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가 되고 시작된 진짜 방황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최윤아 저자 인터뷰
사표를 낼까 말까 극심하게 고민하던 시절에 점심도 거르고 매일 서점에 갔어요. 가서 진통제를 찾는 환자처럼 미친듯이 찾았어요. '퇴사하고 전업주부로 살면 행복할까'라는, 제 막연한 물음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을요. (2018. 04. 11)
일하는 여자라면 한번쯤 취집이나 전업을 꿈꾼다. 왜 결혼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쉽게 일을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갈까. 결혼 후 아이를 위해 또는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전업주부가 되었다는 여자들을 많이 본다. 그들은 일을 자의로 그만두었을까, 타의로 그만두었을까.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는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의 이야기가 아니라, 돈 벌지 않고 살아본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결혼 후 여자를 향한 회사의 배려가 배제로 느껴질 때, 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의심이 고개를 들 때, 더 이상 경쟁에 시달리고 싶지 않을 만큼 지쳐있을 때, 아내와 며느리라는 의무까지 더해져 모든 것이 벅찰 때, 여자들은 퇴사를 고민한다. 이때 먼저 주부로 살아본 여자의 리얼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면 선택이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저자 최윤아는 어쩌다 주부’가 됐다. 안락한 집에서 외롭게 길을 헤맸다. 가지 않은 길은 역시나 매혹적이었다. 새로 들어선 ‘전업주부’라는 길과 이미 지나온 ‘워킹우먼’의 길 앞에서 오래 머뭇거렸다. 그 시간을 이 책에 새겼다. 두 번의 사표를 썼고, 경제지와 종합일간지에서 수백 건의 기사를 썼으며, 책 『뽑히는 글쓰기』를 썼다. 애증의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는 중이다.
며느리, 전업주부,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 책 역시 시류를 함께 한다. 왜 이런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나.
'딸아,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단다'가 제 부모세대의 공통된 양육 철학이었어요. 딸이라고 대학 안 보내주는 집은 거의 없었죠. 그렇게 아들과 똑같이 기대 받고 투자 받으면서 컸는데 막상 커보니 분위기가 또 다른 거예요. 결혼과 동시에 직장에선 언제든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울 수 있는 못 미더운 직원이 되어버렸고, 가정에선 가부장제의 희생양 '며느리' 역할을 억지로 떠맡을 수밖에 없었죠. 자랄 때 우리는 분명히 '평등하다'고 배웠는데 다 자라고 보니 세상은 여전히 기울어져 있었어요. 그 아찔한 낙차에 놀란 여성들이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내가 이상한 건지 세상이 이상한 건지 해답을 찾기 시작했죠. 그 결과가 페미니즘 책 열풍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책이라고 들었다. 첫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었는데, 두 번째 책은 전혀 장르가 다른 에세이. 그것도 전업주부에 대한 책이다.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글쓰기 실용서와 전업주부 에세이, 언뜻 보면 맥락없이 책을 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두 책을 관통하는 나름의 원칙이 있답니다. '독자가 덜 헤매도록 어설픈 지도라도 되어주자'는 거예요. 비록 저는 지독히도 방황했지만, 그 고생을 통해 손에 쥔 한 줌의 깨달음을 공유하면 독자들은 최소한 한 발짝이라도 덜 헤맬 수 있잖아요. 공유하는 내용이 글쓰기 팁이냐, '일의 의미'이냐가 다를 뿐이지 큰 틀에서 보면 취지는 같다고 생각해요.
