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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책방] 모든 연애가 이렇게 끝나면 좋겠어요

『토끼의 결혼식』, 『소실점』, 『사랑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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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2018. 0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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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는 동화책 『토끼의 결혼식』 , 미스터리의 외피를 입은 멜로 소설 『소실점』 , 사랑의 ‘skill’이 아닌 ‘art’를 알려주는 책 『사랑의 기술』 을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토끼의 결혼식』
가스 윌리엄즈 그림 | 시공주니어

 

연애와 사랑에 관해서라면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책이죠. 『토끼의 결혼식』 입니다. 동화책이라서 쉽게 읽으실 수 있고, 아주 귀여운 책이에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사랑스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야기에는 검은 토끼와 흰 토끼가 등장해요.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폴짝 뛰어 일어나 이른 아침의 햇살 속으로 뛰어드는 귀여운 토끼들이죠. 둘이 즐겁게 놀다가 까만 아기 토끼가 털썩 주저앉아서 슬픈 표정을 지어요. 흰 토끼가 물어보죠. ‘왜 그래?’ 검은 토끼는 ‘응, 생각할 게 좀 있어서’라고 대답합니다. 하얀 아기 토끼가 뭘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까 ‘그냥 소원을 빌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데요. ‘무슨 소원?’이라고 하니까 ‘너와 영원히 함께 있는 것, 그게 내 소원이야’라고 합니다. 하얀 아기 토끼는 ‘왜 좀 더 어려운 걸 바라지 않니?’라고 물어보는데요. 그러자 까만 토끼는 ‘네가 나의 모든 것이 되어주면 좋겠어’라고 말합니다.


동화책은 아이들이 읽는 거라는 생각이 일반적인데, 사실 어른용 동화책이 정말 많아요. 『토끼의 결혼식』  같은 동화책은 오히려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하고, 선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않을까 생각되고요. 저는 동화의 ‘대책 없는 해피엔딩’을 굉장히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너무 좋아하거든요. 약간 츤데레라고 할 수 있는데요(웃음). 이 동화의 마지막은 너무 행복하고, 누구든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다시는 까만 아기 토끼가 슬픔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나거든요.

 

 

그냥의 선택 - 『소실점』
김희재 저 | CABINET

 

『소실점』 은 한 여성 아나운서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쫓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아나운서 ‘최선우’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인물이에요. 항상 여대생들의 롤모델 1위로 손꼽히는 여성이고요. 그녀가 실종되었다가 사체로 발견이 되는데요. ‘서인하’라는 남자 미술 선생의 집에서, 성폭행의 흔적으로 보이는 상처와 함께 발견됩니다.


경찰은 서인하를 용의자로 체포하고, 여성 검사 ‘강주희’가 그를 상대로 수사를 시작합니다. 서인하는 자신이 최선우를 강간하지도 살해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해요. ‘우리는 섹스파트너였다, 사실 최선우는 SM취향을 가진 여성이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하고요. 강주희는 그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갈수록 진실은 미궁에 빠지고,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는데요. 마침내 드러난 진실의 이면에는 순도 높은 사랑이 있습니다.


‘소실점’이라는 제목의 의미와 관련해서 덧붙이자면, 최선우에게는 ‘박무현’이라는 남편이 있어요. 자산가 아버지를 둔 그는 장차 외교부장관으로 점쳐지는 인물이고, 모범적이고 훌륭한 남성입니다. 그는 용의자인 서인하가 자신의 아내에 대해 진술하는 걸 듣고 강주희를 찾아가요. 그리고 ‘내 아내를 모욕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하죠. 그때부터 두 남성이 진술하는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하게 됩니다.


이 소설에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사랑을 지켜가는 사람이 등장해요.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사랑을 받아보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톨콩의 선택 -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저 | 문예출판사

 

‘The Art of Loving’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기술서예요. 언젠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읽었던 책인데요. 너무 놀라웠어요. 사랑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뒤집어주거든요. 사랑이라는 게 누구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마치 아이들이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수영을 하는 것처럼, 사랑이 다가오면 당연히 그 속에 빠져서 잘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책이 이야기하는 건, 예술이 그렇듯이 사랑 또한 기술이 필요하고 이론이 있다는 거예요.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가 반드시 실패로 끝나고 마는 활동이나 사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서 실패를 거듭할수록 ‘뭐가 잘못됐던 걸까’ 생각하게 되는데, 그럴 때 도움을 많이 주는 책이에요.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사랑이 아닌가에 대해서 심리학적, 이론적으로 이야기해주는데요.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사랑이란 이런 거예요.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뿐 아니라 성장시키고 그로 인해서 나와 그 사람, 세상이 모두 성장하는 거죠. 아주 이상적인 이야기이지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에리히 프롬은 ‘보호하고, 책임지고, 존중하고, 그 사람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자세들을 통해서 서로 간의 사랑을 더 키워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랑의 기술』 은 1953년도에 나온 책이에요. 그때만 해도 아주 진보적인 책이었는데, 당시의 상황적 한계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읽다 보면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 책에서 말하는 남자나 여자, 모성애 등에 관한 이야기는 상징적으로 받아들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부분에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우리가 스스로를 시장에 내놓은 상품처럼 사랑을 교환하고 있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사랑의 기술’이라고 하면 상대방에게 유쾌하게 이야기를 잘하는 기술 또는 나를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기술처럼 생각하게 됐는데요. 그런 ‘skill’이 아니라 ‘art’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책입니다.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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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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