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 과학을 재미있고 근사하게 가지고 노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현미경으로 코딱지나 콘돔 따위를 들여다볼 때는 괴짜 같지만, 발효공학 연구실에서 연구하던 습성을 버리지 못해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집념의 과학 커뮤니케이터, ‘지식인 미나니(이민환)’다. 유튜브 과학 채널 <지식인 미나니>는 무려 누적 조회 수 1,500만을 돌파했고, 과학 크리에이터로서는 최초로 사이언스 비즈 어워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현재 YTN 사이언스 <수상한 비디오 크레이지 S>에도 과학 패널로 고정 출연 중이다. 『알수록 쓸모 있는 요즘 과학 이야기』 는 요즘 핫한 이 일상 과학 유튜버 지식인 미나니가, ‘과알못’ 독자들을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준비한 유쾌한 과학책이다. 끝없는 호기심과 기발한 상상력이 과학에 흥미진진하게 녹아드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남녀노소 전공을 불문하고 모두가 과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과학이 이과생, 공대생, 과학자들만의 지적 향유물이라고 생각하며 거리감을 느꼈던 사람들이라도, 지식인 미나니의 유쾌한 과학 수다에는 분명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님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상 속 크고 작은 호기심에서 과학을 찾고, 자유로운 공상으로 과학을 즐기는 괴짜 과학 유튜버, ‘지식인 미나니(이민환)’입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유튜브 이외의 채널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YTN 사이언스의 과학 예능 <수상한 비디오 크레이지 S>에 매주 고정 출연하고 있고, 제주도 신재생 에너지 연구원, 과천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과학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써모피셔 과학 크레이이터 양성 프로젝트, 콘텐츠코리아랩 콘텐츠 슈퍼 세미나 등에도 참여하는 등 과학 크리에이터로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여러 활동에도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최근, 제 유튜브 채널 <지식인 미나니>의 구독자가 10만 명이 되었습니다. 구독자의 숫자보다는 제가 기획하고 제작한 영상이 쌓여가고, 그만큼 저의 콘텐츠를 좋아하는 분들이 늘었다는 생각에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튜브 <지식인 미나니> 채널을 운영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콘텐츠들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대학생 시절, 학과 연구소에서 연구와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연구소에는 과학 장비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기기들을 사용해 신기한 화학반응 장면을 지켜보는 게 꽤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호기심으로만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것들을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하게 되니 그 재미가 쏠쏠했는데, 문득 남들도 저와 같은 호기심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재미난 소재를 함께 공유하고자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던 것이 <지식인 미나니>의 시작이 되었죠. 참고로 채널 이름은 제 이름 ‘이민환’에서 ‘민환’을 친구들이 편하게 부를 때 ‘미나니’로 발음하다 보니, ‘미나니’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영상은 대부분 저의 호기심에 기반해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주제를 이끌어내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떠는 모습을 보고는 그 즉시 메모장에 ‘왜 다리를 떠는 걸까?’라고 적어두는 것이죠.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오는 영화를 보다가는 ‘현실에서 운석이 지구로 떨어질 때 과연 인류가 막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고 이를 메모합니다. 실제로 이 두 호기심은 제 유튜브 영상과 『알수록 쓸모 있는 요즘 과학 이야기』에 수록된 주제이기도 해요. 이처럼 ‘왜’라는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놀랍고 신기한 과학 이야기를 찾아내고자 합니다.

가끔은 다른 과학 유튜버들과 콜라보하여 함께 영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유튜버 ‘긱블’ 님이나 ‘과학쿠키’ 님 등 타 과학 유튜버들과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가 몰랐던 또 다른 과학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알수록 쓸모 있는 요즘 과학 이야기』 는 어떤 책인가요? 또한 영상과 책 작업은 공통점도 차이점도 분명할 것 같은데요. 영상과는 다른, 책의 매력과 장점은 무엇일까요?

