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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의 맛, 그 깊이를 느끼고 싶다면

『철학이 있는 홍차 구매가이드』 출간기념 홍차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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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홍차를 싫어했던 이유가 이제는 홍차를 더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되더라고요. 홍차는 어떻게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다 달라지잖아요. 그런 거에 하나하나 재미 붙여가는 즐거움이 있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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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홍대 문기영홍차아카데미에서 홍차 간담회가 열렸다. 문기영 저자의 『철학이 있는 홍차 구매가이드: 꼭 마셔봐야 할 명품 브랜드 홍차 80가지』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출판계 홍차 애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문기영홍차아카데미의 한 쪽 벽면에는 다양한 홍차 틴케이스로 가득 채워져 있고, 테이블 위에는 쿠키, 샌드위치 등 디저트와 예쁜 찻잔들이 놓여 있었다.

 

문기영 저자는 동서식품에서 16년간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홍차 음료 발매를 담당하면서 홍차에 매력을 느껴 퇴사 후 본격적인 홍차 공부에 전념했다.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여러 홍차를 맛보는 것은 물론 홍차의 해외 산지를 방문하면서 지식을 쌓고 감각을 길렀다. 아직 모든 참석자들이 모이기 전,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준 사람은 역시 문기영 저자였다.

 

“여러분이 낮에 근무할 때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간단히 말하면 설탕이 먹고 싶다는 거예요. 다들 믹스 찾잖아요. 피곤하면 아무래도 설탕이 당기죠. 달달한 걸 먹고 나면 피로가 좀 풀리거든요. 지금 우리는 설탕을 안 먹겠다고 하면서 차를 마시는데, 이것 좀 보세요. (쿠키를 가리키며) 지금 이게 다 설탕이잖아요. 마케터 분께서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도 준비해주셨어요. 영국에서 애프터눈파티를 할 때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놓고 먹었어요. 당시 오이가 막 영국에 수입되던 때라서 비싸서 아무나 못 먹던 음식이었다고 해요. 원래 이렇게까지 신경을 안 써주시는데 오늘은 유난히 디저트에 신경을 써주셨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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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초심자부터 홍차 덕후까지


홍차간담회의 마지막 손님이 도착하고,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숙재 문학동네 마케터, 최지혜 예스24 MD, 한수정 열린책들 마케터, 김지애 애니북스 에디터 그리고 김지영 문학동네 저작권 담당자까지 다섯 명의 참석자가 간단한 자기 소개를 했다.


이숙재: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마케터를 하고 있어요. 이 홍차간담회의 주최자이신 정현민 과장님과 올해부터 함께 일하게 됐어요. 사실 저는 그렇게 입맛이 예민하거나 고급스럽지 않아서,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홍차를 주로 마시곤 했는데요. 과장님께서 타이머로 시간을 계산해가며 물을 끓여서 차를 내려주시는 거예요. 이렇게 섬세한 남자를 봤나 싶었죠. 그런데 둔한 제가 마셔도 정말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저는 홍차에 대해 이제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라 이 자리에 참석하기가 부끄럽긴 했는데요.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너무 반갑습니다.

 

최지혜: 예스24 도서 MD 최지혜입니다. 예전에 실용 쪽을 담당을 할 때 홍차 관련 도서를 담당했던 적이 있어요. 홍차는 한 2년 전쯤에 짧게 네 번 정도 배웠어요. 확실히 조금 배우고 나니까 맛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상하게 커피는 안 당기고 차는 마실수록 따뜻해지는 게 좋고, 공부할 게 끝이 없는 게 재미있는 거 같아요. 요즘 흥미를 다시 느끼고 있던 찰나에 이렇게 좋은 자리에 초대받게 되어 오게 되었습니다.

 

한수정: 열린책들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한수정이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홍차수업』 할 때도 와서, 이 곳엔 두 번째 방문인데요. 제가 원래 홍차랑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정현민 과장님께서 이번에도 와보시겠냐고 해주셔서 좋아요! 하고 왔어요. 차 마시는 거 좋아하고, 글 써서 올리는 거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또 다른 사람들을 알아가고 누군가의 삶과 부딪치게 되는 게 좋더라고요.

