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다면 그곳이 홈 스윗 홈 –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진 세 사람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따뜻하고 안락한 그들만의 집을 만들어나간다.
사랑과 하리, 라라는 누구보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불이 켜지고 등장하는 세 배우는 ‘홈 스윗 홈’으로 시작되는 넘버를 통해 ‘세상이 말하는 스윗 홈’과 현실의 ‘마이 홈’이 어떻게 다른지 노래한다. 정사랑은 방 세 개에 거실과 부엌이 따로 있는 커다란 집에 혼자 살고 있지만, 넘치는 정도 사랑도 줄 사람이 없어 늘 외롭다. 강하리에게는 가족이 있는 집도, 가출 후 만든 가족인 ‘팸’과 함께 지내던 집도 ‘스윗 홈’과는 거리가 멀다.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사랑은 조기 폐경이 올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하리는 조건 만남으로 가출팸의 생계를 책임지던 중 임신 사실을 알고 도망쳐 나온다. 사랑은 조기 폐경이 올지도 모른다는 충격 때문에 싱숭생숭하고, 하리는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상태로 거리에서 산다. 이때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면서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악을 쓰며 살아남은 하리가 사랑을 만나다
사랑은 한때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가수였다. 라라는 사랑의 오래된 친구로 라라랜드라는 바를 운영한다. 독신에 성 소수자라는 조건 때문에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하는 건 포기했지만, 언젠가 네덜란드에 이민을 떠나 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꿈이 있다.
집 근처로 운동을 나갈 때도 반짝이는 트레이닝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늘 긴장 상태로 사는 사랑도 라라랜드에서만큼은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만나자마자 갑자기 쓰러져 버린 하리를 데리고 찾은 곳도 라라랜드다. 라라는 배고파하는 하리에게 차돌 된장찌개를 내어준다. 밥만 먹이고 보내려 했던 것과 달리 세 사람은 이상한 우연으로 계속 얽힌다. 사랑은 하리가 조건 만남으로 돈을 번다는 걸 알고, 자신의 코디로 일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사랑의 배려에 하리는 좀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녹록지 않다. 하리의 삶에는 폭력적인 아빠와 아직 살아가고 있는 어린 동생들, 그리고 매일 자라는 배 속의 아기, 돌아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가출팸의 ‘아빠’까지 줄줄이 꼬이고 얽혀 있다.
하리의 작은 어깨에는 숨 쉴 구멍 없이 목을 조이는 사람들뿐인데, 하리는 모두 덤벼보라는 자세로 세상을 대한다. 절망하거나 주눅 들지 않는다. 어떤 고난이 와도 비웃음을 던질 것 같은 얼굴이다. 그런 하리의 모습이 사랑과 라라에게 조금씩 스며든다.
사랑과 하리, 라라의 집으로 돌아가다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는 201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과 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창작 레퍼토리 발굴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2016년 초연 후 올해가 세 번째 무대다.
등장인물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표현한다. 주연인 세 인물뿐만 아니라 ‘라라’ 역할의 배우가 연기하는 의사, 경찰, 가출 팸의 아빠 등 조연들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디테일한 연출도 돋보인다. 인물들이 완전히 관객 앞에 나서기 전에 내레이션으로 이들의 특성을 설명한다. 이는 어른스럽지 못한 사랑이나 거친 말을 서슴없이 하는 하리를 섣불리 미워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하리가 차돌된장찌개를 먹는 장면에선 그릇을 두고 음식을 먹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색색의 종이 꽃가루로 음식의 맛을 표현한다.
사랑과 하리, 라라는 세상이 규정한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가출팸과 맞서 싸우다 수술을 받게 된 하리는 한 달 만에 깨어나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들의 집에는 아빠 곰도 엄마 곰도 없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야만 진짜 집으로 불리는 오래된 편견과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지만, 이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따뜻하고 안락한 집으로 돌아갔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는 2월 29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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