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뭐길래] 느낌으로 고른 책, 후회 없어요 - 김신회 편
당신이 읽는 책이 궁금해요 (26)
사회의 흐름과 다르다는 이유로 특이한 사람, 혹은 틀린 사람, 때때로는 아예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져 왔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9. 05. 24)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로 유명한 에세이스트 김신회 작가는 어느 날, 자신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루하루 있었던 일과 그때의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결심을 하나 했다. 매일 일기를 쓰고 매일 책을 읽고 그 기록을 남기는 것. 최근 출간된 『오늘 마음은 이 책』 에는 그런 고군분투가 담겨있다. 이 에세이는 100개의 일기와 100개의 책 리뷰로 이루어진 책이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잔뜩 담긴 일기를 책으로 엮는 게 맞는지 여러 번 고민했지만, 그럴수록 써야 하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책을 읽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껴온 감정과 생각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 같다는 아쉬움에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한동안 김신회 작가의 인스타그램에는 ‘#오늘밤책’ 이라는 태그가 있었는데 그 게시물들이 이 책의 원형이 됐다.
책 선정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골라서 편하게 읽었다. 일기와 책 리뷰가 연결되는 방식으로 원고를 진행해왔기에 그날 내가 느낀 마음과 가급적 같은 주제, 같은 감성을 가진 책을 읽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김신회 작가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도 일기를 써야지, 나도 이 책을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실천하신다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소식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재밌게 읽은 책을 소개해주세요.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 를 추천하고 싶어요. 평소 책을 고를 때 도서관에서 다량의 책을 빌려와서, 읽어본 후 마음에 드는 건 직접 사서 읽는데 이 책 역시 도서관에서 먼저 발견한 책이에요. 처음에는 그저 편안한 힐링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첫 장을 읽자마자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더군요. 자기계발서 마니아인 작가가 마음에 안 드는 자기 삶을 개조하기 위해, 그동안 읽은 자기계발서에서 제안하는 대로 직접 살아보기로 한 이야기예요.
작가는 자신만의 할 일 리스트를 만들고 그동안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창피하고 낯선 일들을 해 나가기 시작하는데요. (예를 들면 남들 앞에서 스피치 하기,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번호 따기.... ) 그렇게 실천을 반복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죠. 그의 솔직하고 공감 가는 도전을 읽다보면 울고 웃느라 정신이 없어요. 작가의 생각과 행동이 저랑도 무척 비슷한 것 같아 저절로 감정 이입을 하게 됐고요. 우울하기만 한 책이 아니라 작가의 유머감각과 매력적인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야기라 요즘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습니다.
『파리라고 와 봤더니』 도 즐겁게 읽은 책 중 한 권입니다. 이 책 역시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사고 싶었지만 절판이 되어 구하지 못하고 있는 책이에요. 사실 동경하던 여행지에 가면 그 여행지가 온갖 매력을 선보이고, 그 안에서 나는 늘 반짝거릴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죠. 여기서 찌질했던 나는 거기 가서도 찌질하고, 여기서도 별볼 일 일 없었던 나는 거기 가서도 별 볼 일 없어요. 그러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 거기 왜 갔냐~ 하는 생각에 입안이 쓰리고요.
파리라는 좋은 데를 간 소복이 작가님도 비슷한 체험을 했던 것 같아요. ‘파리라고 와 봤더니’ 파리는 그다지 낭만적이지도 않고,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도 않고, 사람들은 쌀쌀맞고 나는 또 왜 이리 궁상맞은 것이냐... 에 대해 투덜투덜대며 쓰고 그린 책입니다. 여행지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많아서인지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었어요. 조만간 이 책을 꼭 구하고 말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를 소개하고 싶어요. 저는 아직 결혼도 출산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간접 경험만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결혼과 출산, 육아가 남의 일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죠. 내가 경험하는 일만이 내 일이라고 살다 보면 내 세계는 점점 좁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가 없는 어른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지요.
이수희 작가는 남편과 상의 끝에 아이 없는 결혼 생활을 지속해나가기로 결심하는데요. 정작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며 살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걱정하고, 불쌍해하거나 온갖 참견을 멈추지 않아요. 읽는 내내 눈물도 나고,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각자가 가진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을 어느 누가 재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 역시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읽는 내내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는 이 책을 써주신 작가님에게 참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느낌입니다. 하하. 뜬금없지만 사실이에요. 그래서 특히 소설은 표지만 보고 고른 적이 무수히 많고요. 에세이의 경우에는 제목과 책의 느낌을 많이 봅니다. 그렇게 고른 책이 또 읽어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가끔 추천을 받기도 하는데 사람의 취향이라는 게 천차만별이라서요. 저는 추천 받은 책 중에 이 책은 내 스타일이다, 라고 여겨진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요. 책을 고르는 일도 도전이고 연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책을 고르는 데 결국 실패해도 제가 골라서 실패하고 싶고, 어떤 책인지 모르겠어도 제가 먼저 읽고 알아가고 싶어요. 고집이 세서 그런가 봐요.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그동안 자주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를 들려주는 책이요. 제가 할 수 있는 경험은 정해져 있기에 그 외의 세계에 대해서는 안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주저하게 돼죠. 그래서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아니 사회의 통념과는 다르게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유난히 반갑습니다. 비혼 여성들의 이야기를 해주는 책도 그렇고, 장애나 차별과 관련된 책도 자주 찾아 읽고요. 사회의 흐름과 다르다는 이유로 특이한 사람, 혹은 틀린 사람, 때때로는 아예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져 왔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월 10만 원의 독서지원금이 나온다면, 어떤 책을 많이 사실 것 같나요?
저는 일본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어렸을 적부터 많이 읽었고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소설가 가쿠다 미쓰요, 야마모토 후미오,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해요. 그분들의 책을 하나씩 다시 사서 전집을 갖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전집은 이미 갖고 있어서 나머지 두 분의 작품들을 하나씩 사 모으는데 10만원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책 꽂을 책장부터 구해놔야겠네요! 근데 진짜 받는 것도 아니잖아요. 왜 자꾸 흥분하게 되죠?
하하.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뮤지션이자 영화감독, 작가인 이랑 씨의 책, 그리고 역시 뮤지션이자 작가인 오지은 씨의 책이 기다려지고요. 난다 씨의 에세이도 매우 좋아해서 기다리게 됩니다. 다부사 에이코 씨의 만화도 좋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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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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