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Chai), 제이팝의 새로운 아티스트 탄생
『Pink』 외 두 장의 EP 발매
저희들도 귀엽다고 들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귀엽고 안 귀엽고의 기준을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의문으로부터 탄생한 것이 바로 'NEO 카와이'죠. (2018. 04. 13)
작년 제이팝 신에 등장한 신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를 골라본다면, 아마 주저 없이 이 팀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눈이 아플 정도의 현란한 분홍색으로 무장한 인상적인 비주얼과 더불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리드미컬하면서도 직관적인 사운드. 그간 제이팝에서 느껴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타입의 아티스트가 탄생했음을, 이들을 보고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외모지상주의를 새로이 정의하는 '네오 카와이'의 캐치프라이즈 아래, 평단과 대중의 비호를 동시에 받으며 2017년 일본의 No.1 충격파로 명명된 그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초청 아래 한국에서도 이른 쇼케이스를 하게 된 밴드와의 인터뷰는 활기차고 왁자지껄하게 진행되었다. 두 장의 EP와 한 장의 정규작만으로 이미 음악 신의 대안이 되어버린 챠이의 색다른 가치관과 음악관을 누구보다 한 발 앞서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우선 아직 CHAI를 모르는 분들에게, 간단히 '이런 팀이다!'라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마나 : 쌍둥이인 트윈보컬 카나, 마나와 베이스 유우키, 드럼 유나로 이루어진 4인조 여성밴드입니다. '콤플렉스는 아트다(コンプレックスはアㅡトなり)'라는 테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콤플렉스는 아트다(コンプレックスはアㅡトなり)'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요.
마나 : 콤플렉스는 그 사람의 개성이다! 라는 의미에요.
유우키 : 저희 네 명도 콤플렉스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리고 모두가 하나 정도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을 테니까, 오히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귀여운 것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캐치프라이즈가 'NEO 카와이'인데, 여기로도 연결이 되는 건지요.
유우키 : 그렇죠. '새로운 개념의 귀여움'을 네오 카와이라 명명해, 귀엽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마나 : 일본에서 쓰이는 '귀엽다'라는 범위가 굉장히 좁아요. 날씬한 사람, 얼굴이 작은 사람, 눈이 큰 사람들이 보통 여기에 포함되고, 그 외에는 못생긴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요. 더불어 칭찬을 들으면 '고마워'라고 대답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귀여워'라고 말하면 '고마워'라고 하면 되는데, '아니야, 그렇지 않아'라고 이야기하는 게 보통이거든요. 제 생각엔 귀엽지 않은 사람도 없고, 누군가가 귀여움을 정의하는 것도 이상해서요. 사실 저희들도 귀엽다고 들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귀엽고 안 귀엽고의 기준을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의문으로부터 탄생한 것이 바로 'NEO 카와이'죠.
한국에서의 공연은 처음인데, 지금 기분은 어떠신지요.
카나 : 어제 처음으로 공연했는데, 관객 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호응을 열광적으로 해주셔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일본 관객들과 다른 점이 있다고 묻자) 확실히 다르죠. 일본 사람들은 아무래도 샤이해서, 좀처럼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요.
유나 : 어제는 춤추고 소리치고 노래하고, 굉장히 즐거워 해주셨어요.
밴드는 어떤 과정을 거쳐 결성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마나 : 유나와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부를 했었는데 그걸 기반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밴드부를 했다고 하셨는데, 그때 주로 어떤 곡들을 커버하셨나요.
마나 : 그 때는 제이팝밖에 몰라서, 생각해 보면 도쿄지헨만 엄청 연주했었네요.(웃음)
유우키씨가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왔는데, 어떻게 연이 닿으셨는지요.
유우키 : 저는 당시 밴드부는 아니었고, 그냥 친구였어요. 음악적인 취미가 맞는 친구. 옆에서 보면서 점점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남아있는 포지션이 베이스라서 악기도 함께 시작했어요.
네 분이 챠이라는 하나의 가면을 쓰고 평소에 말로는 하지 못했던 메시지를 노래나 퍼포먼스로 전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밴드라는 형태를 메시지 전달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카나 :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티스트라면 무언가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로 계속 존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대중에게 무언가 발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유우키 : 콘셉트 전달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실제 성격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마나 : 뒤에서는 좀 어두울지도.(웃음)
유나 : 본질적으로는 네거티브죠. 각자가 가진 콤플렉스에 대해 계속 고민해왔으니까요.