 

김지애: 애니북스라는 만화 출판사에서 만화 편집하고 있는 김지애라고 하고요. 원래 홍차는 좀 써서 잘 안 먹었어요. 홍차는 종류도 너무 많고, 알아봐야 할 게 많으니까 그 세계에 손을 대기가 싫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훅 빠져서 홍차에 대해 알아보고 마시기 시작했어요. 예전에 홍차를 싫어했던 이유가 이제는 홍차를 더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되더라고요. 홍차는 어떻게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다 달라지잖아요. 그런 거에 하나하나 재미 붙여가는 즐거움이 있는 거 같아요.

 

김지영: 문학동네에서 일하는 김지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여기 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홍차 초짜구요. 이렇게 홍차 고수 분들이 계시는 가운데 제가 와도 되나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습니다. 선생님께도 많은 홍차 얘기 듣고 가고 싶고요. 많은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홍차수업』 그리고 『철학이 있는 홍차 구매가이드』

 

홍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묻어나는 참석자들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문기영 저자는 김지영 참석자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2014년에 출간된 『홍차수업』의 출간 소식을 전했다.

 

문기영: 김지영 씨와는 『홍차수업』 중국판을 준비할 때 메일을 주고받은 기억이 나네요. 이번에 『홍차수업』이 대만에도 판권이 수출됐대요. 홍차를 다루는 책이 중국, 대만으로 갔다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이 쓴 와인 책이 프랑스로 갔다는 말이잖아요. 이슈가 안 되는 게 참 아쉬워요. 한국에 한국차문화협회, 차연합회 같은 큰 단체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활동하니까 소속감이 없는 거예요. 만약 그런 단체에 속한 누군가가 책을 내서 판권이 해외로 팔렸으면 엄청나게 화제를 삼아줄 텐데… 뭐 할 수 없죠. 살아온 길이 다르니까요. 제 개인을 떠나서 이게 참 엄청난 건데 아쉬운 부분이죠.

 

모두가 저자의 아쉬운 마음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철학이 있는 홍차 구매가이드』는 어떻게 읽었을까?


최지혜: 최근에 나온 홍차 관련 책들은 감성적으로 접근한 게 많았는데, 이 책은 홍차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좋았어요. 책상에 자리잡고 앉아서 공부하듯이 읽어야 할 것만 같았어요.


김지애: 정보 위주인데도 하나의 여행기처럼 술술 잘 읽히더라고요. 만약 책이 별로였다면 처음에 조금 읽다가 말았을 텐데, 끝까지 읽게 되는 힘이 있었어요.


문기영: 처음부터 정보 전달로 목적을 잡았어요. 아무래도 공부하듯이 책상에 앉아서 볼펜을 들고 앉아야 되는 느낌이 들죠. 예전에 어떤 분 블로그에서 봤는데『홍차수업』이라는 책이 좋다고 해서 서점에 사러 갔는데, 너무 두꺼워서 놓고 왔대요. 그걸 보고 이번에는 가볍게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또 두꺼워져버렸네요. ‘꼭 마셔봐야 할 명품 브랜드 홍차 100가지’ 하면 딱 좋은데, 겨우 80가지로 줄인 거죠. 사실 여기서 하는 수업도 굉장히 학구적이에요. 프린트물을 나눠 주고 공부를 하죠. 하지만 모든 분들이 이런 식으로 알고 싶어 하는 건 아니거든요. 특히 40, 50대 여유 있는 분들은 맛보고 분위기 좋은 걸 선호하시죠. 요즘 그런 식으로 가볍게 문화를 즐기는 데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책 속에서 접한 홍차들을 직접 맛보다


본격적인 홍차 타임이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책을 읽으며 맛보고 싶었던 홍차들을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홍차가 우려지는 동안 오고 간 대화는 홍차의 맛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최지혜: 카사블랑카는 어떤 홍차인가요?


문기영: 카사블랑카의 원조는 모로칸 민트예요. 지중해의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모로코가 전통적으로 페퍼민트 잎으로 만든 차를 많이 마셔왔죠. 이 민트 차에 녹차를 넣은 것이 바로 모로칸 민트라는 매우 낭만적인 이름의 차예요. 민트차가 주는 다소 거친 맛이 있는데 녹차를 블렌딩하면 그게 좀 완화가 됐거든요. 색깔도 비슷해서 조화가 잘 이루어지죠. 전통적인 모로칸 민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 마리아주 프레르의 카사블랑카예요. 키티 차 상마니가 모로칸 민트에 홍차와 베르가모트 향을 추가로 넣어 만든 차죠. 모로칸 민트가 청순한 느낌이라면 카사블랑카는 세련된 느낌이에요.


