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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주 “누군가를 잃어 울어본 사람에게…”

『한 번쯤,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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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책이든 물건이든 자기 몫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도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한 자기 몫을 다 하고 사라지기를 바라요. (2018.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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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는 18년쯤 전에 죽었다. 내가 스무 살, 오빠는 스물두 살.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 『한 번쯤,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빠가 심장마비로 죽던 날 한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빠에 대한 원망, 그 시간에 집을 비웠던 자신에 대한 자책, “너까지 잘못되면 그땐 엄만 못 살아”라는 말이 가진 무게, 자신의 목숨이 이제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확실한 실감, 오빠의 부재로 인해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감, 아프지 않고 건강히 잘 살아내야 할 몫 등…. “밤새 울며 쓴 글들”이라고 표현한 그녀의 글을 한 편씩 SNS에 올렸고, 같은 슬픔을 함께 감당해온 그녀의 부모님은 조용히 그 글을 읽어주었다. 한 사람이 떠나고 남은 사람들이 보내는 일상, 서로를 향한 배려에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슬픔은 점차 옅어지고, 글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보듬기 시작했다.

 

세상엔 나보다 더 슬픈 사람이 많으니까, 내가 울면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니까, 그렇게 꾹꾹 눌러 담아놓았던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는 이제 나누고자 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있는 사람들과 그 슬픔에 대해. 남아 있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몫과 살아내야 할 몫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마음이 예의 없는 태도를 낳는다

 

먼저 『한 번쯤,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작가님이 직접 책을 소개해주세요.

 

아주 간단히 말하면 ‘상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조금 더 길게 말하면 가족, 친구, 연인 등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을 ‘죽음’이라는 경계선 너머로 떠나보낸 상실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가족이 오빠를 먼저 떠나보내고 20년 가까이 어떻게 견디며 살아왔는지 되돌아본 책입니다. 그 상실의 아픔 때문에, 아프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려고 주변 사람을 원망하고, 나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온 시간을 풀어냈어요.

 

책에서 가슴속에 담아두기만 했던 이야기, 두려워서 쳐다보려 하지 않았던 이야기였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럼에도 꺼내어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전부터 막연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국어국문학과에도 들어갔고요.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혼자 가끔 습작을 했지만 제 속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어딘가에서 들은 듯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제 안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마음속 저 깊은 곳에 갇혀 있는 제가 문을 열고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하기 어려운 이야기, 제 인생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 아직도 제 마음을 힘껏 틀어쥐고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요. 사실 글을 써야지 마음먹었을 때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튀어나온 게 ‘오빠’이기도 했고요.

 

출간 이후,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린 이후로 한 1년 정도는 부모님께서 제가 쓴 글을 보셨어요. 그런데 “너무 술 이야기만 하는 거 아니냐, 사람들이 널 술만 마시는 애로 보면 어떡하냐,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써야 하는 거냐” 같은 이야기를 하시니까…. 솔직히 좀 싫기도 했고요,(웃음) 그것보단 글을 쓸 때 제가 머릿속으로 이건 써도 될까, 이건 쓰지 말까 계산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이 인터넷 세상에 약하다는 점을 살짝 이용해 그 이후부터는 부모님이 못 보시게 막아놨어요. 그렇다고 제 마음대로 막 쓴 건 아니고요,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부분, 밝히기 싫어하시는 부분을 어느 정도 알았으니까, 그 부분은 굳이 더 드러내려 하지 않긴 했어요.

 

책이 나온 다음에는 저보다 더 기뻐하셨어요. 책을 집에 가져온 날 엄마는 책을 한참 만지작거리며 “눈물 나서 못 읽을 것 같애” 하시고는 그날 새벽까지 다 읽으셨고요. 읽으신 뒤에는 “장하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아빠는 겸연쩍으신지 휘리릭 훑어보시고는 못 보겠다고 하셨고요. 저 없을 때 읽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부모님은 제가 글 쓰는 걸 항상 지지해주셨고, 그게 많은 힘이 된 게 사실이에요. 항상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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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_ 조성민

 

 

작가님의 기분도 궁금합니다. 가슴속 꾹꾹 눌러 담아놓았던 내밀한 이야기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온 순간, 어떠셨나요?