유우키 : 하지만 밴드를 하면서 많이 밝아졌어요. 저희가 생각했던 것, 'コンプレックスはアㅡトなり'라는 캐치프라이즈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덕분이죠.
유나 : 저희가 지금 같이 살고 있는데, 서로를 자주 칭찬해줘요. 그 덕분에 나 자신도 귀여운 면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어떤 과정을 거쳐 곡이 만들어지는지요.
마나 : 제가 멜로디를 만들고요. 카나가 코드, 유우키가 가사를 담당, 베이스 라인도 카나가 만들어요. 보통은 가사가 맨 마지막에 완성되죠. 편곡이나 다른 작업이 전부 마무리되고 나서요.(편곡은 함께 하시는지 묻자) 네! 컴퓨터 같은거 할 줄 몰라서, 아날로그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라는 식이에요.
작년에 드디어 첫 풀 앨범 < PINK >가 발매되었습니다.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는데, 작업을 하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인지요.
마나 : 질리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보통 앨범 들을 때 트랙을 건너 뛰어 듣는 게 보통이잖아요. 10곡 중 좋아하는 곡만 듣는 식으로요. 그래서 건너뛰지 않게 하는 작품을 만드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러닝타임을 3분 이내로 했다던가, 각각 다른 바리에이션의 곡들로 앨범을 꾸미려 노력했죠.
앨범 타이틀 < PINK >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요.
마나 : 저희가 공연 때 분홍색 의상을 입는데요. 핑크는 어렸을 때 꽤 자주 입었는데도, 어른이 되면 좀처럼 입지 않게 되잖아요. 어울리지 않는 색이라 생각하죠. 그런 인식을 뒤집고 싶어서 거꾸로 분홍색을 입게 되었습니다. 모두에게도 핑크색을 입히고 싶고, 이를 통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지요.
유우키 : 귀엽기도 귀여운 거지만, 진짜 멋있는 색이라고 생각해요. 확 눈에 띄면서도 힘이 있는 색이니까. 이 의상과 함께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핑크가 좀 더 멋있게 사람들에게 인식되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들이 핑크라는 색을 평소에도 멋있게 입고 다니면 좋겠다라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어요.
아이디어는 누가 내셨는지요.
마나 : 저요! 저는 어렸을때 분홍색만 입었었거든요. 카나는 하늘색이었고요. 옷에 있어서는 싸울 일이 없었어요.(웃음)
곡의 전개가 굉장히 리드미컬해서 듣고 있자면 라이브에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데, 라이브에서의 반응도 어느 정도 고려해서 만드시는지요?
마나 : < PINK >를 만들 땐 고려하지 않았어요. 음원으로서 좋은 작품이 목표였거든요. 요즘 만들고 있는 곡은 반대로 라이브에서 하고 싶은 곡을 이미지화 시키면서 작업하고 있죠.
실제로 라이브 현장에서 팬들의 분위기는 어떤지요.
유우키 : 일반적인 제이팝이랑 비교해보면, “어이, 어이”하고 합창하거나 하진 않는 것 같아요. 모두가 같은 행동으로 분위기를 달구는 게 그렇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가 자유롭게 즐기는 것을 지향하는 편이죠.
카나 : 특정한 행동이라면 보통 아티스트가 제안하는 게 대부분인데, 저희는 제안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일본은 제안하면 반드시 하는 분위기라서... 그걸 안하면 '내가 틀렸나' 싶은 마음에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NEO' 같이 연주가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곡도 있습니다. 혹시 라이브 할 때 어렵게 만든 걸 후회한 적은 없으신지요.
유우키 : 아, 그게(웃음). 라이브가 연습이 아닌데도, 라이브를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요. 레코딩할때는 좀 어렵지 않나 싶었는데 말이죠.
'フライド(Fried)'처럼 캬리 파뮤파뮤가 밴드를 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곡도 있는데, 혹시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영향을 받거나 참고한 일본의 음악 선배들이 있으시다면요.
마나 : 일본에는 없어요. 대신 해외 뮤지션은 많습니다. 저스티스나, 베이스먼트 잭스, 엑스엑스, 패션 핏...
유우키 : 그렇다고 시대를 구분해서 듣지는 않아요. 저희는 90년대 음악은 어떻고 이런거 잘 모르거든요.
마나 : 제이팝을 듣고 음악을 만들면 제이팝이 되버리는 것 같아서... 같은 걸 하는 건 의미 없잖아요. 제이팝을 듣고 만드는 건 가급적 지양하고 있어요.
