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송 "운동 에세이를 낸다고 하니,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이진송 저자 인터뷰
특별한 사연이나, 단단한 의지가 없어도 생활의 한쪽에 운동을 가까이 두자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재미없고 하기 싫지만, 그저 밥을 먹고 세수를 하듯 꾸물꾸물 같이해보자. “그래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그럼 좀 해볼까” 같은 공감 혹은 “내가 얘보단 낫네”라는 용기. (2019.11.05)
세상에는 멋진 운동 이야기가 많다. 비실비실한 저질 체력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인생 운동’을 찾았고, 흠뻑 빠져들어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매력적인 경험담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도 시작만 하면 지금껏 몰랐던 운동의 재미에 갑자기 눈을 뜨고 금방 ‘운동 좀 하는 여자’가 될 것만 같다. 부푼 꿈을 안고 운동을 시작하지만 곧 당황스러운 깨달음이 찾아온다. 내 몸은 생각보다 더 뻣뻣하고 연약하며, 그런 몸을 단련하는 과정은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다. 다들 말하던 ‘운동의 재미’가 무엇인지도 도통 모르겠다. 그렇게 매번 운동의 재미에 푹 빠지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가 찾아왔다.
여러 운동을 전전하며 오랜 세월을 운동 센터 ‘회원님’으로 살아온 작가 이진송의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는 운동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배제, 여성 혐오의 문제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신랄하게, 그러나 하찮은 체력과 부족한 의지를 가진 보통 여자의 운동 경험에 대해서는 발랄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먼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제목이에요. 솔직히 읽으면서 ‘결국 인생 운동을 찾은 나는 운동에 푹 빠져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고...’ 이런 전개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어요. 요즘도 ‘운동 유목민’ 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최근에는 필라테스에 정착했어요. 8개월째 정도 되었는데요. 올해 목표 중 하나로 ‘필라테스 꾸준히 하기’를 잡았거든요. 지금은 필라테스랑 병행할 유산소 운동을 새로 찾고 있어요. 여름까진 아쿠아로빅을 했는데 근무처를 옮기면서 시간상의 문제로 할 수 없게 되었거든요. 또 뭘 해볼까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운동 추천 좀 해주세요. 물론 안 할 핑계도 상시 대기!
최근 운동 에세이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얼핏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생 운동을 찾아 운동에 흠뻑 빠진 이야기도 있고, 운동하며 느낀 차별에 집중하고 있는 이야기도 있죠. 작가님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사연이나, 단단한 의지가 없어도 생활의 한쪽에 운동을 가까이 두자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재미없고 하기 싫지만, 그저 밥을 먹고 세수를 하듯 꾸물꾸물 같이해보자. “그래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그럼 좀 해볼까” 같은 공감 혹은 “내가 얘보단 낫네”라는 용기?! 저는 제가 운동 에세이를 낸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다 웃었을 만큼 운동을 싫어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린 적이 없거든요. 멋진 운동 이야기를 보면 그런 제가 되게 부끄럽고 싫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운동의 재미에 빠지지 못한 나는 너무 ‘쿨’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런 생각.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 이해하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패와 시도의 연속이 결국 우리를 한 걸음이라도 더 운동 곁에 데려다 놓을 테니, 실패하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또 해보자, 그런 메시지요.
정말 다양한 운동을 시도해보셨던데, 사실 일반인이 이렇게 많은 운동을 해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든가.
사실 그렇게까지 많이 했나? 싶어요. 제대로 했다기보다는 ‘찍어 먹는’ 수준으로 간만 본 운동도 있고. 진짜 이것저것 많이 해본 분들이 보기엔 햇병아리 수준일 거 같아요. 어쨌든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본 이유는, 워낙 금방 질리는 성격에 운동을 싫어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하기는 싫고, 새로운 건 좀 신선하니까 자주 나가는 식이었어요. 일확천근을 안겨줄 꿈속의 운동, 아니면 이런 저라도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인생 운동을 찾는 여정이었죠.
다이어트에 집착하다 급격한 체력 저하를 겪은 적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때의 경험을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나요? 운동의 목적이 다이어트가 아닌 체력 증진이 된 전환점은 언제였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6kg 정도를 감량하는 경험 후, 일상적으로 6kg 정도가 오가는 다이어트를 했어요. 6kg이 빠지면 기성복을 입을 수 있고 찌면 못 입었거든요. 옷이 안 들어가면 다시 식단 조절하고 운동하고, 체중이 내려가면 운동을 그만두고 다시 먹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운동을 싫어하니까 주로 먹는 걸 줄였어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식단 조절 안 하고 먹고 운동하기만 하면 ‘튼튼한 돼지’가 된다는 되게 별로인 말. 저도 넘어갔지만. 극단적인 식단 조절로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는 짓을 자주 했어요. 그러고 나면 인바디 결과에서 근육이 야금야금 줄어들었는데 당장 체중과 사이즈에 연연해서 무시했죠 뭐. 아 눈물 난다. 그때 잃어버린 근육이 아직 회복이 안 되어서 여전히 근력 부족입니다.
