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특집] 출판사에서 말하는 ‘전자책 이렇게 팔아요’
<월간 채널예스> 2019년 3월호
기존의 출판사들은 전자책을 어떻게 만들고 판매하고 있을까? 활발하게 전자책을 선보이고 있는 두 곳의 출판사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2019. 03. 15)
장수영(열린책들 팀장)
세계문학 완독, 전자책으로 해보세요
- 장수영(열린책들 디지털콘텐츠팀 팀장)
전자책 제작과 마케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저희는 아직 자체 제작을 고집하고 있어요, 종이책 단행본과 최대한 비슷하게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특별히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웹페이지를 구성하는 HTML 언어를 사용합니다. 마케팅의 경우, 전자책은 물리적인 형체가 없기 때문에 사은품을 붙인다거나, 오프라인 판촉 행사 같은 마케팅 툴과는 상성이 맞지 않아서 콘텐츠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하거나, 전자책에 잘 맞는 대여라는 툴을 사용하죠. 인터넷 공간의 여러 루트로 노출이 잘 되도록 신경도 씁니다.
열린책들의 전자책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인가요?
열린책들의 e북 효자 상품은 세계문학 시리즈예요. 2013년 전자책 시장이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지기 전에 마케팅을 잘해놓아서 지금까지도 판매를 쉽게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자책의 이점이라면 역시 공간이나 무게에 대한 걱정 없이 여러 콘텐츠를 두루두루 볼 수 있다는 점이겠죠. 세계문학 같은 경우는 독자들의 꼭 한 번은 완독하고 싶다는 니즈와 전자책 특성이 잘 맞아떨어져서 판매가 잘 이루어진 것 같아요.
전자책을 제작할 때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는 편인가요?
너무 당연하긴 한데, 가장 기본적으로는 종이책의 내용을 누락하면 안 되겠고요, 그 다음이 편집과 가독성이에요.
전자책을 유통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파일의 형태로 유통되는 만큼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또 일하다 보면 이것이 책이라는 사실을 간과할 때가 있는데, 종이책과 같은 가치를 가진 한 권의 책이라는 생각을 일부러라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파일의 퀄리티를 관리하려고 애를 많이 써요.
전자책 출간 시기는 종이책과 비슷한가요?
열린책들은 종이책과 거의 동시에 전자책을 출간하는 정책을 따르고 있어요. 종이책과 전자책은 같은 파이를 나눠 가지는 관계가 아니라 동시에 더 많은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열린책들에서 출간되는 전자책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주요 저자 컬렉션이 잘 구성되어 있다는 점, 자체 제작이라서 조금 더 꼼꼼할 수 있다는 점? 전자책만의 특징보다는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콘텐츠는 신뢰가 간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열린책들에서 진행한 전자책 마케팅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두 가지가 기억이 나네요. 2016년에 스웨덴 소설 전반에 대해서 홍보하려고 『감옥도 살 만한 동네 안내서』 라는 무료 저자책을 제작했는데, 사실은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라는 콘텐츠를 홍보하려고 낸 거였어요. 무료 책이 얼마나 판매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권 다 판매가 좋았지요. 무료 책 자체도 아직도 인기가 많은 편이에요. 전자책은 단권 마케팅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맥파이 살인 사건』 이라는 추리 소설은 예외적으로 분량을 반 잘라서 ‘하프북’을 론칭 했었어요. 범인이 밝혀지기 바로 앞장까지만 포함되어 있었죠. 콘텐츠에 딱 맞는 마케팅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생각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전자책을 이용하는 독자들의 특징을 어떻게 보나요?
전자책 사용자들은 아무래도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하죠. 하지만 전자책 사용 독자층을 특정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종이책으로 소구력이 있는 상품은 전자책에도 똑같이 소구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편이에요. 차이가 있다고 짐작은 하는데, 아직까지 의미 있는 차이 같진 않거든요. 헌데, 저희 전자책의 스테디셀러 상품인 세계문학 시리즈는 중장년층 독자님들이 선호하세요.
앞으로의 전자책 시장을 전망한다면?