아까 최 지혜 MD님이 우롱차를 좋아한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요. ‘동반미인’이라고 불리는 대만 우롱차입니다. 이건 전설이 여러 개가 있는데요. 엘리자베스2세여왕이 이 홍차를 마시고는 맛있어서 ‘동양에서 온 미인’이라고 ‘동방미인’으로 불렀다는 전설이 있어요. 또 다른 하나는 ‘허풍차’라는 이름인데요. 벌레가 찻잎을 먹어서 상해버리니까 주변에서 이걸 누가 사겠냐고 혀를 찼대요. 그런데 이 농사꾼이 시장에 가서 사람들한테 이렇게 생긴 게 더 맛있는 거라면서 굉장히 비싸게 주고 팔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허풍차’ 또는 ‘팽풍차’라고도 해요. 정식 이름은 ‘백호오룡’이에요. 진실보다는 전설이 더 재미있죠?


한수정: 저는 다즐링 세컨드 플러시를 마셔봤는데 괜찮더라고요.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는 어떤가요?


문기영: 일단 한 번 맛보세요. 녹차랑 비슷한 느낌일 거예요. 다른 차는 3분을 우리고 있는데, 이 차는 4분을 우렸어요. 물 온도도 살짝 낮추고.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가 요즘 가장 핫해요. 독일과 일본이 특히 좋아하죠. 생산량이 적어서 좀 비싸긴 해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 세컨드 플러시에요. 그건 잘 익은 과일이나 꽃과 같은 향기가 나요.


김지애: 아이리시 몰트도 굉장히 먹어보고 싶었어요.


문기영: 아이리시 몰트는 편집자 분께서 제가 쓰면서도 너무 잘 썼다 생각했던 대목을 뺐어요(웃음). 아이리시 몰트는 아삼을 베이스 홍차로 하고, 아이리시 위스키 향을 가향해서 만든 거예요. 몰트는 보리의 싹을 틔워 건조시킨 거고요. 위스키의 대명사인 스카치위스키 향이 아닌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아이리시 위스키 향을 선택한 건, 아이리시 위스키 향이 좀 더 깨끗하고 부드러운 특징이 있어서죠. 여기서 아이리시 몰트가 지향하는 바가 나타나는 겁니다.


이숙재: 굉장히 많은 차를 드셨을 텐데, 가장 좋아하시는 홍차는 뭔가요?


문기영: 주로 블렌딩 홍차인 ‘퀸 앤’과 ‘로열 블랜드’에 손이 저절로 가요. 스리랑카 저지대 차인 ‘라트나푸라’도 아까 혼자 우려먹었는데, 제가 참 좋아하는 차예요. 적당한 바디감에 초콜릿 향과 꽃 향이 입안 전체를 꽉 채우는 듯해요. 100g에 8유로짜리인데, 참 저렴해요. 홍차의 선호도는 가격과 상관없는 것 같아요. 가격은 수요 공급으로 엮이는 것일 뿐이니까요. 저는 오후 4시까지 차를 못 마시면 ‘차 마셔야지’ 이 생각밖에 안 들어요. 4시 정도면 원래 1.2리터는 먹은 상태여야 해요.

 

간담회가 서서히 마무리되어 갈 때쯤, 문기영 저자는 “사람들이 이 곳에 오면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며,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환기시켜줬다. 다들 못내 아쉬운지, 마지막까지 홍차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홍차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선가 다시 모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홍차 간담회 참석자들. 다들 그 날 밤 잠은 잘 주무셨을까?


 

 

철학이 있는 홍차 구매가이드문기영 저 | 글항아리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홍차를 제대로 알리고자 그간 공부한 홍차 지식을 담은 체계적인 홍차 소개서 『홍차수업』을 펴낸 홍차 애호가 문기영이 이번에는 직접 홍차 구매를 도와주러 나섰다. 이 책은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마셔봐야 할 80가지 명품 브랜드 홍차를 하나씩 자세하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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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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