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이주민’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나의 미누 삼촌』 이란주 작가 인터뷰
세상을 명랑하고 행복한 눈으로만 본다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웃은 당연히 보이지 않겠지요. 어린 시절부터 주위를 넓게 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9. 06. 26)
ⓒ김영의
『나의 미누 삼촌』 은 지금 여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실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어린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이주민의 인권 문제를 오랫동안 직시해 온 이란주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는 이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보며 평등과 공존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고, 이주민들이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모습을 보며 용기와 지혜를 얻었다. 이를 어린이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자신이 만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
『나의 미누 삼촌』 은 오늘날 대한민국에 사는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죠. 사실 어떤 면에서는 무겁고 불편한 주제예요. 이러한 이야기를 어린 독자들에게 어떻게 들려주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하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너무 무거웠나요? 아이쿠,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밝고 즐거운 이야기도 필요하고, 인생의 무게가 담긴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적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 책의 주인공, 꼬마 제제에게 지금도 감사하고 있고요. 세상을 명랑하고 행복한 눈으로만 본다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웃은 당연히 보이지 않겠지요.
어린 시절부터 주위를 넓게 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 혼자만이 아니라 곁에 사는 이들과 더불어 나누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될 테니까요. 제니, 소반, 썸낭, 테이, 찬드라 아줌마, 미누 삼촌이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의미 있는 이름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제제처럼 말이에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가 아니라 실재한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작가님의 일상이 이주민들의 삶과 긴밀히 맞닿아 있기에 가능한 일일 텐데요.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해 주세요.
우리 단체 주변에는 다양한 이웃이 살고 있어요. 손수레를 끌며 재활용품을 모으는 이쁜이 할머니, 머리맡을 뽀르르 지나가는 바퀴벌레를 보고 재미난 이야기를 상상하며 개그맨을 꿈꾸는 어린 영호, 공장에서 밤낮없이 일하면서도 틈날 때마다 음악을 하는 반두 씨, 자기 식당을 내는 것이 소망인 네일라 씨……. 금요일이면 이슬람 기도소에 무슬림이 모여들고, 일요일이면 여러 교회에서 찬송 소리가 울려 나오지요.
우리 단체가 늘 생각하는 일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다양한 이들이 어울려 행복하게 같이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공부 모임을 준비하고, 취미 활동을 같이하고, 마을 잔치도 열어요. 같이 대화하고 음식과 음악을 나누며 서로 이웃사촌이 되는 날을 꿈꿉니다. 또 정성을 들이는 일은 학생, 교사, 공무원, 시민 들과 함께 인권과 문화 다양성, 평등과 공존에 대해 학습하는 것입니다. 인권 교육, 상호 문화 교육이라고 부르는 교육 활동이지요. 또 우리 법률과 제도 속에 이런 가치를 심기 위해 법률 제정 운동, 청원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역동적이고 재미난 활동이 많으니 여러분도 직접 참여하시면 좋겠네요!
평등과 공존을 꿈꾸는 아시아인권문화연대의 다양한 활동 ⓒ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나의 미누 삼촌』 은 오늘날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라 할 수 있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주민을 향한 차별과 혐오는 근거 없는 편견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예를 들어 이 책은 ‘이주민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편견에 대해서 우리가 이주민을 먼저 (고용허가제를 통해) ‘초청’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갑니다. 이주민을 위한 인권 활동을 하시는 과정에서 주로 어떤 편견과 맞닥뜨리시나요?
“당신은 한국 사람 아녜요? 왜 한국 사람 편을 안 들고 외국 사람 편을 드는 거예요?” 하는 날 선 목소리를 자주 만나지요. 음, 꼭 그렇게 편을 나눠야 하나요? 그렇다면 우리는 약한 사람 편이에요! 약한 사람은 잘 빼앗기고 차별당하니까요. ‘인권’은 무조건 약한 사람 편이라는 것은 안 비밀이에요(웃음).
책 제목의 주인공이기도 한 ‘미누’가 들려준 네팔의 오래된 서사시 「무나 머던」 내용이 기억에 남네요.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하고 싶어 먼 곳으로 떠난 머던. 사실 우리에게도 이 같은 이주 역사가 있지 않나요?
그럼요, 당연하지요. 인류의 역사는 곧 ‘이주’의 역사거든요. 아주아주 옛날에 우리 조상들이 한반도 땅으로 이주해 와 살면서 나라를 이루었으니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지요. 가까운 과거를 보면,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탄압과 가난을 피해 이웃 나라로 이주한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과 그 자손들이 중국에서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옛 러시아 지역에서는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메리카에서는 ‘애니깽’이라는 이름으로 살며 뿌리 내리기도 했지요.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가서 고된 일을 한 경험도 있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청년들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으니, ‘열정과 잠재력을 가진 대한민국 청년들이 세계로 나아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여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하라’며 청년들이 다른 나라로 일하러 갈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은 어린이가 자라 몇 년 후에는 외국에서 일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 ‘이주’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이지요. 미누 삼촌은 “우리 네팔 사람은 모두 무나 머던입니다.”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우리 인류는 모두 무나 머던입니다.”가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어요.
