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같은 우리 가족, 과연 잘 살아낼 수 있을까요?
『가,족같은』 호연지 작가 인터뷰
가족은 항상 생각이 나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늘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인 것 같다.(2020. 05.21)
자기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호연지 작가. 5년간의 군 생활 이야기를 담은 첫 책 『잘 못 들었습니다?』 이후 두 번째 그림 에세이 『가,족같은』 을 출간했다. 군 생활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가, 전역 후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담은 리얼 가족 이야기로, 읽다 보면 웃다 울다 가슴 찡해지다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 버라이어티한 감정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가,족같은』은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딸과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서먹해졌던 동생과 다시 친해지는 과정, 구조한 고양이를 새 가족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이야기 등 ‘우리 집’ 부적응자 호연지가 ‘우리 집’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트콤 같은 이야기들을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귀여운 그림과 맛깔나는 글로 풀어낸 에세이로, 한두 장 읽다 보면 익숙함에 속아 잃어버렸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귀여움으로 똘똘 뭉친 작가님이 원래는 군인이셨다던데,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름 방송(MBC 예능 <진짜 사나이> 해군부사관 특집 편) 출연도 해 본 군인이었습니다만, 군 생활을 할 때 힘든 마음을 풀 곳이 없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5년간의 이야기들을 모아 놓고 보니, 제 노트 안에만 묵혀 두기엔 아쉬울 정도로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쌓였더라고요. 전역할 때쯤 낙서처럼 그려서 SNS에 올렸던 그림일기들이 반응이 좋기도 했고요. 마침 부천의 한 독립서점에서 책 만들기 수업을 한다는 글을 우연히 보고 충동적으로 신청해 매주 대전에서 부천까지 수업을 들으러 다녔어요. 그때 완성한 책이 『잘 못 들었습니다?』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는 매력 덕분인지 많은 분께서 호연지란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건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TMI를 방출해 보자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부분이 명확한 편이에요. 무언가를 억지로 할 때는 티가 나죠. 그래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나 봐요. 그림 그릴 땐 제 마음대로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그리면 되니까요! 또,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어 댑니다. 별거 아닌 순간이었더라도 저에게만은 소중한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고, 소소한 장면이라도 잊히지 않았으면 해서요.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들을 메모장이나 일기장에 적어 놓습니다. 꽤 좋은 습관인 것 같아요. 이 습관 덕분에 제가 책을 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떡볶이를 좋아하고, 카레를 싫어합니다!
작가님의 낙서인 듯 낙서 아닌 귀여운 그림은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어떻게 그리시는 건가요?
그림을 그릴 때는 최대한 편하게, 부담 없이 그리려고 해요. 그림 그리는 걸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잘 그려지던 그림도 그려지지 않는 마법에 걸려 버리거든요.
정말로 낙서하듯이 그림을 그려요. 반듯한 선보다는 삐뚤빼뚤한 선이 좋고, 어린이가 쓴 듯한 느낌의 글씨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 그림이 좋아요. 사실 제 그림의 1호 팬은 저랍니다!
읽을 때마다 발음에 주의하게 되는 『가,족같은』이라는 제목의 탄생 비화가 궁금합니다.
‘가족같은 분위기’라는 말이 있잖아요. 우스갯소리로 ‘가족은 무슨! 족(?)같은 거겠지!’라며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했었는데 전역하고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면서 가족들과 부딪히는 부분이 많다 보니 이 단어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집에 있는 동안 만약 가족에 관한 책을 만든다면 무조건 ‘가,족같은’으로 할 거라고 다짐했었어요. 제목부터 정해 놓고 책을 만든 셈이죠. ㅎㅎ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 추천해 주실 가족생활 꿀팁이 있을까요?
첫 번째, 집에서도 사회생활 하기! 정말 별것 아닌 살가운 말 한마디에 아닌 척 하시지만, 아이처럼 좋아하시더라고요. 가끔은 밖에서 하는 사회생활의 반의반의 반만큼만 해도 가족생활이 훨씬 편해질 것 같아요.
두 번째, 가정 속 거리 두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던데 가족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반대더라고요.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저는 집에서 나와 살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나만 그런가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는 친구들도 꽤 있어서 놀랐어요.
책 출간한 이후 가족들의 반응이 어떤지 한 가지 정도만 이야기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부모님은 매일매일 검색창에 제 이름과 책 제목을 검색하고 계신 것 같아요. 쑥스러운지 책 내용에 대해서는 별말 없으시지만, 아빠는 어디에 댓글이 달렸으니까 한번 보라며 캡처해서 보내 주시기도 하고요. 저희 엄마 카톡 알림말은 ‘네이버에 호연지 치면은 책 있어요~^^’ 이겁니다. 그리고 책에 별로 나오지 않는 둘째 동생은 자기는 왜 안 나오냐며 삐져서 책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하하, 완전 삐돌이죠.
자유의 호신상을 염원하며 전역하신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향후 1년간은 제주도 우도에서 지내며 이곳에서의 생활을 기록해 볼 생각이에요. 섬에서 지내다 보니 생각보다 불편한 점들이 많긴 하지만, 이 불편함 속에서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속세에서 벗어난 것 같은 편안함도 있고요. 어쨌든 ‘기록’은 어떤 방식으로든 꾸준히 하려고요. 그리고 이곳에서 나가게 되면 제 장래 희망인 ‘목수’가 되기 위한 공부도 하려고 합니다.
* 호연지 1994년 1월 1일 이경숙 씨와 호해용 씨의 송년 모임 중 태어났다. 조금은 특이한(?) 출생의 비밀로 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중. 기계공학과 중퇴 후 돌연 해군으로 입대해 중사로 전역했고, 그 후 세계여행을 하다 말고 또 뜬금없이 두 권의 독립출판물을 만들었다. 장래 희망은 목수. 독립출판물 『잘 못 들었습니다?』 , 『가,족같은』을 쓰고 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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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 가족 당연히 사랑하는데…, 같이 사는 건 조금 답답합니다. 5년간의 군 생활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가 전역 후 ‘자유의 호(연지)신상’을 염원하며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살게 된 호연지 작가. 군대에 있을 때 수도 없이 했던 글자 효도(=편지)의 마음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렇게도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