사표를 낼까 말까 극심하게 고민하던 시절에 점심도 거르고 매일 서점에 갔어요. 가서 진통제를 찾는 환자처럼 미친듯이 찾았어요. '퇴사하고 전업주부로 살면 행복할까'라는, 제 막연한 물음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을요. 하지만 그런 책은 단 한 권도 만날 수가 없었어요. 그때 결심했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자를 나는 '후기'를 남기겠다고요. 아무리 엉성한 지도라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도움이 되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제목만 읽어도 ‘울컥’하는 것이 있다. 며느리, 아내, 엄마를 내세운 유사도서가 많이 출간됐는데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만이 담고 있는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하지 않고 살아 본 '여자'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게 차별점이에요. 일하는 '엄마'나 살림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아닌, 일(정확히는 재화로 교환되는 일)하지 않고 살아본 '여자'의 이야기를 다뤘어요. (저는 아이가 없기 때문에 엄마의 이야기를 쓸 수 없기도 했어요.)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안과 자존감 하락, 서글픈 희생, 일하는 여자들처럼 당당하게 외칠 수 없는 '효도는 셀프'의 문제까지 사표를 낼 때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일상에서 툭툭 터져 나온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 봤습니다. 또 일과의 이별을 겪으면서 새롭게 정립하게 된 일의 의미, 일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에 대한 제 나름의 고민의 결과를 담았습니다.
책 중간 중간 ‘일을 버린 후회’가 느껴진다.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이 아니라 돈 벌지 않고 살아 본 ‘여자’의 이야기라는 게 인상적이다. 다시 퇴사하던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퇴사하기 전에 일단 휴직을 했을 것 같아요. 당시는 제가 체력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완전히 탈진해버려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게 불가능한 상태였는데 그땐 그걸 모르고 사표를 내버렸어요. 만약에 한 템포 쉬면서 온갖 비관과 허무, 피로로 가득 찬 제 몸과 머리를 비워내고 차분히 다시 생각했다면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이 없는 기혼여성이 재취업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그렇게 대책 없이 사표를 내지는 않았을 거예요.
책이 나온 뒤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친정 식구들, 주변 지인의 반응이 각각 다를 것 같다.
사실 책 제목이 남편을 공개적으로 디스하는 모양새여서 남편이 어떻게 반응할까 무척 조마조마했거든요. 근데 딱 이 말만 하더라고요. "제목이 눈에 확 띈다, 역시 출판사가 감이 좋다." 그러고선 제 표현의 자유를 끝까지 지켜주겠다며 책을 읽지 않았어요. 진정한 언론인이죠^^ 엄마는 "겨우 1년 남짓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어쩜 그 많은 걸 다 느꼈냐, 전업주부 동지로써는 공감하며 읽었지만 엄마로썬 네가 맘 고생 한 걸 아니까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 했어요. 아빠는 "너를 이해한 건 물론이고, 네 엄마까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셨어요. 친구들은 "웬만한 자기계발서보다 낫다""퇴사병 백신이다"라는 말을 해줬고요.
아내, 며느리, 엄마, 워킹우먼, 전업주부. 시대의 핫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여자’들의 수식어가 참 많다. 앞으로 이 시대 여자들이 어떻게 살길, 변하길 바라는가.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밀고 나가는 삶'을 살길 바라요. 그리고 그 지름길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데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어떨 때 스스로가 좀 더 괜찮은 인간으로 느껴지는지,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 질릴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조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끌고 나갈 수 있더라고요. 집요하게 묻는다는 건 그만큼 내 삶에 애정이 있다는 얘기니까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멈추면, 인생이 이리저리 휩쓸린다' 저는 이 말을 잊고 살지 않으려고 해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어떤 일을 준비 중인지, 어떤 삶을 살아갈 계획인지.
'주저 앉은 사람에게 뭐라도 건네는 삶'을 살고 싶어요. 완전히 탈진했었던 저를 일으켰던 문장들을 그러모아 세 번째 책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동시에 글쓰기 강의도 계속할 생각이고요. 앞으로는 경력단절여성들이 취업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한 취업 글쓰기를 가르치고 싶어요. '여성과 일'은 아마 제 인생의 테마가 될 것 같습니다.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최윤아 저 | 마음의숲
시댁을 향한 원인 모를 피해의식과 갈등, 낮아지는 자존감, 전업주부는 페미니즘을 논할 수 없다는 같은 여자들의 차별까지 모두 담았다.
관련태그: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방황, 최윤아 작가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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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던 워킹우먼 전업주부가 되고 진짜 방황을 시작하다 일하는 여자라면 한번쯤 취집이나 전업을 꿈꾼다. 왜 결혼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쉽게 일을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갈까. 결혼 후 아이를 위해 또는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전업주부가 되었다는 여자들을 많이 본다. 그들은 일을 자의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