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화인들의 즐거운 관계 맺기
3월 4주 신간
가깝고 먼 나라의 문화 교류기 『부디 계속해주세요』, 인지신경과학의 처음과 끝 『환자 H.M.』, 희귀 질환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에세이 『아이는 누가 길러요』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2018. 03. 21)
부디 계속해주세요
문소리, 김중혁, 요리후지 분페이, 아사이 료, 니시카와 미와 저 외 5명 | 마음산책
<여배우는 오늘도>로 영화감독 명함을 단 배우 문소리가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스태프로 시작해 독보적인 감독이 된 <아주 긴 변명>의 니시카와 미와를 만난다면? 소설가 정세랑이 스물세 살에 최연소로 나오키상을 받은 젊은 작가 아사이 료를 만난다면? 비행기로 날아 두 시간이면 닿을 거리에 있으면서도 한없이 멀고 다른 한국과 일본의 문화인이 모여 영화, 상상력, 일러스트, 건축, 문학, 사진, 연극에 관해 다양한 생각을 나눴다. 분석이나 비판으로 얼굴 붉히지 않고도 얼마든지 서로의 사기를 북돋는 관계 맺기를 살필 수 있다. 마음산책과 쿠온 출판사가 각각 한국어와 일본어로 동시 출간했다.
환자 H.M.
루크 디트리치 저/김한영 역 | 동녘사이언스
1935년, 침팬지의 뇌 일부를 제거한 실험이 최초로 발표되었다. 이후 '뇌 절제술'은 인간에게도 적용되어 정신병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여겨졌다. 중증의 정신병자부터 산만한 일곱 살짜리 어린아이에게까지 뇌 절제술이 남발하면서 수술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53년 27세 청년이었던 '환자 H.M.'도 마찬가지였다. 기억을 담당하는 양쪽 해마가 잘려나가면서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심한 기억상실증을 앓았던 환자 H.M.은 인지신경과학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환자였다. 저자는 환자의 기억을 절제한 의사의 외손자로, 환자 H.M.의 사례를 시작으로 고대 이집트의 최초의 뇌수술부터 첨단의 실험실까지 뇌과학을 둘러싼 풍경을 펼쳐놓는다.
아이는 누가 길러요
서이슬 저 | 후마니타스
10만 분의 1 확률로 태어나는 선천성 희소 질환 클리펠-트레노네이 증후군(Klippel-Trenaunay Syndrome). 엄마가 아이가 앓는 병명의 약자인 KT(케이티)를 애칭으로 삼아 <한겨레> 육아 웹진에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이 묶였다. 희소 질환 아이를 둔 엄마로서 아이를 관찰하며 얻은 깨달음, 주 양육자로서 아이를 바라보는 일상,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 부딪힌 세상과 사회에 대한 경험과 바람을 담았다. 단순히 '아픈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라 육아를 겪으며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세상을 향한 질문을 던진다.
K팝 메이커스
민경원 저 | 북노마드
<중앙일보> 대중음악 기자가 K팝 문화를 만들어가는 '히든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의방탄소년단을 만든 빅히트의 '피독', SM 사단에 새로운 색을 입힌 런던 노이즈, JYP 오디션을 뚫고 트와이스의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이우민, 8명의 선배이자 선생으로 서 있는 김형석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K팝 프로듀서들에게 프로듀싱은 '히트곡을 뽑고, 히트곡이 들어 있는 음반을 만드는' '그룹의 특징에 맞춰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함께 고민하고 돕는' '소속 아티스트와 충분히 소통하되 곡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지는' 일이다.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
마르타 자라스카 저/박아린 역 | 메디치미디어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고기를 먹는 이유는 중독 때문이다. 각종 기술과 정부의 보조금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자주 먹게 되고, 여러 부정적인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고기를 먹어야 건강하다는 인식이 깊게 작용한다. 정육업계와 패드트푸드 업계는 마케팅과 로비를 통해 제도적으로 식단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오랜 기간 고기를 먹는다는 행위와 맛에 길들여진 인간은 육식을 찾는다. 저자는 콩고기와 배양육을 포함한 많은 육류 대체품이 사람들의 식탁에 더 많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인류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최선의 식단을 찾을 것을 예언한다.
하나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토니 모리슨 저/정영목 역 | 문학동네
유난히 새카만 피부를 가지고 태어나 결핍 속에서 성장한 젊은 여성 브라이드와 어린 시절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젊은 남성 부커의 이야기. 미국 문학의 대모이자 이름만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는 작가가 지금까지 쓴 열한 편의 장편소설 중 유일하게 21세기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250페이지 남짓 되는 짤막한 소설 속에서 세상의 냉기를 받아내며 성장한 소설 속 '아이들'이 계속 나아가려 애쓰는 모습은 인생의 꼭대기에 선 노작가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향한 축복처럼 느껴진다.
일상과 주거
대안사회를 위한 일상생활연구소 저 | 한울아카데미
14명의 필자가 각자가 택한 주제로 한국 주거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했다. 일제 강점기 이후 주택이 변화해온 역사, 현재 아파트 공화국에 역대 정권이 미친 주택정책, 과학기술의 발전, 각종 주택 관련 노동, 1인 가구와 기러기 가족에 관해서도 둘러본다. 집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일상을 통념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조명하고 갈등과 문제 지점을 드러냈다. 책에서 다루는 집은 건축물로서의 주택, 떠돌이의 임시 숙소, 군대 내무반과 학생 기숙사를 포함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몸을 누이고 휴식을 취하는 곳의 거의 전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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