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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체크,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

『The Glen Check Experience EP』 발매 국내 전자 음악 신의 분위기를 바꾸는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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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자기의 취향보다는 마케팅 시스템에 의해 노래를 듣게 된다고 생각한다. 히트한 노래들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차트 상위권의 음악을 계속 따라 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 (2018. 08. 17)

음악에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하며 성장 중인 글렌체크는 김준원(보컬, 기타), 강혁준(신시사이저, 일렉트로닉스)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2011년 <Disco Elevator>로 국내 전자 음악 신에 처음 눈도장을 찍으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어느 특정 장르로 규정할 수는 없다. 두 정규 앨범 <Haute Couture>, <Youth!>만 봐도 기존 음악의 형식을 벗어나 버리는 부분이 많고 <The Glen Check Experience EP>에서는 이전의 밝고 청량한 스타일을 감춘 어둡고 묵직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비스츠앤네이티브스(BANA)에서 만난 글렌체크는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살 수 있어 행운'이라며 '끊임없는 도전으로 신의 분위기를 바꾸는 게 의무'라고 덧붙였다. 데뷔 초부터 한결같이 틀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김준원과 강혁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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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강혁준(신시사이저, 일렉트로닉스), 김준원(보컬, 기타)

 


'글렌체크'라는 팀을 소개한다면.


김준원 : 간단히 설명하면 도전적인 팀이다.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2010년부터 한 거니까 꽤 활동한 팀이다. 여러 시도를 하면서 음악 작업 중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에 없는 캐릭터 같아서 자부심을 느낀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우리도 '글렌체크'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두 사람은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나지 않았나. 서로의 어떤 점에 끌려서 시작하게 됐는지.


강혁준 : 우선 음악 취향이 잘 맞았다. 이후에 곡을 같이 만들기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준원이 형이랑 나랑 다른 부분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형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것들도 있고. 교집합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다른 부분들이 장점이 됐다. 그래서 둘이 있을 때 더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2집 <Youth!>와 작년에 발매한 <The Glen Check Experience EP> 사이에 4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소속사도 바뀌었는데.


김준원 : 그 사이에 삶 자체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안에서 잘 안 나왔다. 방 안에서 혼자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최근에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지금은 디제이도 한다. 3~4년 동안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고, 우리랑 비슷한 일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배웠다. 그러면서 지금의 소속사(BANA)를 알게 된 거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음악을 살펴보면 하나의 장르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록, 신스 팝, 알앤비, 힙합 등 여러 장르를 시도했는데 그만큼 영향 받은 뮤지션이 많다는 건가.


김준원 : 엄청 많다. (웃음) 1집은 뉴 웨이브, 신스 팝 쪽이 컸다. 주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뉴 오더(New Order), 듀란 듀란(Duran Duran)과 신시사이저로 열풍을 일으킨 사람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2집 넘어가면서는 록 음악도 많이 들었다. 프랑스 음악도 들었고. 중간에 낸 EP로 가면 디스코, 펑크(Funk)나 그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사운드가 녹아있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도 우리에게 영향을 줬다.

 

<The Glen Check Experience EP>는 어떤가.


김준원 : 알앤비와 테크노, 애시드 사운드, 사이키델릭 등 정말 여러 장르가 담겨있다. 특히 애시드 사운드를 구현할 때는 TB-303이라는 악기에 중점을 뒀다. 당시 유행하던 사운드나 장르의 분위기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특정 뮤지션을 얘기하기가 어렵다. 사실 이런 음악들이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시기에 만들어 졌기도 하고, 국적도 달라서 제대로 이해하고 흡수하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

 

<The Glen Check Experience EP>가 조지프 캠벨의 책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기틀로 삼았다고 들었다. 어떻게 이 책을 앨범 콘셉트로 삼게 된 건가.


