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문 변호사가 웹툰을 시작한 이유는?
『우리 이만 헤어져요』 최유나 저자 인터뷰
새로이 찾아오는 배우자 사이의 갈등 앞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에게 실제로 많은 가족이 갈등을 겪고 있고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위로를 보내 드리고 싶었어요. (2019. 08. 23)
‘메리지 레드(marriage red)’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면, 결혼을 앞둔 남녀들이 겪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일컫는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처럼 ‘결혼 생활에 빨간 경보등이 켜진 부부들이 겪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컫는 말이란 설명이 등장한다. 놀랍게도 이 단어는 한 이혼 전문 변호사가 만든 신조어다. 자신의 SNS에 <메리지 레드>란 제목으로 별별 이혼 사건과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 형식을 빌려 연재하기 시작한 최유나 변호사는 채 1년도 되지 않아 16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수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겼던 이 인스타툰이 『우리 이만 헤어져요』 란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본업이 이혼 전문 변호사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 가운데 특별히 ‘이혼’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민사나 형사 사건도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혼사건은 변호사의 역량이 더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담가 역할도 해야 하고 상대방과의 중재도 진행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소송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거든요. 어릴 때부터 상담과 중재가 적성이던 저는 변호사가 되기 전부터 이혼 변호사를 꿈꿨어요.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누군가의 온전한 편이 되어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며 힘을 드리는 일을 하다 보니 제가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도 해요. 만화 댓글에 힘든 일만 자꾸 보다 보면 우울해지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주시는데, 물론 그럴 때도 있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매듭을 짓는 일을 함께하는 건 제게 큰 사명감을 주더라고요.
워낙 바쁘실 것 같은데, 만화까지 연재하고 계세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신 건가요?
제가 20대부터 이혼 소송을 대리하면서 참 많은 걸 배우고 느꼈거든요. 막연한 두려움에 비혼을 외치는 20대,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나만 갈등을 겪는 것 같아 불안한 30~40대, 자녀가 어느 정도 크고 새로이 찾아오는 배우자 사이의 갈등 앞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50~60대분들에게 실제로 많은 가족이 갈등을 겪고 있고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위로를 보내 드리고 싶었어요. 변호사는 생각보다 운전하며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오전에는 대구에서 오후에는 서울에서 재판을 하기도 하고, 하루에 서너 지역을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내가 소송을 통해 느끼는 생각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매체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만화’란 형식을 떠올리게 됐어요.
그렇게 시작하신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가 1년도 안 되어 구독자 16만을 달성했네요. 구독자분들은 대체로 어떤 반응이신가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많아야 몇백 명 정도 보시겠지, 했는데 빠른 속도로 팔로워분들이 증가해서 많이 놀랐죠. 요즘에는 한 툰당 수백 개에서 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곤 해요. 예전에는 댓글에 답변도 달아드리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네요. 감사하게도 댓글,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저에게 주시는 반응들은 대체적으로 ‘위로받았다’는 것이에요. 본인의 개인사를 공유해 주며 이런 일이 유독 내게만 일어난 일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내용, 저마다 삶의 힘든 일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알 수 있어서 인생 공부도 되었다는 내용들이 많아요. 아무리 바빠도 잠을 줄여서라도 댓글을 읽어보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개입해 소송을 해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반복되는 일상에 이러한 댓글들은 큰 힘이 되거든요. 오늘도 한 사람의 인생에 내가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 드려야지 하는 의지가 더 올라오고요.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를 책 『우리 이만 헤어져요』 로 출간하셨는데, 인스타툰과 책의 내용이 많이 다른가요?
‘메리지 레드’라는 이름을 많이 사랑해 주셨어요. (제가 만든 단어인데 포털 사전에도 올라가 있는걸 보고 놀랐죠) 그런데 기존의 툰에 저의 에세이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책을 사랑하시는 독자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제목으로 출간했어요. 기존 인스타에 올렸던 만화들을 책으로 보시기 편하도록 그림 작가님이 그림을 다시 그려 주셨고요. 저의 학창 시절, 이혼 소송을 하면서 드는 생각들과 관련된 에세이가 추가되었어요. 법률 칼럼, 웹툰 대사는 써 봤는데 에세이는 처음 써 보는 거라 괜히 잘 쓰려고 하지 않고 읽기 편하게 제 생각 위주로 썼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고 계세요. 아 그리고 인스타툰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새로운 에피소드들도 추가했어요. 미공개 에피소드는 좀 더 개인적인 것들이에요. 남편과의 이야기, 아버지와의 이야기 등이 들어 있어요.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가운데 변호사님이 뽑은 최고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제가 뽑은 최고의 에피소드는 ‘80년대생의 흔한 이혼’ 편이에요. 제가 80년대생이라서 더 공감 가는 것도 있지만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녀 출산을 경험하고 그 직후에 갈등이 최고조가 되는 80년대생 부부들이 많거든요.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자신의 인생이 지금 굉장히 힘들다고 토로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어디에 말도 못 하고 서로의 배우자에게는 점점 섭섭한 일만 늘어나고 멀어지다 보니까 이혼 결심을 하게 되는 경우죠. 이 경우 이혼 사유를 성격 차이 또는 성향 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꼭 성격이나 성향이 아니라 입장과 책임, 즉 가정 내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느냐가 큰 것 같아요. 제도적인 원인도 있고요. 감당하기 벅찬 상황들이 몰려오는데 그것을 부부가 서로 잘 소통해 나가기에는 너무나 여유가 없고 힘들어서 헤어지는 거죠. 이러한 상황을 함께 공감하고 싶어서 썼던 이야기에요.
결혼을 생각하는 이들도 많고 이혼을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텐데, 이분들께 각각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세상에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인생의 이유를 가족에 두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오직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대부분의 사회적 시선 때문에 결혼을 선택할 필요도, 가정을 깨는 것은 나쁘다는 시선 때문에 극도의 고통 속에서 이혼을 하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모두가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삶을 살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인스타툰 연재는 언제까지 하실 예정이세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사실 100회 연재를 목표로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2번 제 만화를 기다려주시는 16만의 독자분들과 헤어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200회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단 200회까지 하고 연재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글을 쓰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제 인생에 걸쳐 계속 글 쓰는 일도 함께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네요.
*최유나
20대부터 이혼 변호사로 활동하며 1,000건 이상의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불현듯 닥쳐온 고통의 시기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는 것을 천직이라고 여기는, 소송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또 배우는 워킹맘.
숱한 간접 경험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것을 공유하고 이혼 소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김현원 작가와 함께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를 시작했다. 결혼 생활 전후의 모든 시기마다 가장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다루면서도 그에 대한 이혼 변호사로서의 자기 생각을 담기 위해 애썼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해 기혼자뿐 아니라 미혼자에게 더 큰 공감을 얻었고,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어 팔로워 수가 무려 16만 명으로 늘어났다.
우리 이만 헤어져요최유나 저/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최변의 아버지 이야기, 결혼 및 출산 이야기, 부부 싸움 이야기 등 그간 풀어놓지 않았던 미공개 에피소드 5편과 좀 더 깊은 속마음을 드러낸 에세이 17편을 추가로 수록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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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최유나> 저/<김현원> 그림16,2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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