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탐구생활] 머리로 익히고 몸으로 마셔 온, 20년의 술 수업
학생과 술에 대한 애정으로 책이 된 강의노트
술을 주제로 한 책의 지식 범주는 그야말로 방대하다. (2019. 09. 10)
소주로 상징되는 한국의 폭음 이미지의 이면에 가려진 통계의 진실도 이제 막 술 문화를 접하기 시작한 학생들의 관심사였다. 다양한 연령대?성별의 사람들이 고루고루 술을 즐기는 유럽의 ‘음주인구’의 분포도는 한국과 달랐다. 적은 범주의 사람들이 과량의 알코올을 소비하고 있는 한국 특유의 음주 문화였다.(243쪽) 문화와 과학 지식도 빠지지 않는다. 술의 알코올이 뇌 속 신경전달물질을 교란하는 과정과, 동양의 술 베이스 누룩곰팡이를 문화적으로 신비롭게 여겼던 한국 전통의 풍습과 미생물, 효모에 대한 과학 지식이 펼쳐진다. 부제의 표현대로 ‘지적이고 과학적인’ 지식들이 가득하다.
산업적인 관점에서도 술의 지식 퍼레이드는 계속 된다. 1920년대 미국의 금주령 이후 줄줄이 문 닫았던 맥주 회사가 무알코올 맥주를 개발하고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면서 생존한 이야기(101쪽), 그리고 소비자에게 맞춰 맥주를 더 맑고 투명한 황금빛으로 그리고 다소 싱겁게 만들기 시작한 미국과 한국의 맥주 산업을 개괄한다(106, 109쪽). 대다수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한 대량 생산된 음료로서의 ‘술 상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한국의 소주 산업의 부감도를 펼칠 때면 애잔한 식민지 역사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듯 흔하디흔했던 가양주 문화(170쪽)를 핍박했던 일제의 주세 제도와 전쟁 물자로 활용하기 위해 지었던 술 공장, 광복 이후 혼란기의 한반도에 혼재했던 일본의 ‘갑류 소주’ 이야기까지. (219쪽)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술은 대학교 강의 현장에서 새로운 지식으로 빚어져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되었다.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허원 저 | 더숲
잔을 비우고 나서 술을 받는 요즘 학생들의 생소한 술 문화도 몸에 익혔다. 머리로 술을 공부하고 몸으로 술을 마시는 나날의 연속. 허원 교수의 ‘깊고 넓은 술 지식’은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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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익히고 몸으로 마셔온 24년의 술 수업 학생과 술에 대한 애정으로, 책이 된 강의노트 지은이 허원 교수는, 20년 넘게 강원대학교에서 술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 왔다. 술을 만드는 양조 공학 기술, ‘양조 공학’ 수업이었다. 초창기엔 학생들의 맥주 공장 취업을 의식하며 딱딱한 과학적 원리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