김준원 : 스탠리 큐브릭 전시회를 보러 갔던 적이 있다. 하나의 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들이 서류로 남아있더라. 그런 자료들을 보면서 앨범도 영화처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별 곡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틀도 중요하니까. 그런 틀을 고민하고 있던 도중 책을 알게 됐다. 정말 어쩌다 접하게 됐다. 친구가 어떤 수업에서 이 책을 보고 과제를 해야 했다. 그러다 관심이 생겨 읽게 됐다. 좋아하는 영화들의 구조도 공부할 수 있었고, 그걸 자연스럽게 앨범 작업할 때 접목했다.

 

글렌체크의 앨범 아트를 보면 상징적인 요소들이 많다.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예술 작품이 있나.


강혁준 : 항상 음악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려고 노력한다. 영화 장면을 비롯해 많은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특정 작품으로 설명하기에는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았다.

 

음악만 하려는 팀 같지는 않다. 다양한 아티스트가 활동하는 그룹인 베이스먼트 레지스탕스와 작업했던 경험,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를 오마주하는 공연을 했던 걸 보면 종합 예술을 추구하는 팀으로 보인다.


김준원 :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비디오 쪽에도 더 참여하고 싶고, 다른 분야에도 많이 참여하고 싶다. 예술 활동을 하고 싶긴 하지만 지금은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

 

글렌체크의 행보는 차트에 올라와 있는 가수들의 행보와 다르지 않나.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김준원 : 완벽하게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더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느끼는 건데 대중은 자기의 취향보다는 마케팅 시스템에 의해 노래를 듣게 된다고 생각한다. 히트한 노래들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차트 상위권의 음악을 계속 따라 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 그러다 보면 차트가 똑같은 음악들로 채워지게 되는 거다. 이건 좀 안타까운 거다. 우리처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초창기 글렌체크의 청량한 스타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그때 스타일을 유지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준원 : 데뷔 앨범이 가장 대중적인 작품인 건 맞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취향이 계속 바뀌었을 뿐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노래를 바탕으로 앨범을 만들자'라는 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듯이 작업을 하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매번 다른 음악이 나온다. 해보지 않은 걸 도전하는 게 음악을 만드는 진짜 재미다. 이런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다. 물론 1집을 듣고 우리를 알게 된 분들도 있지만, 이번 <The Glen Check Experience EP>를 듣고 알게 된 분들도 있다.

 

강혁준 : <The Glen Check Experience EP>가 나온 뒤 '많이 변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매번 변해왔다. 1집 때 이미지가 강렬해서 그런 건지, 많은 분이 우리를 신스 팝 밴드라고 보시는 것 같다.

 

김준원 : 변했다는 얘기가 나는 좋게 들린다. 이전에 했던 음악들이 그만큼 강렬했다는 뜻일 테니까.

 

밴드 사운드에서 컴퓨터 음악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창법도 다르게 하는 등 계속해서 여러 시도를 해오지 않았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보는 건가.


김준원 : 누군가는 그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사는데 음악이 어떻게 계속 똑같을 수가 있나. 삶이 달라지면 거기서 비롯한 고민이 반영되어 작품이 나오는 건데. 작업은 매 순간이 선택이다. 어떤 소리를 쓸 것이며, 어떤 멜로디를 짤 것이며… 여러 음악적 영향을 받으면서 접근하는 방법도 있고. 그런 고민 없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옛날에는 그런 사회를 향해 화가 났었지만, 지금은 여유로워졌다. 안전하게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리 같은 사람도 있는 거라는 생각이다.

 

강혁준 : 음악도 그렇고, 문화 전반적으로 새로운 걸 계속해서 시도해야 자극이 된다.

 

글렌체크의 싱글 중에서 각자 가장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김준원 : <The Glen Check Experience EP> 수록곡인 'Long strange days pt.1'을 고르겠다. 하나의 작품을 만든 기분이다.

 

강혁준 : <The Glen Check Experience EP> 자체에 기승전결의 구조가 있는데, 'Long strange days pt.1'은 노래 안에서도 구조가 있다. 나도 그 곡을 말하려 했지만 바꿔서 'Disco elevator'를 고르겠다. 우리는 라이브를 위해 거의 모든 곡을 다시 편곡한다.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싶어서 기존 곡 그대로 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Disco elevator' 편곡이 많이 달라진다. 제일 재밌기도 하다. 가끔 보면 무대에서 나만 혼자 들떠있고 관객들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웃음)

 

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두 사람에게는 좋았지만 막상 대중의 반응이 아쉬웠던 음반이 있나?


