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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기성 팝 신에 안착한 안정적 모델

트와이스 <More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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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 MORE>는 트와이스의 향후 국내 활동과 JYP 엔터테인먼트의 앞날에 하나의 준거점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2020. 06. 24)


「Yes or yes」 이후 데뷔 5년 차를 맞아 트와이스는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며 장기전을 대비했다. 순탄하진 않았다. 블랙아이드필승을 믿은 「Fancy」는 외관만 바뀌었을 뿐 그 속 그룹은 여전히 앳되어 부조화스러웠고, 「Feel special」의 서사는 설득력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곡을 담당한 박진영의 존재감이 꽤 짙었다. 하지만 타이틀에서 헤매긴 했어도 수록곡, 앨범 단위로는 꾸준히 해외 작곡가들과 협업하며 도회적이고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도입하고 있었다.

이상의 체질 개선 과정을 거쳐 그들은 <MORE & MORE>로 안정적인 모델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2010년대 케이팝 신에서 자주 얼굴을 비춘 해외 작곡가들과 더불어 자라 라슨, MNEK, 줄리아 마이클스 등 저명 팝 싱어송라이터들이 참여한 이 앨범은 현재 기성 팝 신의 결과물이라 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의 현지화 수준을 들려준다. 다소 실험적인 퓨처 팝 성향이 강했던 전작들과 달리, 2000년대 초중반 유행했던 팝 멜로디와 트로피컬 하우스, 신스팝, 트랩, 뉴 잭 스윙 등 전체적으로 복고적인 틀 아래 다양한 장르를 가져왔고 그 완성도가 답습을 넘어 지속 가능한 협업과 생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과감한 투자로 힘을 싣되 그 운용법은 여유롭다. 정갈하고 차분한 사운드 구조의 트로피컬 하우스 곡 「More & more」는 발랄한 아드레날린과 번잡한 사운드 샘플을 상당수 걷어내고 필요한 만큼의 소리만을 담아 깔끔하고 잘 다듬어졌다. 「Oxygen」도 보컬과 최소한의 곡을 구성하다 훅 부분에서 역동적인 베이스 루프를 전개하며 짜임새를 갖추고, 「Make me go」의 경우 아예 메인 베이스 리프와 보컬을 뼈대로 두어 강조할 부분을 확실히 부각한다. 반대로 라틴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뭄바톤을 결합한 「Firework」의 경우 깔끔한 프로덕션과 믹싱을 통해 자칫 번잡할 수 있는 요소들을 조화롭게 정돈하고 있다. 뉴 잭 스윙을 가져온 「Sweet summer day」도 애시드 재즈 풍 피아노 루프 위 이질적이지 않은 구성이 빛난다.

남은 과제는 이 매끈한 결과물을 그들의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몇몇 엉성한 부분이 포착된다. 「More & more」의 경우 MNEK의 깔끔한 프로듀싱과 해외 작곡가들의 멜로디, 브레이크까지 매끄럽게 진행되다 어김없는 JYP 스타일 랩 파트에서 급격히 긴장감이 떨어진다. 관성을 탈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굳이 랩 파트를 넣어 애매함을 남긴다. 신비로운 테마 아래 「Make me go」와 「Shadow」에선 전작의 「Love foolish」처럼 만족감을 안기는 데 반해 시작부터 힘찬 브라스로 출발하는 「Don’t call me again」은 후배 그룹 있지에게 더 어울린다. 만듦새와 별개로 디렉팅 과정에서 보다 정교해야 할 필요가 있다.

<MORE & MORE>는 트와이스의 향후 국내 활동과 JYP 엔터테인먼트의 앞날에 하나의 준거점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Fancy You>와 <Feel Special>, 더불어 2019년 한 해 소속 그룹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트렌드에 뒤쳐진’ 인상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던 결실이 뚜렷한 성장의 테마 아래 트렌디한 팝 사운드를 더하는 방식으로 갈무리된 모습이다. 잘 닦아둔 활주로 위 드디어 어느 정도 연착륙에 성공한 트와이스, ‘그러니 한 번 더’를 외치며 완성형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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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드림어스컴퍼니JYP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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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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