가끔 듣는 질문이긴한데,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자책이라는 매체는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콘텐츠 대중화에 분명히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애쓰다 보면 앞으로 e북 시장도 더 커지고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박준기(김영사 부장)
인문서도 전자책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어요
- 박준기(김영사 전자책팀 부장)
김영사의 전자책 중에서 인기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에요. 전자책 중 이렇게 많이 팔린 인문서는 처음이었죠. 출간된지 3년이 지났는데도 매월 1~2천부 이상씩 판매되고 있어요. 이 책은 단행본이 600쪽이 넘는데요. 베스트셀러이니 읽어보고는 싶고,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이 돼서 전자책을 선택한 분들도 있고, 단행본과 e북을 같이 구매한 분도 있어요. 분량이 많다 보니 전자책의 읽어주기 기능인 TTS 기능을 활용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전자책을 제작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게 서체와 이미지예요. 특수 문자가 있는 경우엔 전자책의 서체 지원 여부를 확인해서 지원이 안된다면 이미지로 만들어 넣어주죠. 또 전자책은 이미지가 단행본과 다른 위치에 들어갈 수 있어서, 이미지의 위치도 잘 잡아 주어야 해요. 이 점은 전자책 제작 후 검수할 때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고요. 이미 판매가 됐는데 독자에게 오탈자 수정 요청이 들어온다면 바로 수정 파일을 교체해요. 어려울 경우 모아 두었다가 단행본을 수정할 때 반영하기도 하지만 전자책의 경우 1년에 한번은 꼭 파일을 수정해요.
전자책을 유통 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전자책도 보안을 위해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기술, 즉 DRM을 사용하고 있지만, DRM이 해제되면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될 수 있어요. 최근 뉴스에도 언급되었지만 공유 사이트 몇 곳이 폐쇄 되고요. 전자책이 파일 형태로 유통된다고 하더라도 이 파일에는 보호받아야 하는 저작권이 있습니다. 때문에 제작사, 출판사, 유통사는 각각의 기준을 세워, 복사 파일의 삭제 및 DRM 등 보안에 대한 정기적인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해요.
전자책은 종이책과 동시에 작업하는 게 좋은가요?
신간의 경우 단행본 출간 후 바로 전자책을 출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검수를 한번에 보는 것이 효율적이기도 하고, 단행본의 마케팅 효과를 전자책이 누릴 수도 있어서죠. 독자에게도 선택의 폭을 하나라도 더 늘려주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김영사에서는 전자책에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나요?
저희 출판사의 전자책 운영 인력은 저를 포함해 2명이에요. 전자책 제작, 관리, 제휴, 이벤트, CS 등 분야를 나누어 담당하고 있죠. 요즘은 오디오북이나 어린이 전자책 등 신규 서비스와도 계약 등을 진행 하고 있어요.
김영사에서 출간되는 전자책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전자책의 특징이라기보다는 파일 관리라는 말이 맞을 거예요. 보통 하나의 전자책으로 여러 유통사에 유통을 하는데, 저희는 각각의 유통사마다 전자책 파일을 다르게 만들어요. 전자책 파일의 DRM이 깨진 채로 공유 될 경우, 공유자가 어느 경로로 전자책 파일을 공유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HTML 코드와 이미지도 표시해서 넣고 있고요.
전자책 마케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전자책이 출간되면 먼저 신간 코너에 노출해서 독자의 클릭율를 살펴요. 그걸 보고 주요 유통사 노출을 진행하는데, 구매가 증가하기 시작하면 노출하는 유통사도 넓히고 유통사 기획전, SNS 채널도 늘려서 노출 시간도 늘려요. 각 공간에서 최대한 노출되기 위해 이벤트도 꾸준하게 하고 있고요. 오프라인에서는 배포용 도서 소개 자료에 전자책의 QR코드를 넣어 전자책 구매로 연결하기도 해요. 단행본이 출간되면 먼저 타깃 독자 5~10명에게 책을 읽어보도록 해서 추천 의견을 먼저 청취해서 유사 도서나 기획전 이벤트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전자책에 관한 독자들의 리뷰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리뷰도 리뷰지만, 전자책의 오탈자에 대해 화면을 캡쳐하거나 텍스트로 적어서 메일로 보내주는 분들이 있어요. 100% 완전하게 만들지 못해 죄송할 따름인데, 불완전한 부분을 채워주는 독자에게 늘 감사해요.
전자책을 보는 독자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초창기의 전자책 시장에선 책을 많이 보유한 곳이 독자를 끌어 들였다면, 지금은 특별한 서비스가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전자책 독자들은 서비스를 보고 단행본과 전자책을 효율적으로 선택하고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전용 단말기도 꾸준히 출시되고, 뷰어도 업데이트되고 결합 상품도 만들고, 예스24의 심야 퀴즈처럼 흥미를 끌 수 있는 서비스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전자책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시장이 성공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매자가 서로 윈윈해야 하잖아요? 전자책도 아이패드, 스마트폰, 전용 디바이스의 출시로 하드웨어가 풍족해졌고, 소설, 에세이, 경영 경제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양도 꾸준히 늘어났어요. 독자의 구매로 조금씩 전자책 시장도 성장하게 되었고요. 앞으로도 출판사는 필요한 좋은 콘텐츠를 잘 만들고 유통사는 좋은 서비스로 제공한다면 독자는 기꺼이 구매할 것이고, 전자책 시장은 완만하더라도 꾸준하게 성장할 거라고 생각해요.
관련태그: 전자책, 세계문학, 장수영 팀장, 박준기 부장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