김준원 : 대부분이 그렇다. <The Glen Check Experience EP>는 성취감이 제일 큰 앨범이다. 우리가 실험적인 음악만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즐겨 듣는 음악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이 앨범도 더 많은 얘기가 나왔어야 하는 건데… 아직은 자기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사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1집도 개인적으로는 더 주목 받아야 할 앨범이라고 본다. (웃음) 그 정도의 자신감이 있어서 앨범을 낸 거다. <The Glen Check Experience EP>를 만드는 데도 3년 걸렸다. 이러다 내가 죽고 나서 뜨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웃음)

 

두 사람의 음악 작업 방식은 어떤가.


김준원 : 서로 방식이 다르다. 콘셉트를 짜는 건 둘 다 비슷하지만, 나는 큰 그림부터 그린다. 혁준이는 소리나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강혁준 : 난 정치 외교학을 공부해서 예술 쪽을 잘 몰랐다. 반면에 형은 패션 공부를 했었다. 그런 경험이 음악 작업과 연결이 된다. 준원이 형이 콘셉트를 짜고 거기에 적절한 요소를 넣는 걸 잘한다. 나는 디테일한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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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각자 솔로 활동을 준비하고 있지 않나.


김준원 : '글렌체크'라는 팀 자체가 워낙 콘셉추얼하다 보니 대중에게 전달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The Glen Check Experience EP>만 해도 언론이나 음악 관계자분들이 앨범을 두고 여러 이야기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계속해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작업을 할 때 콘셉트와 구조 쪽으로 접근하게 되는 거다. 이렇게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람 김준원과 강혁준이 표현하고 싶었던 걸 담아내는 일에 집중하게 된 거고 그게 솔로 프로젝트가 됐다. 시나리오를 쓰던 사람이 일기를 쓰게 됐다고 하면 적절할까. 시선이 개인의 이야기에 맞춰진 거다.

 

준원씨는 어떤 음악 스타일로 활동할 예정인가.


김준원 : 장르로는 어반 소울, 알앤비, 힙합이 섞여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할 예정이다. (웃음) 요즘 알앤비 쪽에 푹 빠져있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러가게 됐다. 그중에서도 예를 들자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 있다. 사실 프랭크 오션도 따지고 보면 알앤비는 아니다. 한 앨범 안에 사이키델릭도 있고 기타 여러 장르가 있지 않나. 나도 프랭크 오션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자기 방식대로 소화하는 걸 추구한다. 물론 프랭크 오션과 나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음악이 나올 수는 없지만, 방향이 그렇다는 거다.

 

이전에 솔로로 낸 곡들은 대체로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그런 느낌도 있는 건가.


김준원 : 사실 벽이 없어서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 어쩌면 더 조용하고 감성적인 음악이 나올 것 같다. 앨범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솔직하고 어두운 면을 많이 담으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김준원 : 결국 내 얘기를 하는 거다. 글렌체크에서는 내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다 추상적이고 콘셉트적인 면만 있었다. 이번 솔로에서는 개인적인 감정들을 많이 넣었다.

 

혁준씨의 솔로 활동 준비는 어떤가.


강혁준 : 솔로 작업이다 보니까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 얘기만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콘셉트를 잡고 갈 수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추상적인 앨범을 만들고 싶다. 지금 작업하면서 많이 듣고 있는 건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와 시규어 로스(Sigur Ros)다. 약간 붕 떠 있는 음악을 듣고 있다.

 

솔로 활동을 하면서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는지.


김준원 :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서들과 작업하고 싶다. 원래 자기 목소리 내던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솔로 활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랑 해보고 싶다. 지금은 준비 과정이기 때문에 우선은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있다. 당장은 생각나지 않지만 여러 사람의 색이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강혁준 : 솔로 프로젝트이니까 누군가랑 작업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딱히 없다. 일단 주변 친구들과 작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어렵고 이론적인 음악을 할 게 아니라서 친구들끼리 즐겁게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다.

