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이 건네는 “가장 중요한 물음”
『힘 좀 빼고 삽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불교에서는 ‘불사선 불사악(不思惡 不思善)’이라고 합니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고요. 어느 것에도 묶이지 않으려면 내가 갖고 있는 생각 일체를 내려놔야 해요. (2019. 07. 31)
과거에는 종단에 소속되지 않은 수행자들이 많았다. 수행자에게 중요한 것은 끝없이 묻는 것이지 종단에 소속되어 한 자리 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오십 년 몸담은 종단이 큰 의지처가 된 것은 사실이다. 나는 그 의지처조차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승적이 박탈되고 경기도 수원에서 거리 집회를 하며 부처님이 한 나무 아래에서 사흘을 머물지 말라고 했던 뜻을 되새겼다. 그동안 내가 집착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보며 출가의 첫 마음, 첫 자리로 돌아가겠노라고 다짐했다. 어떤 것에도 걸리지 않는,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그 물음의 자리로 돌아간 것이다.(204쪽)
조계종을 비판하다 2017년 조계종으로부터 승적을 박탈당한 명진 스님은 이후 “어떤 것에도 걸리지 않는,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그 물음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한다. 다시 ‘처음’을 되새긴 명진 스님은 현재 사단법인 ‘평화의길’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사회에 발언하기를 그치지 않고 있다. 『힘 좀 빼고 삽시다』 는 2011년 출간된 『스님은 사춘기』 의 개정증보판으로 명진 스님의 사고 많은 학창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명진 스님의 50년 수행 여정을 담은 책이다. 지난 7월 18일, 성수아트홀에서 진행된 명진 스님의 『힘 좀 빼고 삽시다』 출간 기념 북토크는 배우 안석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명진 스님은 “사람들은 조계종에서 제가 승적이 박탈됐다고 하시는데요. 저는 내가 조계종을 내버렸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로 북토크를 시작하며 출가 후 50년 동안 줄곧 품어온 물음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힘을 주기 위해서 힘을 뺍니다
안석환 : 『힘 좀 빼고 삽시다』 소개를 해주세요. 어떻게 내게 된 책인가요?
명진 스님 : 저는 스님들이 책 내는 걸 반대했었어요. 근데 부끄럽게도 여러 권 냈네요.(웃음) 원래는 『스님은 사춘기』 만 내고 안 내려고 했어요. 안타깝게도 『스님은 사춘기』 를 내고 얼마 후에 출판사가 문을 닫아 절판이 됐고요. 책이 없으니까 어떤 분이 책을 통째로 복사를 해서 주변 분들과 읽으신 거예요. 그래서 책을 다시 내야겠다 생각했고요. 『스님은 사춘기』 에 이후 생각이 바뀐 부분도 있고, 경험한 것들도 있어서 그것들을 담아 다시 내게 됐습니다.
안석환 : 스님의 말씀, 힘을 빼야 한다는 말씀은 알겠는데요. 어떻게 해야 힘이 빠지고, 이를 통해 어떻게 자유를 얻을 수 있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명진 스님 : 왜 힘을 뺄까요? 힘을 주기 위해서 힘을 뺍니다. 힘을 꽉 주고 있으면 다시 힘을 줄 수 없죠. 제가 초등학교를 여섯 번 전학했고요. 중학교도 두 군데를 다녔는데요. 전학을 할 때마다 싸웠어요. 무시당하기 싫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싸움의 기술이 생겼어요.(웃음) 싸움의 기술은 유연성, 부드러움이에요. 힘만 주고 있으면 고수가 아닙니다. 힘이 빠져 있어야 해요.
안석환 : 저도 연극을 하면서 제일 처음 지적 받았던 것이 “어깨 힘 빼”였어요. 무대에서 힘을 주면 팔과 다리가 부자연스럽거든요.
명진 스님 : 그런데 힘 빼는 게 쉽지 않아요. 힘을 빼려다 다시 힘이 들어가요. 훈련이 필요한 거죠. 저도 힘 빼기를 불교 최고의 가르침으로 인식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석가모니 가르침의 마지막 단계가 여기일 거예요. 흔히 그래도 뭔가 깨달아서 알게 되는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깨달음도 욕심이에요. 부처가 되겠다든가 성인이 되겠다든가 도를 알겠다든가. 좋은 욕심도 욕심이죠. 부처가 되겠다는 것은 거룩하고 성스러운 욕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나쁠 수 있어요. 나쁜 욕심은 버리면 되지만 좋은 욕심은 버릴 수가 없으니까요. 명주실로 나를 묶어도 묶인 것은 같습니다. 불교에서는 ‘불사선 불사악(不思惡 不思善)’이라고 합니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고요. 어느 것에도 묶이지 않으려면 내가 갖고 있는 생각 일체를 내려놔야 해요.