『알수록 쓸모 있는 요즘 과학 이야기』 는 끝없는 호기심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일상에 숨어있는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책입니다. ‘남자에게 왜 굳이 젖꼭지가 있는 걸까?’ 같은 내 몸에 대한 호기심부터 ‘내일 태양이 꺼지면 어떻게 될까?’, ‘90도 사우나에서는 왜 뜨겁지 않을까?’ 같은 은근 알고 싶었던 일상 속 궁금증들, ‘만약 태풍에 핵을 터트리면 태풍이 없어질까?’ 같은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질문과 그에 대한 과학적인 답변이 알차게 담겨 있습니다. 책 내용은 모두 제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영상에서는 과학적인 내용도 짧고 임팩트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구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였지만, 차근차근 설명하기가 힘들어 내용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반면 책에서는 더 많은 과학적인 사실과 그 밖의 재미 요소들을 더 가득 담아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구독자분들이 댓글에 남겨주신 질문에 대한 과학적인 답변도 추가로 덧붙일 수 있었어요. ‘영상에서 조금은 어렵게 설명하지 않았었나?’ 싶은 부분들도 책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친절하게 풀어냈습니다. 영상에서라면 어려워서 그냥 흘려보냈던 내용들도 책에서는 납득이 될 때까지 멈추어 읽고 또 읽을 수 있으니, 이만큼 확실한 책만의 매력이 또 있을까요?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주제를 하나 선정하신다면? 그리고 추천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모든 주제가 좋습니다. 왜냐하면 일상에서든 영화에서든, 어디에서나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며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과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과정이 잘 나타나고 있거든요. 그중에서 몇 가지 고르자면 저는 ‘만약’으로 시작하는 질문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호기심에서 나아가 광활한 상상력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왜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 힘들까?’라는 평범한 호기심에 조금 더 상상을 보태는 겁니다. ‘만약에 사막을 테라포밍해서 녹지로 만든다면?’, ‘만약에 나무 1조 그루를 심으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왜 이렇게 될까?’에서 더 나아가 ‘만약에 00가 된다면?’이라고 작은 공상과 상상을 더하다 보면, 단순한 호기심 해결을 넘어서 지식과 사고력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이러한 훈련은 인류를 위한, 보다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꼭 공상과 상상이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순한 상상도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NASA의 한 연구원은 ‘농구화에 공기를 넣으면 푹신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이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만들어진 것이 나이키의 ‘에어포스’와 ‘에어맥스’ 제품이랍니다. 이처럼 여러분의 자유로운 상상이 멋진 현실이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들은 어떤 건가요? 그리고 최근에 관심이 생긴 주제들이 있으신가요?

현재 저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만약에 000이라면?’이라는 콘셉트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왜’라는 호기심에서 나아가 ‘만약’이라는 키워드로 자유롭게 공상을 펼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질문들이 ‘나’ 개인보다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주제이면 좋겠습니다.

최근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필두로 전 세계에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가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도 주요 화두로 등장하고 있죠. 덕분에 저도 자연스레 기후와 관련된 여러 상상을 해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최근 진행하는 과학 강연에서는 주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지구온난화나 플라스틱 문제, 그리고 지구 너머 더 큰 세상인 ‘우주’에 관한 내용은 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다루고 싶은 주제랍니다.

과학은 ‘어렵다’, ‘지루하다’는 편견들이 많이 있어요. 과학을 보다 재미있게 접할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과학을 학문이나 이론, 시험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냥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호기심을 해결하는 도구, 질문에 답하는 도구, 공상하는 데 쓰일 도구로 말이죠.

한편 과학을 즐겁게 즐기기 위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과학과 관련된 국가기관의 힘도 필요합니다. 길을 가다 발에 차이는 것이 과학이 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는 것이죠. 제가 방문했던 ‘과학에 관심이 많은 한 국가’에는, 일반 공원 한가운데에 천문대가 있었습니다. 학술용으로 세워둔 게 아니었어요. 일반 시민이어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었고, 상주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천체망원경으로 수성, 화성 등을 관찰할 수 있었죠. 이런 멋진 시스템이 많아지면 과학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작가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제 영상을 보고 과학에 관심과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그보다 감격스러운 일은 또 없겠죠? 과학은 전혀 어렵지 않고, 실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거라고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과학이 하나의 ‘게임’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3D 단백질 퍼즐게임 ‘Foldit’이라는 건데요. 암 발생에 관여하는 레트로바이러스의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들과 게임과학센터가 공동연구 끝에 개발한 게임입니다. 수많은 연구와 시뮬레이션에도 답이 나오지 않자, 게임 유저들의 직감에 맡겨보자는 제안에서 출발한 것이었죠. 처음에는 생물학 중에서도 유독 어렵다고들 하는 생화학 분야를 게임으로 만들었으니, ‘재미없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의 게이머들은 이 게임을 ‘퍼즐 맞추기’라 생각하고 해나갔습니다. 바이러스 구조를 하나하나 맞출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면서요. 결국 유저들은 3주 만에 게임으로 레트로바이러스의 구조를 밝혀냈고, 이로써 유명한 학회지 <네이처>에 연구자들과 함께 5만 7천여 명의 게임 유저들은 공저자로 등재되었습니다.

과학이 하나의 게임이 되고 놀이가 된 사례, 놀랍지 않나요? 하루빨리 과학으로 재미를 꿈꾸고, 과학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일상 어디에서나 간편히 과학을 접할 수 있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날로 커지면, 이러한 공감대가 정책상으로도 발전할 수 있겠죠? 이로써 우리나라에도 미국 NASA와 같은, 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된 과학기관이 만들어지고 정착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