‘차별과 혐오’의 정서가 있다면, 한편에는 ‘공감과 연대’의 정서도 분명히 있겠죠. 단속 과정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테이’를 위해 모인 친구들처럼,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네팔로 쫓겨나게 된 ‘미누’를 위해 싸워 준 사람들처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곁에 서는 이들의 사례가 또 있을까요?
자기 일이 아닌데도 뚜벅뚜벅 걸어가서 같이 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일본군 성노예로 고통받았던 할머니들 곁에서 인권?평화운동을 펴는 많은 이들이 있고, 해군기지에 빼앗긴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를 지키고자 애썼던 이들도 있어요. 산골 마을 과수원 한가운데 들어서는 고압 송전탑 때문에 삶을 파괴당한 밀양 할매들 곁에서 송전탑 반대 운동을 했던 이들도 있고요, 작은 목소리로 힘들게 싸우는 곳으로 함께 달려가자는 ‘희망버스’ 운동도 있어요. 어떤 마을에서는 마을 일꾼들(이주 노동자들)을 잡아가려는 출입국 관리 사무소 단속반을 동네 할머니들이 “우리 애들 잡아가지 마라!” 하며 막아선 일도 있었지요.
이 사람들은 어벤져스처럼 무슨 특별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아무런 힘도 없지만 그래도 곁에서 같이 돕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지요. 신영복 선생님은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이 책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많으리라 생각해요. 지금 막 떠오르거나 들려주고 싶으신 또 다른 이주민의 이야기가 있을까요?
우리 마을에 사는 은영이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은영이는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세 살 때 베트남 외가에 가서 살다가 작년에 왔어요. 열 살 때 다시 왔으니 칠 년간 베트남에서 살았던 거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와 삼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서 그런지 성격이 맑고 예쁜 친구예요.
그런데 문제는 은영이가 그동안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거예요. 은영이는 지금 한국어를 새로 배우느라 무척 고생하고 있어요. 한국어를 못 하니 한국 친구들이 다가오면 두렵고, 학교에 가면 온통 한국어뿐이니 머릿속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대요. 수학은 원래 좋아하는 과목이지만 그것도 한국어를 모르니 자꾸 틀리기만 하죠. 가장 속상한 것은 친구들이나 선생님이나 모두 은영이를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처럼 대한다는 거예요. 다 알지만 단지 말을 못 하는 것뿐인데 말이죠. 은영이가 차츰 한국어를 배워 가듯이 이웃 친구들은 은영이 마음을 읽는 방법을 배워 가면 좋겠어요.
어린이와 함께하는 이웃나라 동화교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의 주인공들이 보여 준 용기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까요? 제도적인 변화와 더불어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이 어떤 실천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이야기해 주세요.
우선 이주민을 너무 낯설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생김새나 말이 달라도 ‘사람’은 누구나 ‘사람’이죠. 대부분 선량하고 멋진 이들입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라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화와 깊은 정신세계를 가진 이들도 많아요. 이주민 친구가 생기면 내게 새로운 세상이 또 하나 열리는 것입니다. 독자들도 그런 멋진 경험을 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간절히!
또 내 주변에서 누군가 따돌림당하고 차별받는다면 ‘내 일 아니야. 난 몰라!’ 할 게 아니라 찬찬히 바라보고 그 곁에 함께 서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은 목소리라도 보탰으면 해요. 앞에서도 말했지요.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요. 우산이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죠. 내가 누군가의 곁에 선다면 결국 내 곁에 선 이들이 많아지는 거예요. 나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죠.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들과 친구가 된 덕분에 인권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주민들이 낯설고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 맞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이겨 내는 모습을 보고 용기와 지혜를 얻었습니다. 지금은 이주민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의 미누 삼촌이란주 저/전진경 그림 | 우리학교
마음의 벽을 넘어서는 데 필요한 첫걸음은 ‘공감’입니다. 공감하려면 먼저 상대방을 어떤 편견도 없이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이주민들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아내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가만히 귀 기울여 보세요.
관련태그: 나의 미누 삼촌, 이란주 작가, 이주민, 인권문제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이란주> 글/<전진경> 그림11,700원(10% + 5%)
마음의 국경을 넘어 만나는 이주민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나의 미누 삼촌』은 지금 여기 한국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우리 안의 이웃’이 된 이주민에게 일어난 일을 담고 있습니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일하며 이주민의 인권 문제를 오랫동안 직시해 온 이란주 저자는 현장에서 만난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