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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 사건 가해자의 엄마가 16년간 묻고 또 물은 기록
『나는 가해자의 엄마 입니다』
인간의 폭력성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고발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와 달리, 바탕에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깔고 있는 ‘어머니’가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설득력 있으며, 감동을 준다.
1. 오프닝
초등학교 입학하고 처음 선생님이 출석부를 부를 때.
내 이름 근처에 오면 괜히 심장이 뛰곤 했습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이 세상에서 ‘누군가’가 된 것도 같았죠.
혹은 ‘무엇이 되라’는 숙제를 받아든 막연한 기분이었달까요.
어느 날엔가는, 술에 잔뜩 취한 그 사람이
말은 없고 그저 몇 번이고 이름만 부릅니다.
실없이 왜 그러냐고, 너무 취했다고 퉁박을 주면서도
그 순간만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던 기분....
그런데 살아갈수록, 그렇게 불리는 일들은 점점 적어집니다.
사회에선 직함으로, 기계 속 작은 나사못 하나로...
이름을 잃어가기도 합니다.
때로 우리는 스스로 이름을 지웁니다.
행인 1, 행인 2.
이름을 숨기고, ‘지나가는 사람’의 배역을 자처하고는, 정말로 지나가버립니다.
슬픔의 곁을, 고통의 자리를.
자기로 산다는 것, 자기가 된다는 것.
그건 서랍 속에 넣어둔 내 이름표를 자꾸 꺼내 달아줘야만
간신히 가능해지는 일입니다.
익명의 아이디, 슬픔의 구경꾼이 아니라
책임 있는 이웃이자 시민으로 사는 일 역시도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이 책은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 사건의 가해자 딜런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의 이야기 입니다. 특별한 문제 없이 자라던 것 같아 보이던 아이가 왜 갑자기 총격 사건을 벌이게 됐는지 어머니인 그녀조차 이해할 수 없었죠. 그녀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며 아들과 보낸 모든 시간을 돌아보고 기록합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그녀의 기록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1) 책 소개
1999년 4월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별 다른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했다. 피해자가 아이들이고, 가해자가 아이들이었기에 사회적인 파장은 더더욱 컸다. 사건 당시 가해자들의 나이는 17살이었다. 그리고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이 책을 펴냈다.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벌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겪어왔는지 역시 솔직하고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아들의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마주한 인간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쓴 책이다. 특히 인간의 폭력성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고발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와 달리, 바탕에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깔고 있는 ‘어머니’가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고 설득력 있으며, 감동을 준다.
2) 저자 : 수 클리볼드
1999년 13명의 사망자와 24명의 부상자를 낸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두 명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딜런 클리볼드는 총격 후 자살했다. 수는 대학에서 장애인 학생들을 가르쳤고 지역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했던 평범한 엄마였다. 현재는 우울증 조기 발견 및 자살 예방에 관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 191-192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들리는가? 들리나요? 들리십니까? 들리면 웃음이라도 던져 주시면 안될까요?”
우주만큼 적막한 무대 위를 오르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소우영과 진짜 우주 속을 유영하는 우주 비행사 이일영. 두 사람이 던지는 메시지가 적막을 뚫고 울립니다. 그 메시지는 어디에 가닿을까요? 이런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은 김중혁 작가의 『나는 농담이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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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수 클리볼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아픔, 기록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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