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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전드, 더 큰 사랑으로 돌아오다
존 레전드(John Legend) <Bigger Love>
늘 해오던 비슷한 이미지의 곡조들이 충돌하며 내뱉는 힘은 늘 듣던 존 레전드의 장르적 클리셰 또한 즐기게 할 만큼 강하다. 그의 음악 스타일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버린 오늘날 그럼에도 이 작품은 앞으로 나아간다. (2020.08.05)
음악계 대표 사랑꾼 발라더 존 레전드가 더 큰 사랑으로 돌아왔다. 2018년 발매한 캐럴 음반 <A Legendary Christmas>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7번째 정규 작이다. 타이틀의 'Love'란 단어가 대변하듯 작품에는 빼곡하게 사랑이 들어차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곡이자 가장 큰 대중 히트곡 「All of me」를 필두로 아내와 딸에 대한 애정을 설파한 이전 작 <Love In The Future>(2013), <Darkness and Light>(2016)의 메시지를 그대로 이어왔다. 이 정형화에 (대부분 박한 쪽이긴 하지만) 유독 평론계의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의 음악 웹진 <피치포크>는 이를 두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폭발하지만, 그 울림이 크지 못하다”고 평했다.
실제로 앨범의 에너지는 솟아난다. 다층의 코러스에 트랩 비트를 섞어 블루지하게 문을 여는 첫 곡 「Ooh laa」를 시작으로 트렌디하고 펑키한 사운드가 줄지어 이어진다. 또한 개리 클라크 주니어의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록발라드 「Wild」나 1960년대 소울의 색감이 풍겨 나오는 「Slow cooker」 등 옛 음악의 장르도 곳곳에 녹여 담았다. 16개의 결코 적지 않은 수록곡에 꼼꼼히 다양한 소리샘을 결합하고 '사랑'이란 주제로 알차게 묶어냈다. 다시 말해 청취의 즐거움을 살릴 기분 좋은 집중력과 응집력이 작품의 에너지원이다.
커리어 사상 가장 경량화됐다고 봐도 좋을 만큼 초반 곡들은 가볍고 산뜻한 팝 스타일을 고수한다. 닥터 드레의 「The next episode」를 샘플링한 「Actions」, 비슷한 톤으로 클랩 비트와 커팅된 매력적인 기타 리듬으로 펑키함을 살린 'I do', 현악기, 베이스, 신시사이저가 리드미컬하게 뒤섞이는 「One life」까지 매끈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대중이 원한 건 그 너머의 무엇인 듯하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서 촉발된 시위와 코로나 19가 창궐한 팬데믹의 시대에 계속해서 부드럽고 달콤한 존 레전드의 음악은 신선함과 시대성의 측면에서 강력한 약점을 지닌다. 「All of me」을 포함한 정규 4집 <Love in the future>(2013) 이후 차트에서 그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존 레전드가 존 레전드 하는, 그 익숙함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에 존 레전드는 “어지러운 지금 이 시대에 무엇보다 우리에겐 더 큰 사랑이 있다”며 앨범의 가치를 말한다.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도 총괄 프로듀서로 함께한 라파엘 사딕, 앤더슨 팩, 원리퍼블릭의 라이언 테더, 찰리 푸스 등이 그의 항해에 조력자로 합류했다. 자메이카 출신 레게 싱어 커피(Koffee)와는 댄스홀을 바탕으로 「Don't walk away」를 노래하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Conversations in the dark」는 뭉근하게 고조되는 흡입력이 감성을 자극한다. 시너지 좋은 멤버들과 손잡고 음반을 끌어가며 그로 인해 그의 항변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늘 해오던 비슷한 이미지의 곡조들이 충돌하며 내뱉는 힘은 늘 듣던 존 레전드의 장르적 클리셰 또한 즐기게 할 만큼 강하다. 그의 음악 스타일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버린 오늘날 그럼에도 이 작품은 앞으로 나아간다. 어쨌든 귀를 간질이는 보컬 앞에서 예전만 하지 않은 차트 추이는 그리 큰 문젯거리가 아니다. 레전드가 만든 듣기 좋고 즐기기 좋은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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