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과 조건이 만들어내는 힘과 생명력
『세, 동아시아 사상의 거의 모든 것』 임건순 저자 인터뷰
철학은 개념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개념을 통해 많은 것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자 노력하는 철학자의 집요함과 성실함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2018. 02. 22)
‘사문난적’을 자처하는 패기 있는 동양철학 저술가 임건순이 새로운 책을 출간했다.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 『오자, 손자를 넘어선 불패의 전략가』 , 『순자, 절름발이 자라가 천 리를 간다』 등의 책을 통해 역사가 오해하고 숨긴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고 동양 전통 사상 연구를 통해 현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발언해 온 그가 이번에는 “세勢”를 중심으로 철학과 미학을 넘나들며 동아시아 정신세계의 기원, 본질, 특징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세’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글을 쓰신 동기가 무엇인지요?
역사라는 학문이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철학이라는 학문은 철저히 개념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 책은 동양 사상의 세계에 대해 접속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아이디와 패스워드인 ‘세’를 소개합니다. 그와 함께 하나의 개념을 통해 많은 것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자 노력하는 철학자의 집요함과 성실함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철학은 개념이지요. 개념을 가지고 현상을 설명하고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보시면 ‘아, 철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철학은 개념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구나’, 이런 것들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간결하게, ‘세’란 무엇입니까?
상황과 조건입니다. 그리고 상황과 조건이 만들어내는 힘과 생명력입니다.
이번 책에서도 그렇듯 병가, 법가, 묵자 등 기존 동양 철학에서 제대로 주목하지 않던 사조를 특히 연구하고 계신 이유가 무엇인지요?
최근에는 법가와 병가에 대해 많이 집필하면서 강연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병가와 법가는 명분과 관념이 아니라 실리와 실사구시를 이야기합니다. 사회가 바뀌어야한다는 것이지요. 아직도 한국 사회는 유가적 ‘떼’가 진하게 남아 있어 명분과 관념으로 세상을 보고 재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말고 이성과 실리, 실사구시로 무장해야한다는 겁니다. 손자의 세계관, 한비자의 세계관을 받아들여 우리가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믿음이 사실을 대체하는 사회는 약해져 결국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이 믿음과 관념을 대신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더욱 부강해지면서도 청년과 하층민 들에게 더 크고 많은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법가와 병가의 ‘실사구시’가 널리 받아들여졌으면 합니다.
철학뿐 아니라 동양 미학에 대해서도 연구하셨습니다. 동양 미학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생명력이지요. 생명의 힘과 합일됨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생명의 고동이 느껴져야 좋은 시이고 그림입니다. 작품이 생명의 힘을 만들어내고 감상하는 이는 그 힘과 하나 됨을 느끼는 것이 동양 미학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 담긴 내용 중 풍수, 주역에 대한 내용이 재미있다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책 서문에도 언급했듯 외할아버지가 풍수에 능하셨습니다. ‘혈’과 ‘용’이란 개념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어서 친숙한 개념입니다. 기가 모여 있는 스폿인 혈, 기가 움직이는 통로인 용! 어릴 적부터 풍수 관련 책을 읽어왔고 최근에는 풍수 인테리어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주역은 중학교 때부터 관심을 두고 공부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나름 이것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누구든 쉽게 컴퓨터와 모바일로 점을 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을 95% 정도 해두었습니다.
철학과 미학 등 동양 사상에 관심을 갖고 입문하려는 독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양 사상하면 흔히 공자로 대표되는 유교, 그리고 정신 문명을 많이 떠올리시는데요. 저는 솔직히 공자보다는 손자를 먼저 더 많이 공부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정신이 아니라 힘과 실리, 효율성을 숭상하는 철학이 동양에도 있었다는 거지요. 실사구시의 세계에 접속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양 미학에 있어서는 당시 암송을 ‘강추’합니다. 특히 청각만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조탁과 기교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맹호연의 시를 추천합니다. 맹호연의 시를 거듭 암송해서 외우시면 동양 미학뿐 아니라 요즘 여러 다른 분야에서도 필요하다고 이야기되는 힘을 빼는 훈련, 이른바 ‘릴렉스’를 배우실 수 있을 겁니다. 뭐든 실전에 들어가면 어깨에 힘을 빼야 하니까요.
앞으로의 집필 및 저술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공자의 철학이 모성이 가득한, 먹이 추적자가 아닌 둥지 수호자의 DNA가 강한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성으로 논어를 독해해 보아야 공자가 제대로 보이고 유교의 나라 한국이 제대로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머니 공자’를 집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거대 자아를 말한 장자와 맹자를 같이 묶어서 써볼 생각도 있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제자백가, 끝장토론을 벌이다’를 집필하는 것입니다. 총 여섯 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책들과 ‘제자백가 개념어 사전’을 포함해서요. 역시나 철학은 개념이니까요.
세, 동아시아 사상의 거의 모든 것임건순 역 | 시대의창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은 친절한 예시와 서술로 철학과 미학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정신세계 전반의 핵심을 개괄한다.
관련태그: 세 동아시아 사상의 거의 모든 것, 임건순 작가, 역사, 철학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25,200원(10% + 5%)
28,800원(10% + 5%)
16,020원(10% + 5%)
14,850원(10%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