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서 읽어내는 삶의 중심잡기
『나를 지키는 힘』 임병희 저자 인터뷰
사람은 모두 좌절과 괴로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이 책은 그 흔들림과 상처 속에서 어떻게 철학자들이 자신을 지켰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8. 02. 20)
인류의 역사에서 혼란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 혹독한 변화에 치열하게 맞서며 시대를 리드했던 철학자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 ‘일단 뭐든’ 시작하기에 앞서 ‘나’를 찾고 ‘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더라도 지금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의 존재만큼은 의심할 수 없다고 말했던 데카르트, 남이야 뭐라든 너의 길을 가라고 외쳤던 마르크스, 밖을 보지 말고 내 안을 들여다보라고 말했던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나’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나를 지키는 힘』 에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위해 20인의 철학들의 삶에서 특별히 뽑아낸 열 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나를 지키는 힘』 은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주위에 보면 굉장히 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흔들리지도 않고 상처받지도 않는 것 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저는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하고요. 나는 매번 흔들리고 상처받고 살고 있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했지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그런 사람들도 흔들리고 상처받고 있었어요. 자신을 지켜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과 고민, 갈등 속에 있었지요. 그때 흔들리고 상처받는 게 사람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그런데 그 흔들림과 상처 속에서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하더라고요. 자신을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고 자신을 저버리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살면서 흔들리고 상처받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결정하는 건 우리 자신이에요. 철학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들도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나가며 끊임없이 어려움과 좌절을 겪었을 거예요. 멈추고 싶을 때도 있었을 테고 괴로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을 겁니다. 공자는 상갓집 개 같다는 말을 들었죠. 니체는 매를 맞고 있는 말을 끌어안고 오열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모두 좌절과 괴로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이 책은 그 흔들림과 상처 속에서 어떻게 철학자들이 자신을 지켰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우리보다 앞서 자신을 지켜낸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알려주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나’를 지키며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이 철학자가 아니어도 많잖아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철학자들의 삶을 들여다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돈도 시간도 들이지 않고 지금 당장 변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생각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변하고 싶다고 말하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변할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변화를 이끄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변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끌 생각의 힘이 없다는 뜻이지요.
사람들은 철학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철학은 생각입니다. 문학이 표현이고 역사가 기록이듯이 말입니다. 우리는 매일 생각하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기록이 되지요. 결국 우리의 삶이 철학이고 문학이고 역사이지요.
내 안에는 수많은 나와 가능성과 서로 다른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그 사이에 벽을 세웁니다. 생각과 생각 사이에 벽을 세워 다양한 생각을 연결하지 못하고 또 여러 모습의 나를 나누어 격리했지요. 모든 일들은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 사이를 가로막으니 또 다른 나의 가능성을 만날 수 없었던 겁니다.
생각도 하나가 아닙니다. 나는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생각들이 합쳐질 때, 좋은 생각이 납니다. 저는 그 과정을 철학자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 명의 철학자가 아닌 스무 명의 철학자 이야기를 쓴 것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머리에서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이 만나 자신의 생각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생각이 마음으로 이어질 것이고 마음은 몸을 움직이게 할 것입니다.
『나를 지키는 힘』 은 여러 철학자들 중에서도 특별한 스무 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왜 그 스무 명의 철학자를 뽑아 소개하신 건가요?
이 책에 소개된 철학자들이 아니라도 자신을 지키는 데 좋은 생각을 한 철학자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선정한 철학자들의 생각은 10개의 키워드와 관계가 있습니다. 10개의 키워드는 ‘질문’, ‘발견’, ‘자유’, ‘통찰’, ‘의심’, ‘차별화’, ‘의지’, ‘도약’, ‘자존’, ‘자기애’지요. 저는 이 키워드가 읽는 분들께 자신을 지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와 연관된 철학자의 이야기를 쓴 것이지요.
만약 자신에게 부족한 면이 있다면 그 키워드와 연관된 곳을 유심히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책의 내용을 무조건 따르지 않아도 좋다는 것입니다. 철학자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또 같은 일화라도 저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을 거예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입니다. 그런 다른 눈은 주어진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에게 접목해서 볼 때 생겨납니다.
저는 이 책이 하나의 동기나 발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의 말에 수많은 해석이 있듯이 제가 쓴 의미가 아니라 독자의 의미를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그런 의미의 발견이 이 책을 쓴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 때로는 무엇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의 힘은 저자가 아니라 독자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간단한 메시지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나’를 지키고 계신가요?
