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믹스 앤 매치 AB6IX, B:COMPLETE
케이팝의 많은 음악이 그렇듯, AB6IX 또한 이미 있던 것들의 ‘믹스 앤 매치’로 탄생한 그룹일 테다. 그러나 그들은 새롭다. 차원이 다른 주파수와 주파수가 부딪쳐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글ㆍ사진 서효인(시인, 문학편집자)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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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뉴뮤직

 

 

'테레민'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전자 악기가 있다. 주파수의 간섭을 이용해 소리를 만드는 신시사이저로, 이 악기의 발명자인 러시아의 음향 물리학자 ‘테레민’에서 이름을 따왔다. 주파수를 발산하는 안테나를 연주자가 손으로 건드리면 소리가 나는데, 손의 동작과 위치에 따라 다른 음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이 악기의 소리를 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도 세계를 통틀어 손에 꼽는 정도이고, 주파수가 ‘믹스’되고 ‘매치’되는 소리를 굳이 현대 음악에 쓸 일도 없을뿐더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이든 해당 악기의 사운드는 대부분 디지털로 재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다. 이제까지 들어 본 적 없는 소리,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악기,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음악.

 

‘AB6IX’의 데뷔 앨범 의 흥미로움을 설명하기 위해 조금 멀리 돌아왔다. 타이틀곡 「Breathe」의 도입부 안무가 이 세상에 없는 소리를 집어 내기 위한 테레민 연주자의 부드러운 손짓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방울 모양의 음표를 표현하는 듯한 안무는 근래 보기 힘들게 섬세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파워풀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순식간에 바뀌며 한 곡 내내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테레민 연주자가 되어 손가락을 튕긴다.

 

그렇게 무대가 끝날 때, 무대의 퍼포먼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이라면 AB6IX를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케이팝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움의 정점에 있다. 주파수와 주파수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어 만들어 낸 단 하나의 소리처럼. 바로 테레민처럼.

 

최초의 주파수는 힙합일 것이다. AB6IX가 소속된 기획사 ‘브랜뉴뮤직’은 힙합으로 알려진 회사다. 이른바 ‘브랜뉴 보이스’라는 프로젝트가 팬들 사이에 소문이 돌 때 대부분이 힙합 그룹의 탄생을 떠올렸을 정도다. 뚜껑을 열고 보니 그들의 음악을 정통 힙합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랐지만, 「Breathe」의 부드러움과 대구를 이루는 듯한 거친 스타일의 싱글 「Hollywood」 「Absolute(完全體)」를 들으니 역시는 역시라고 할 수밖에. 특히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일부 공개된 「Hollywood」 음원은 긴 시간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 보내는 강렬한 선물과도 같았다.

 

또 다른 주파수는 음악적 능력치다. 일단 데뷔 앨범의 퀄리티가 남다르다. 한두 곡이 담긴 싱글이 아니라 일곱 개의 다른 노래가 담긴 EP로 출발한 것도 모자라 그중 타이틀곡의 프로듀싱을 그룹의 막내가 맡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앨범 전곡에 걸쳐 작사와 작곡에 멤버들의 참여가 고루 이루어졌다. 이는 자연스레 앨범 수록곡의 다양성을 만들어 내는데, 일렉트로닉 팝에서 딥 하우스까지 수록곡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인다. 신인 그룹답지 않은 세련됨으로 각각을 묶어 내는 프로듀싱 또한 눈여겨볼 대목인데, 수많은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킨 대형 기획사나 하나의 그룹으로 대박을 노리는 소형 기획사와는 다른, 브랜뉴뮤직만의 색깔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멤버의 가능성과 소속사의 관록이 서로를 간섭하여 완전히 새로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주파수는 아무래도 <프로듀스 101>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멤버 다섯 중 전웅을 제외한 네 명은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당시 <프로듀스 101> 의 열기는 다른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최종 결과, 이대휘와 박우진은 ‘워너원’으로 데뷔한다. 상위 라운드까지 살아남아 경쟁력을 보여 준 임영민과 김동현은 듀오를 이루어 ‘MXM’ 활동을 이어 나갔다. 새로 합류한 전웅 또한 이미 완성형 아이돌에 가까우니, AB6IX를 온전한 신인 그룹으로 보기에 낯선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들의 경험과 실력이 이미 여러차례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신인답게 새롭고 당찬 것도 의심할 일이 아니다. 하나가 된 다섯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오래 기다린 처음이다. 이 처음을 기억할 만하다.

 

어느 주파수가 어디에서 어떤 음을 낼지 아무도 모른다. AB6IX라는 테레민은 이제 첫 음을 내었다. 그들더러 지금까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룹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케이팝의 많은 음악이 그렇듯, AB6IX 또한 이미 있던 것들의 ‘믹스 앤 매치’로 탄생한 그룹일 테다. 그러나 그들은 새롭다. 차원이 다른 주파수와 주파수가 부딪쳐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AB6IX는 케이팝의 최전선이고 새로움이다. 엄청난 인기를 누린 오디션 프로그램의 뒤끝, 그 열기를 뒷받침할 만한 결과물이 드디어 나온 듯하다. 지금 만들어 낸 이 고유의 주파수가 다음의 주파수를 불러오길 바랄 뿐이다. 예상하지 못할 결과물을 예상한 듯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그러고도 남을 그룹이 탄생했다. 바로 AB6IX다.


 

 

에이비식스 (AB6IX) - B:COMPLETE에이비식스 노래 | Warner Music / 브랜뉴뮤직
AB6IX 모두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 랩 메이킹 및 안무 제작에 참여해, 좋은 음악을 가지고 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앨범으로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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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시인, 문학편집자)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 198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매일같이 여러 책을 만나고 붙들고 꿰어서 내보내는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