 

이것저것 시도해본다고 했는데 실험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건가.


강혁준 : 굉장히 실험적이라고 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대중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글렌체크 음악에서는 피처링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가 있나.


김준원 :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마음 맞는 사람이 있었으면 같이 했을 거다. 그렇지만 피처링을 꼭 해야겠다는 상황도 아니었다.

 

강혁준 : 열린 마음이긴 했는데 기회가 없었다.

 

원래는 각자 공부하던 게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준원씨는 패션, 혁준씨는 정치 외교학.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하던 걸 내려놓아야 했을 텐데 그 과정에서 후회는 없었는지.


김준원 : 패션 공부 조금 하다가 바로 포기했다. 후회를 할 수가 없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다. (웃음) 그냥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 나는 진로를 정할 때 산을 넘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 같은 경우에는 옷 입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다 옷을 잘 입고, 디자인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어떤 건 힘들게 느껴지고, 어떤 건 '내가 이걸 어떻게 했지' 싶은 게 있다. 음악은 후자다. 내가 3일 동안 밤을 새서 작업하고 있더라. 그럼에도 또 하고 싶었다.

 

강혁준 : 이렇게 음악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니까. 음악의 길을 가는 게 후회스럽지 않다.

 

김준원 : 그래서 우리가 실험적인 음악을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민 좀 한다고 해서 얻는 스트레스 정도야 멋있게 느껴진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묻고 싶어진 게 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준원 : 보통 좋아하는 걸 잘할 가능성이 높지만, 좋아한다고 다 잘하지는 못한다고 본다. 잘한다고 무조건 좋아할 수도 없다. 키가 엄청 큰 사람이 운동을 하면 잘 하겠지만 그 사람은 막상 운동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강혁준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음악을 하면서 돈을 벌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때는 잘하는 걸로 돈을 벌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니 진짜 행운이라 생각한다.

 

글렌체크도 이 시대 청년이지 않나.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김준원 : 지금도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여러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사실 답은 없다. 나도 지금 과정 중에 있으니까. 아직 정해 놓은 목표에 가까이 가지도 않았고… 갈 길이 멀다. <The Glen Check Experience EP>를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작업이지 않나. 3년 걸려서 만들었지만 인정을 못 받았다. 빵 터져야 하는데. (웃음)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보면 우리가 되게 바보같이 보일 거다. 결과가 어떻게 날지도 모르는 걸 3년 동안 잡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일단 시작해야 한다. 다 갖추고 하는 게 아니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떤 악기부터 사면 되냐'는 거다. 그냥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

 

글렌체크가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았으면 하는가.


김준원 : 이전에 음악 하는 분들과 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뵙게 된 분들이 글렌체크는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라고 해주셨다. 대중음악 쪽에서 정말 유명한 분들이 칭찬을 해주시니까 그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과찬의 말씀이셨지만 우리가 그런 이미지로 남았으면 한다.

 

강혁준 : 뭔가에 얽매이지 않는 팀. 또 음악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 문화 전반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팀. 그렇게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끝으로 이즘의 공식 질문이다. 인생 앨범 3장을 고른다면.


김준원, 강혁준 : <The Glen Check Experience EP>를 먼저 선정하겠다. (웃음) 그만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김준원 :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The Wall>, 마이클 잭슨의 <Thriller>를 고르겠다. 특히 마이클 잭슨 앨범은 진짜 훌륭하다. 앨범 안에도 장르가 여러 가지 들어있고, 노래도 정말 좋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많이 들었던 앨범이다.

 

강혁준 : 포티스헤드(Portishead)의 <Dummy>. 진짜 명반이다. 고릴라즈(Gorillaz)의 <Gorillaz>도 그렇고.

 

 

인터뷰 : 정민재, 정연경, 정효범
정리 : 정효범
사진 :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정효범(wjdgy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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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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