 파주시 돌단풍길 69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게 작가라는 ‘부캐’를 살아가고 있는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카페 겸 서점이다. 음료 코스터 뒤에 적힌 책의 한 구절, 손 글씨로 적은 독후감 등 그의 흔적을 시시때때로 느낄 수 있다. 적당한 조도, 정숙한 음악이 흘러 독서에 적합하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는 꽤 자주 이곳에서 독서, 혹은 청소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위치 마포구 독막로 542 2층 인스타그램 @booknight.day
“「해가 지는 곳으로」를 쓰는 내내 구글 어스에 있었어요. (웃음) 배경이 러시아잖아요. 좁은 방, 작은 의자에 앉아서 구글 어스로 계속 러시아를 봤어요. 그 푸른 산과 바다가 선명하게 기억나요.” 장소를 물었는데 최진영 소설가 는 뜬금없이 구글 어스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있는 장소를 망각하게 만든, 혹은 착각하게 만든 그 선명한 풍경. 「해가 지는 곳으로」는 그 풍경 안에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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