 

아무 생각이 없다가 출판사에서 본문 디자인 시안을 처음 봤을 때 막 설레기 시작했고요. 책 실물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신기했어요.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읽을까, 읽으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저 출판사에 피해만 안 끼치는 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상상력의 부재가 인간을 잔인하게 만든다. 공감하지 못하는 마음이 예의 없는 태도를 낳는다. 반대로 타인의 슬픔을, 나아가 그들의 삶을 상상하고 그것에 공감한다면 한 사람을, 그 사람의 세계를 구할 수도 있다.”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이 메시지는 사실 제 속에서 나온 게 아니에요. 어딘가에서 읽은 글이 제 속으로 들어와 앉아 있다가 나온 것인데요, 요즘은 너무 바쁘기도 하고 사람들이 눈으로 바로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직접적인 정보를 좋아하잖아요.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곱씹고, 상상하는 시간을 갖기가 어렵죠. 타인의 입장을, 슬픔을 헤아리고 상상해볼 시간도 부족하고요. 내 한 몸 건사하기 바쁘니까요. 그래서 나 이외의 타인에게 더 무관심해지고 그 무관심이 타인 역시 피와 살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 상처받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무디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상상하지 못하면, 나 이외의 사람은 배경을 장식하는 종이인형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잘라버리든 태워버리든 상관없어지지 않을까요? 요즘 사회면에 등장하는 끔찍한 사건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생각하고요. 사실 일상에서 주고받는 말들 속에도 그런 잔인함, 끔찍함, 뾰족함이 숨어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쓴 글이에요.

 

현직 편집자로 일하면서 동시에 책을 낸 저자가 되셨습니다. 편집자로서 책을 만들 때와 저자로서 책을 만들 때, 차이가 있을까요?

 

편집자일 땐 편집권을 침해받지 않으려 노력하고요, 저자일 땐 편집권을 침해하지 않으려 조심했습니다. 편집자 입장에서 저자가 자신의 원고를 편집자에게 맡겨두고 전혀 관여하지 않으면 그것대로 무책임해 보이고, 반대로 제목은 이렇게 해라, 디자인은 이렇게 해라, 하나하나 다 관여하면 편집권을 침해당해 엄청 기분이 나쁘거든요. 편집자의 제 경험을 살려 맡겨둘 건 맡겨두고 상의할 건 상의했어요. 이 책을 만들어준 편집자는 제 친구이자 동료이고 업계에서 책 잘 만들기로 소문난 친구라 그냥 거의 맡겨둔 것 같아요. 제 생각은 이런데 그 친구 생각은 다를 수도 있고요. (웃음)

 

마지막으로 이 책이 어떤 책으로 남기를 바라시나요?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굉장히 슬픈 일, 아니 아픈 일이에요. 저는 그랬거든요. 그리고 이 아픔은 누군가는 언젠가 겪는다고 생각해요.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슬픔의 강물에 발을 담그게 되는 거죠. 그렇게 같은 강물에 몸을 담갔던 사람들이 씩씩하게 평화롭게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내가 이렇게 웃어도 되나, 밥을 먹어도 되나, 잠을 자도 되나 행위 하나하나에 죄책감을 가지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런 마음이 들겠지만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분들이 이겨내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고요. 사람이든 책이든 물건이든 자기 몫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도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한 자기 몫을 다 하고 사라지기를 바라요.

 

 


 

 

한 번쯤,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안희주 저 | 수오서재
세상엔 나보다 더 슬픈 사람이 많으니까, 내가 울면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니까, 그렇게 꾹꾹 눌러 담아놓았던 상실에 대한 이야기. 작가는 이제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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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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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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