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함께 인생의 다른 구간으로 넘어왔다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유미 소설가 인터뷰
그런 사람이 있고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그 일을 겪은 뒤 그 사람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줄곧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눈여겨보고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며 그 ‘어떤’에 같이 귀 기울여줄 몇 사람을 위해 작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소설인 것 같습니다. (2018. 08. 03)
ⓒ강건모
2007년 창비장편소설상, 문학수첩작가상을 통해 등단하고 10년여 동안 7권의 단행본을 꾸준히 발표하며 “그 자체로 한국문학의 든든한 자산”(강경석 문학평론가)으로 자리매김한 소설가 서유미의 두번째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가 출간되었다. 경쾌한 필체로 평범한 인간 군상을 따뜻하게 보듬고, 시대의 질병을 예민하게 포착해온 작가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위기와 불안의 단면을 일상의 차원에서 세밀하게 해부한다. 특히 다양한 세대의 고민으로 시선을 확장하여 마치 하나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이번 소설집에서는, “어떤 속단도 내리지 않고, 무리한 요구도 없이 돌아봐주는 소설가”(정세랑 추천사)가 어느 한 세대, 한 사람에게도 소홀함 없이 건네는 애정 어린 안부가 느껴진다.
2007년 장편소설 두개(『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로 등단하고 나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까지 총 8권의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소설집으로는 두번째 책입니다. 장편소설과는 조금 다를 것 같은데 오랜만에 소설집을 내는 소회가 궁금합니다.
몇년 동안 쓴 소설들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낸다는 점에서 저에게도 소설집 출간은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첫 소설집을 낸 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쓴 소설들을 읽어보면서 스스로도 관심사와 눈여겨보는 장면이 변해가고 문장의 표현이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흘렀으니 사람의 어떤 부분이 더 깊어지기도 하고 가벼워지기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변화가 좋은 소설로 가는 길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는 20대부터 60대까지의, 성별도 직업도 상황도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어디에서 혹은 어떨 때 영감을 받으시나요?
사실, 이 소설집에 싣지 못한 한편의 소설에는 소파에 앉아 죽어가는 70대 노인의 얘기가 나옵니다. 그 상황과 심정에 제대로 가닿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접어두긴 했는데요. 어떤 사건이나 장면 앞에 섰을 때 다양한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걸 좋아합니다. 제 안에 있는 어리고 젊었던 순간에 대해 돌아보는 일과, 노인이 될 어느 날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도요. 소설의 영감을 얻기 위해 낯선 상황을 찾기보다는 제가 통과한 순간들을 곱씹는 편입니다.
이 소설집을 통해서 인생의 다른 구간으로 건너왔다고 언급하셨어요. 채널예스에 출산기(칼럼 '한 몸의 시간')를 연재하기도 하셨고요. 인생의 경험 중 출산의 경험, 가족의 구성원이 하나 늘어나는 경험이 소설가로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단순히 가족 구성원이 한 명 늘어나는 정도의 사건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고요, 살면서 겪었던 어떤 사건보다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가치관을 변하게 한다는 걸 몸과 마음으로 알아가는 중입니다. 엄마뿐 아니라 아이와 깊은 관계를 맺은 모든 이들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인생의 다른 구간으로 건너왔고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다른 얼굴을 발견하는 순간이 유난히 인상적인 소설집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어떤 것과 '헤어지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같습니다.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주신다면요? 어떻게 지으셨는지,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을 정하고 싶어서 고민했어요. 그때 ‘우리가 누군가를 제대로 안다는 게 가능한가’와 ‘가까운 누군가의 얼굴에 남은 하나의 표정’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예기치 않은 하루를 보낸 사람의 표정에 대해, 익숙한 것과 헤어지고 모르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의 하루에 대해 담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편집자와 고민하던 중에 출판사 쪽에서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라는 제목이 어떨까 하셨고요. 저는 모든 고민이 작게 접혀서 이 제목이 되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해설(강경석 문학평론가)의 "뭉개져버린 희망을 재건 가능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묘한 생기"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설을 쓰면서 가끔 소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무언가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쓰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있고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그 일을 겪은 뒤 그 사람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줄곧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눈여겨보고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며 그 ‘어떤’에 같이 귀 기울여줄 몇 사람을 위해 작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소설인 것 같습니다.
여섯 편의 수록작 중에서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가장 좋아하는 대목도 궁금합니다.
「개의 나날」과 「변해가네」가 마음에 남네요. 쓰고 고치는 동안 두 인물의 심정에 끝까지가 닿았는가, 묻고 또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의 나날」의 주인공은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개에게 초콜릿을 던지며 이제 여기 오지 마라,라고 할 때 인생을 다 살아버린 노인의 심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가 거기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점을 꼭 담고 싶었고요. 「변해가네」 에서는 주인공이 이혼하고 나와서 단출하게 인생을 꾸려가는 장면을 쓸 때 그 허구의 인물을 마음속으로 응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언젠가는 꼭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살짝 들려주세요. 더불어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올해는 단편소설을 좀더 쓰고 싶어서 두 편 정도 계획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계속 밑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는 재앙과 재난에 대한 소설이 있는데 꼭 완성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서유미 저 | 창비
변함없는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위기와 불안의 단면을 일상의 차원에서 세밀하게 해부한다. 특히 다양한 세대의 고민으로 시선을 확장하여 마치 하나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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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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