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의 커피로 시작하는 겨울 아침, 방탄 커피
<월간 채널예스> 1월호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과 방탄 커피
책과 커피, 그리고 하루키와 음악을 좋아해 홍대와 신촌 사이 기찻길 땡땡거리에서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와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듯 책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길고 지루한 겨울 밤을 함께할 문학 작품이라면 눈과 바람 얘기 가득한 북유럽 작가의 추리소설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북유럽은 꽤 흥미로운 곳이다. 인구 천만의 스웨덴을 제외하고 대부분 5백만 명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의 아르토 파실린나, 스웨덴의 스티그 라르손,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처럼 세계적인 작가들이 즐비하니 말이다. 아마도 겨울이면 몇 개월이나 해가 뜨지 않는 날이 계속되는 특별한 환경 때문일 것이다. 달빛과 별빛, 그리고 간혹 밤하늘을 수놓는 오로라뿐인 곳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여러 권의 책 없이는 곤란할 것 같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덴마크와 1933년 덴마크에 합병된 세계에서 가장 큰 섬 그린란드를 배경으로 한다. 김연수 작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라고 말했던 주인공 스밀라는 덴마크인 아버지와 이누이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어머니와 그린란드에서 보냈고, 어머니의 죽음 후 아버지가 있는 코펜하겐으로 왔지만, 눈과 바람 말고는 아무것도 시선을 방해하는 것이 없는 곳에서 자란 그녀에게 도시와 도시 생활은 의미 없이 답답한 공간일 따름이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1년에 살인 사건이 한 건 일어날까 말까 하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다. 이런 도시에서 어느 날 이사야라는 이름의 아이가 창고 지붕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사야는 스밀라의 유일한 친구였다. 알코올 중독인 어머니와 살고 있는 이사야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이사야가 마지막으로 남긴 건 눈 위에 남은 그의 발자국이었다. 그린란드에서 자라 눈과 얼음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스밀라에게 그 발자국 모양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유일한 친구가 죽은 이유에 대해 알아야 했다.
좋은 추리소설이 가진 매력이라면 길고 지루한 겨울 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에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이 작품은 특별한 매력 한 가지를 더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그린란드다.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때로는 배경으로 또 때로는 이야기에 깊고 진하게 녹아 있는 겨울 나라의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우리는 상상하기 힘든 겨울과 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끝없이 펼쳐진 설원 위에서 눈의 결정 형태와 눈보라가 불어오는 방향으로 목적지를 가늠하는 스밀라의 모습에 내가 겹쳐진다.
커피에 버터를 넣어 다이어트용으로 주목 받은 방탄커피는 원어인 ‘Bullet Proof Coffee’의 뜻 그대로, 이 커피를 마시면 총알도 막아낼 만큼 강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커피는 실리콘 밸리 출신인 데이브 애스프리(Dave Asprey)라는 사람이 티베트 여행에서 현지인들이 야크 버터차를 마시는 모습에서 착안해 개발했다. 고열량 음료인 만큼 체온유지와 식욕 억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커피에 버터와 코코넛 오일이 잘 섞이도록, 가능하면 블렌더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 섞이지 않으면 느끼한 맛이 강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식사 대용으로 아침에 방탄커피 한 잔을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스밀라는 음식에 대해 단순하지만 철저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주로 고기를 먹을 것. 그것도 기름기 많은 고기. 채소나 빵만으로는 따뜻하게 살 수 없다. 그리고 항상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계속 움직이려면 따뜻한 음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만큼 혹독한 환경은 아니지만, 겨울이 두렵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두툼한 외투에 목도리와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집을 나서도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면 순간 아찔해진다. 그럴 때면 따뜻한 실내에서 가능하면 아무것도 안 하며 쉬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그런 호사는 모두에게 허락된 것은 아니다. 기왕 겨울에도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면 몸과 마음의 준비를 더 든든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며칠간의 눈썰매 여행을 앞둔 이누이트의 마음으로 말이다.
재료
에스프레소 30ml, 무염 버터 1작은술, 코코넛 오일 1작은술
만드는 법
1.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무염 버터와 코코넛 오일 1작은줄을 넣고 거품이 생길 때까지 블렌딩해준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페터 회 저/박현주 역 | 마음산책
얼음과 숫자, 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 어린 소년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이 책은 '추리소설'로서의 매력뿐만 아니라 미스터리와 로맨스, 스릴러, 문명 비판, 철학적 통찰 등 각 장르의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나아가 살인 스릴러물이면서도 철학적 치유를 끌어내는 균형감각은 이 소설의 놀라운 장점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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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커피, 그리고 하루키와 음악을 좋아해 홍대와 신촌 사이 기찻길 땡땡거리에서 북카페 피터캣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와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듯 책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인스타그램@petercat1212
<페터 회> 저/<박현주> 역14,400원(10% + 5%)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복간 희망 리스트 1순위'로 꼽혀 왔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 10년만에 재출간되었다. , , 등에 빛나는 이 작품은, '철학적 치유를 끌어내는 살인 스릴러물'로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얼음과 숫자, 눈을 사랑하는 여인, 스밀라. 작가 김연수는 그녀를 두고 '가장 매력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