마음에서 힘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가? 모른다. 그 알 수 없는 물음 속으로 끝없이 몰입하다 보면 자연히 힘이 빠진다. ‘안다’라는 생각이 모두 비워지면 내가 정말 ‘모른다’라는 생각만 오롯이 남게 된다.
모든 앎이 끊어지고 완전히 힘이 빠진 자리, 그 완벽한 비어짐의 자리가 진정한 자유이다.(307쪽)
우리가 아는 게 뭐가 있나요. 아는 척하고,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죠. 지금이 왜 2019년인가요? 2019년 전에는 세월이 없었나요? 누가 “너는 누구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죠. 여기서부터 출발하지 않고는 정신 없이 내 인생을 소모하게 됩니다.
안석환 : 아픔과 슬픔, 고민을 계속 안고 사는 우리들에게 스님은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어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여쭙고 싶습니다.
명진 스님 : 어딘가에 묶여 있거나 갇혀 있다면 자유를 구하게 되죠. 갇힌 것만큼 괴로운 게 없어요. 그런데 만약 우리 의식이 어딘가에 묶여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우리 생각도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이라는 틀에 갇힌 게 아닐까요? 정말 자유로울까요?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생각을 해봐야 해요. 정신적 구속은 우리를 한없이 어리석게 만들어요. 내가 거짓으로 가면을 쓰고 치장해서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 불행하고 괴로운 일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데도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를 향해서 눈길을 돌려야 하는 거예요. 우리는 남의 시선으로 내 인생을 판단하려 합니다. 왜 남의 눈으로 나를 살아야 해요? 내 눈으로 나를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때부터 불행해지는 거예요.
명진 스님에게 묻고, 듣는다
명진 스님은 안석환 배우와의 대담을 정리하며 ‘안다는 것’과 ‘온전히 모르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아는 것은 길들여진 것이고, 모른다는 것은 불편하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인간 본성은 ‘모름’”이며 “’모름’ 자체가 해탈의 자리이며 자유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끝없이 “’모른다’만 남는 그 상태”를 찾아 가야 한다며, 거기 이르기 위해 몸에서 힘을 빼듯 마음에서 힘을 뺀다면 진정한 자유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다는 것’은 하나의 틀입니다. 하늘은 파랗다고 하지만 파란 하늘은 개인에게 저마다 다르게 보여요. 여기 오신 분들도 저, ‘명진’이라는 사람을 다 다르게 봐요. 어떤 게 나예요? 모릅니다. 내가 나도 모르는데요. 그럼에도 우리는 잘 안다고 생각하고 삽니다. 허상의 앎 속에서 이런 저런 논리로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거짓된 거죠. 이 거짓으로부터 벗어나야 해요. 알 수 없는 것을 향해서 계속 가면 ‘모른다’만 하나 딱 남아요. 전도된, 잘못된 생각이 다 떨어져나간 자리, 모름의 자리, 알 수 없음의 자리, 그곳을 향해 물어만 가면 됩니다. 대답을 바라면 안 돼요. 얻고자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우리 본성의 자리는 ‘모름’이잖아요. ‘부처 보기를 원수 보듯 하라’는 얘기는 그것조차도 인간의 번뇌, 중생의 어리석은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계라는 거예요. 다 버리고 완전히 비우라는 겁니다. 완전히 비워서 온전히 모르는 상태를 끊어지지 않도록 애써나가야만, 집중해야만 합니다.”
안석환 배우는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 마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스님 말씀을 들으면 늘 나는 얼마나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는 감상을 전하며 관객과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고민이 많아서 고민입니다.
괴롭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은 삶이 있을까요? 그런 삶이 과연 행복할까요? 재벌들은 행복할까요? 저는 최소한의 의식주가 해결된다면 내 마음대로 사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가는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죠. 이때 ‘의’는 옷이 아닙니다. 의료예요. 병원에 갈 권리, 밥 먹을 권리, 주거의 권리를 해결하는 게 국가의 의무예요. 직장을 그만둬도 실업급여가 보장되어야 하고요. 기본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보장해줘야죠. 그런 후에 우리는 왜 살까, 생각하는 겁니다.
유관 부서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어요. 계속 부딪히고 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도 절에 있을 때 미워한 사람이 있었어요. 얼마나 미워한 줄 아세요? 따라다니면서 미워합니다.(웃음) 그런데요. 미워하면 같이 미워하세요. 지금도 미워하는 사람 미워하고 있어요. 그게 잘못인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안 맞으면 밉고, 싫은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다가 나를 왜 미워하는지 대화를 해야죠. 내가 왜 그렇게 미운지 묻고, 고칠 게 있으면 고치고,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하면 좋겠어요.
힘 좀 빼고 삽시다명진 저 | 다산책방
나는 누구인가 물으면 알 수 없고, 알 수 없는 상태란 어떠한 것도 결정하지 않은 막막하고 불안한 상태다. 스님은 이 상태를 어떠한 것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상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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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명진> 저14,4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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