그렇게 체력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살다가 20대 후반이 되면서 ‘버퍼링’ 같은 게 걸린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 완전히 훅 간 건 아닌데 훅 가기 직전의 내리막 코스에 들어섰달까? 잠이 쏟아져 계획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짜증이 늘고, 관절이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타고나길 약한 부분이 말썽을 부리고 체력이 고갈되어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 되니까 덜컥 걱정되더라고요. 그 무렵에는 체중에 대한 부담을 좀 내려놓은 상태라 오히려 운동을 쉬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체중 조절보다 체력 증진 때문에 운동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아, 체중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은 제일 큰 계기는 체중이나 체형도 타고나는 것이고, 노력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적은 비율이라는 연구 결과를 보고부터. 제가 아무리 용을 써도 돌아오는 체중이 있는데, 그걸 그냥 받아들였어요. 나는 이 몸무게로 살아가겠구나. 딱 이 정도가 감기도 안 걸리고 잠도 잘 자고, 생리통도 없고… 조금 더 찌면 무릎이 아프구나, 이런 식으로 제 몸이 편한 숫자를 찾은 거죠.
에필로그에서 “운동을 자기계발의 영역으로 끌고 오려는 시도를 발로 뻥뻥” 차겠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운동이 곧 자기계발이 되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자기계발 자체라기보다는 일종의 ‘자기 관리 신화’, ‘자기계발 담론’을 경계한다는 뜻인데요. 우리는 너무 쉽게 ‘노력’으로 ‘더 나은 상태’를 성취하고, 그렇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상태는 ‘열등하거나 나태한 것’으로 판별하는 데 익숙해요. 하지만 무엇이 노력인지, 누가 어떤 분야에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는지, 정말 우리의 몸이나 건강은 노력으로 다 바뀌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과연 ‘우/열’을 나눌 수 있는 것인지, 함부로 판단할 수 없어요. 자기계발의 그물은 모든 것을 ‘노력’ 여부로 바꿀 수 있다고 외치며 그 목표로서 ‘정상적인 몸’, ‘더 나은 몸’을 제시해요. 운동의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운동하지 않는 사람을 ‘게으르고 나태한’ 혹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돌볼 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풍조 또한 함께 퍼지고 있잖아요. 운동하지 않는 몸을 미개척지처럼 여기는 거예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 모든 몸이 운동하면 ‘좀 더 나은’ 건강을 성취하고, ‘잘못된 부분’이 교정될까? 우리는 모두 그렇게 나의 어떤 부분을 ‘극복’해야 할까? 할 수 있을까? 자기계발의 영역에서 보면 운동은 병든 몸과 함께 살아가는 몸, 장애가 있는 몸, 노력해도 ‘강한 몸’은 될 수 없는 취약한 몸을 자꾸 배제해요.
한편 사회적으로 ‘몸매’와 ‘자기관리’를 같은 선상에 두고 평가당한 여성들은 좀 더 입장이 미묘해졌어요. 운동이나 미용산업, 미디어에서는 하나같이 ‘탄탄하게 마른 몸’을 바람직한 운동 결과로 제시하고 찬양하죠. 이제 그냥 마른 몸으로는 부족해요. 멋진 현대 여성이라면 운동을 해야 한대요. 그런데 ‘너무 울퉁불퉁하진 않게,’ ‘너무 보기 싫지는 않게’ 해야 하죠. 자기계발 담론에는 그런 조건이 들어 있어요. 기만적이죠.
남 보기 예쁜 모습이 아니라 “적절한 나의 동반을 만드는 마음으로” 운동한다고 하셨어요. 작가님이 상상하시는 다가올 40대, 50대는 어떤 모습인가요?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저는 전업 작가가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처럼, 주 5일 근무와 글쓰기를 병행할 만큼의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와 함께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 을 쓴 김애순 선생님은 요가를 40년간 하셨거든요. 저도 일단 경력 10년, 20년의 필라테스 고수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은 필라테스 수업 시간마다 운동의 창시자인 ‘요제프 필라테스’를 “유재필 씨! 가만 안 둬! 죽일 거야! 이미 죽었지만!” 하고 부르는 하찮은 회원님이지만…. 중간에 또 다른 인생 운동을 찾을지도 모르는데, 무엇이든 꾸준히만 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사실 저를 제일 불신하기 때문에 장담은 못 하겠네요) 그리고 계속 글을 쓸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작가는 독자가 있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오늘은 진짜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며 이 글을 읽고 계실 독자님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오늘도 드러누운 채 “아 오늘은 진짜 가야 하는데…”를 중얼거리셨나요? 자 합시다 하이파이브. 우리는 모두 친구. 그리고 갑시다 운동. 그래야 내일 빠질 수 있어요. (눈물)
*이진송
삶에서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뺐을 뿐인데, 처음 보는 사람들마저 대뜸 나의 비참한 미래를 예언한다. 여성의 삶은 ‘아내’나 ‘엄마’로 마무리되어야만 해피엔딩이라는 낡은 믿음. 나는 해피엔딩을 거부하고 원하는 대로 살기로 했다. 비혼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삶의 한 방식으로 존중받기를 바란다.책상에만 붙어 있고, 다이어트에 집착하다 급격한 체력 저하를 겪었다. 이제 나를 잘 지탱해주는 힘을 기를 목적으로 운동에 재미를 붙이는 중인 운동 새싹.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여성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현대소설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부터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이야기하는 독립잡지 〈계간홀로〉를 창간하여 발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연애하지 않을 자유』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공저 『미운 청년 새끼』등이 있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이진송 저 | 다산책방
운동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배제, 여성 혐오의 문제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신랄하게, 그러나 하찮은 체력과 부족한 의지를 가진 보통 여자의 운동 경험에 대해서는 발랄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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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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