저도 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지요. 저는 나를 지키는 힘의 원천은 사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뭐든지 주고 싶잖아요. 잘해주고 싶고, 다치는 것이 싫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렇지요. 나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랑을 하는데도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사랑과 집착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에게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다면 우선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좋아할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내가 야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야구라면 질색하는 연인에게 야구공이나 글러브를 사주면 좋아하지 않겠지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지키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에 익숙한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저는 제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지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작은 것이라도 제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신화와 철학을 연구하시다가 갑자기 목수로 전향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였을까요? 신화와 철학에서 어떤 걸 보고 느끼셨기에,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화나 철학, 글을 쓰는 일도 가구를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언뜻 전혀 다른 일처럼 보이는 것은 단지 그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7년간 머물렀던 중국에서 돌아온 그해 겨울, 처음으로 목공을 접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도 묻습니다. “공부한 게 아깝지 않냐?”고요. 제 대답은 “아까울 게 없다”입니다. 신화를 전공한 인문학자도 나이고 목수의 일을 하는 나도 나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둘을 따로 떼어 생각합니다. 저는 가구를 만들며 책을 보고 책을 씁니다. 그러니 제겐 버린 것도 버릴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왜 목공이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상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2, 3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자연시간에 쓸 물체주머니를 준비물로 가져오라고 했어요. 저는 미리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죠. 하지만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그걸 사줄 형편이 되지 않았던 거죠. 다음 시간에는 물체주머니 없이는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어요. 화가 난 어머니는 그 안에 뭐가 들었냐고 물으시더군요. 나무조각이랑 뭐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어디서 각목과 양날톱을 가져와서 나무조각을 만들어 가져가라시더군요. 물론 그날도 준비물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선생님께 혼이 났죠.
아마도 그때 나무가 제 머리에 각인된 듯싶습니다. 그 때문인지 저는 나무로 만든 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좋았죠. 시간이 흘러 중국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나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든 무언가를 가지고 싶었고 무언가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나무로 뭔가를 만드는 목공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님께선 내 안에 있는 여러 나의 모습을 만나신 거군요. 『나를 지키는 힘』 에서는 다양한 철학자들의 말과 글을 만날 수 있었는데, 혹시 그들의 저작을 읽어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저도 원 저작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동양고전의 경우에는 원문을 해석하는 것이 생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문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그럼 해석본을 먼저 보십시오. 그러다 마음에 끌리는 문장이 있으면 그것만 원문을 보세요. 굳이 혼자 한자를 다 찾아서 해석해보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음과 뜻이 나와 있는 책을 보면서 한 자 한 자 짚어나가며 어떻게 해석이 되는지를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더 깊은 뜻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중국에 물고기와 곰발바닥을 동시에 얻을 순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맹자의 구절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물고기 요리와 곰발바닥 요리 모두 좋아하지만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없기에 곰발바닥을 선택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갑니다. “사는 것도 원하는 것이요. 의로움도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를 다 얻을 수 없기에 의로움을 취한다.”라고 말합니다. 죽는 것도 싫어하지만 죽는 것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있기에 환난도 피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맹자는 선택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선택은 자신을 지키고 알 때, 가능해집니다. 그것 또한 용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용기를 가지고 싶다면 『맹자』 를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생활의 원칙, 삶의 자세에 대해 알고 싶다면 『논어』 를,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면 『장자』 를, 갑자기 세상이 무의미하고 헛되다 싶은 생각이 들 때면 『노자』 를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에서도 『맹자』 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죠. “흐르는 물은 구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가지 않는다”는 문장이 있어요. 어떤 뜻인지 좀 더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에 흔들림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죠. 저도 흔들리고 상처받는다고요. 그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 그 흔들림과 상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피할 수 없는 일을 피하려고 하면 더 오래갑니다. 그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 고통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흔들림과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고요.
흐르는 물은 구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가지 않는다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구덩이에 고입니다. 그리고 구덩이가 물로 가득 차고 나서야 다시 흐르게 되지요. 이것이 이치입니다. 흔들리거나 상처를 받으면 흔들리고 아픈 것이 이치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빨리 구덩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물이 필요합니다. 흔들리거나 상처를 받을 때는 나를 더 단단히 하거나 유연해져야 합니다. 그럼 더 단단히 하는 방법, 더 유연해지는 방법을 찾게 되겠지요.
그 방법을 어떻게 찾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희한하게 힘든 일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그 구절을 읽고 또 읽었던 때도 그랬습니다. 다행히 저는 그 구절을 읽고서 제 상황을 받아들이고 벗어날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독자 분들도 이 책에서 그런 구절을 찾는다면 가장 큰 보람일 것 같습니다.
나를 지키는 힘임병희 저 | 생각정원
그 혹독한 변화에 치열하게 맞서며 시대를 리드했던 철학자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 ‘일단 뭐든’ 시작하기에 앞서 ‘나’를 찾고 ‘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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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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