'ほれちゃった(반해버렸어)'는 부드럽고 멜로딕한 곡에도 강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곡 같습니다.
유우키 : 이 노랜 교자에 대한 사랑 노래에요. 러브 송을 만들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러브 송은 좀 어른스러운 노래고 마나의 음색과는 약간 맞지 않다고 느껴서, 실제로 지금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때 떠오른 게 교자였죠. 교자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면 괜찮을 것 같았어요.
가사를 쓸 때도 랩과 같이 라임이나 인토네이션을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드는 느낌인데, 평소 '말'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흥미가 있으신지요.
유우키 : 물론입니다. 우선은, 음악이 첫번째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거의 팝만 듣는 편인데, 영어를 잘 모르는데도 엄청 감동한다거나 멋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의미를 강요하면 그건 단지 낭독에 그치고 말거에요. 어디까지나 멜로디가 가진 리듬에 맞도록. 저희가 이야기하는 '콤플렉스'의 의미도 너무 강조하면 시끄럽고 과하다고 여겨질 수 있으니, 일본어를 영어가 가진 뉘앙스로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그런 의도 하에 리드미컬한 단어를 고르는지도 모르겠네요. 의미보다는 흐름 및 전체적인 리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리듬을 소재로 하는 개그맨이 일본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기가 높은데, 'ぎゃらんぶㅡ(갸란부)', 'Sound &Stomach' 같은 곡을 들으면 그런 개그맨 들이 흉내내고 싶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센스있는 가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혹시 가사를 쓸 때 이런 개그맨들이 모티브가 된 건 아닌지요.
마나 : 지금 들으니까 왠지 그런 거 같다는 느낌도!(웃음)
유우키 : 저희 입장에선 개그맨 분들이 좀 따라 해주셨으면 좋겠다 싶어요.(웃음)
앨범에 대한 본인들의 만족도는 얼마나 되시는지, 그리고 혹시 이번에 해보고 싶었는데 부득이하게 할 수 없었던 것들이 있다면요.
마나 : 지금까지 낸 작품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에요. 듣고 나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못해봤던 건 뭐가 있을까...
카나 : 음... 근데 저희들은 어쨌든 그때 낼 수 있는 최대한을 내거든요.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했던 것 같아요.
재작년 논프로모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스포티파이 UK챠트에 랭크인 되고 그 후 SXSW 출연, 아메리카 투어로 이어졌었죠. 굉장히 놀랐을 것 같은데.
마나 : 해외는 어디를 가던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역시 엔터테인먼트의 나라구나라는 걸 느꼈죠. 좋은 건 좋은 거, 나쁜 건 나쁜 거 확실히 이야기해주기도 하고요.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가 쉬웠어요.
유우키 : 해외 투어에서 정말 저희가 받을 수 있는 칭찬을 전부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카나에게 청혼하는 관객도 계셨고요.(전원 웃음) 반응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죠. 일본어 리듬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요. 같이 갔던 일본밴드들은 전부 영어로 노래하거나 했었거든요. 어떤 분이 “일본어로 노래하는 팀이 챠이 밖에 없어”라고 하셔서. 일본어로 제이팝이 아닌 음악을 한다는 것이 재미있게 여겨진 것 같아요.
유나 : 맞아요. 일본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좋아해 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올해 벌써 아메리카 투어 및 SXSW 등 많은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는데, 올해는 어떤 밴드로 발돋움하고 싶은지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유우키 : 좀 더 해외에 가고 싶어요. 다시 미국도 가게 되었고, 유럽 같은 곳도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누구도 본 적 없는,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밴드가 되고 싶어요. 새로운 자극을 주는 그런 밴드요.
챠이(CHAI) : 2012년 말 나고야에서 결성된 걸 밴드. 펑크(Funk), 랩,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니카 등이 뒤섞인 자유로운 음악과 독특한 언어감각을 통해 작년 한 해 일본 록 신의 대안으로 단번에 부상했다. 스포티파이 UK 차트 진입 및 아메리카 투어를 통해 일찌감치 영미권에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 마나(보컬, 키보드), 카나(보컬, 기타), 유우키(베이스, 코러스), 유나(드럼, 코러스) 4인조 구성으로, EP < ほったらかシリㅡズ >(2016)와 < ほめごろシリㅡズ >(2016)에 이은 정규작 < PINK >(2017)를 최근 릴리즈.
진행 : 조아름, 황선업, 정민재
정리 : 황선업
취재협조 : 붕가붕가레코드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