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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석 “‘덕분에’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다 그런 마음 가지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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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책을 쓴 게 아니고요. 저한테 위로가 되는 책을 썼다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진심에 가까운 것 같아요. 잘 써진 날은 제 글 보고 제가 감탄하고(웃음) 그랬으니까요. 내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하는 일이라서 굉장히 기분 좋더라고요.

‘브런치’에 Myste. lee라는 필명으로 위로의 글을 전했던 이인석의 첫 에세이 『너만 그런 거 아니야』는 아주 다정하다. 따뜻한 느낌이 맞았다고 느낀 건 저자가 인터뷰에서 한 말, “누군가에게 ‘덕분에’라는 말을 좀 많이 하고 싶어요. 결론적으로는 제 성공이거든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나에게 있다는 의미니까요.” 때문이었다. 덕분에. 참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인석은 책 곳곳에 ‘덕분에’ 감성을 담고 있다. 그것은 감사와 위로, 당신과 나의 안녕을 확인하는 멋진 장치가 된다. 그 덕분에, 독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 사람의 어깨를 토닥거릴 수 있게 된다.

 

“괜찮아, 내가 너라도 그랬을 것 같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절대로 상대방은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중략)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의 삶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은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너라도 그랬겠지?’라는 딱 하나의 동의를 구하고 싶어서다. 누군가 진짜 힘든 사람이 당신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을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너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너만 그런 거다’라는 외로움만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71쪽)

 

교육 컨설팅 강의를 하면서 그는 아프고 외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자기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마음 가는 대로 하기를, 곁에 있는 사람에게 ‘너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런데 놀랍게도, 누구보다 큰 위로를 받은 것은 그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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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기분 좋은 책


일러스트를 친동생 분이 그렸어요. 가족과의 작업, 처음이었을 텐데 어땠나요?


정확하게는 상의라기보다 명령하는 구조였고요.(웃음) 그 친구는 영화를 하는 친구라서 항목에 관련된 느낌보다 본인이 원래 하던 느낌이 강해서 의논을 많이 했죠. 제가 감정이 드러나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이런 의견을 얘기하면 동생이 그려서 보내주고, 다시 그리고, 이렇게 했어요. 공짜로 시키면서 어마어마하게 부려먹었어요.

 

공짜로요?


네, 밥 한 번 사야죠.(웃음) 책에 이름 넣어준다고 생색냈어요.

 

주로 요구했던 ‘명령’은 뭐였어요?


캐릭터 느낌이,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아이였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의견이었어요.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은 드는데 힘든 건 늘 힘들고, 아픈 건 늘 아프고, 괴로운 건 늘 괴롭잖아요. 왜 마음은 자라지 않는지에 대한 느낌이 오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후드를 씌우더라고요. 왜 후드를 씌웠느냐고 했더니 감추고 싶은 게 많아서, 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게 참 공감됐고, 그렇게 캐릭터가 나오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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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쪽 구석에 화분이 자라고 있어요. 이것도 참 아름답더라고요. 이 아이디어는 누구 거예요?


동생은 일러스트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전공이고요. 지금 마지막으로 예술 감독을 끝마친 프로그램이 <파워퍼프걸>이라는 작품이에요. 애니메이션이 들어갔으면 좋겠더라고요. 책에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넣을까 고민하다가 어렸을 때가 떠오른 거죠. 교과서에 만화 그려 넣듯 말이에요. 동생은 되게 싫어했어요. 180장을 그려야 하잖아요.(웃음) 그런데 본인도 그리고 난 다음엔 만족스러워 하더라고요.

 

작업을 온라인으로 했다고요?


네, 순수하게 온라인으로요. 전화 통화 하고, 페이스타임하고 그랬어요. 동생은 어릴 때 해외로 갔어요. 어릴 때 저를 무서워했고요. 동생과의 작업이라고 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길 수 없는 분위기였어요. 그 친구는 좀 힘들었겠죠. 제 생각과 그 친구 생각이 다르니까 그걸 맞추는 과정이 힘들었을 거예요. 저도 좀 지나니까 미안해지더라고요. 흔쾌히 해줘서 고마웠죠.


동생이 마지막에 표지 일러스트를 그렸는데요. 원래 출판사 쪽에서 멋진 디자인을 해주셨어요. 동생에게 표지를 보여줬더니 초심을 잃지 말라며 관계에 관한 그림을 다시 그려준 거예요. 다행히 출판사 측도 이해를 해주셔서 지금의 표지가 됐죠. 너무나 기분 좋은 책이 나왔어요.

 

‘브런치’에 연재했던 글이에요. 책도 그렇지만 애초에 글 쓰는 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개인적인 이야기기도 한데 부담은 없었나요?  


다행히 덜 부담스러웠어요. 책에 실린 내용은 전부 제가 누군가 앞에서 한 번 씩은 했던 내용이거든요. 강의를 하거나 미팅을 할 때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은 남의 이야기로는 안 되더라고요.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요. 글과 강의가 다르긴 하죠. 강의는 사라져버리니까요. 유일한 부담이라면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것이에요. 아버지한테 벌써 한 소리 들었어요. 이런 얘기까지 다 썼느냐, 하고요.(웃음)

 

아버지께서 지적한 이야기는 뭔데요?


제가 아버지에 대해 느꼈던 것과 아버지가 저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건 달랐던 거죠. 그래서 아버지 입장에선 불만이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꼈는데 어떻게 할 거냐, 했더니 아버지도 수긍하셨어요. 자신의 부족함도 있었다고 얘기해주셨어요. 그렇게 돼 또 기분 좋았죠. 아버지와 다른 대화를 또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아버지 외에 글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좀 변한 경우, 또 있었나요?


깊어졌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어떤 분은 지어낸 이야기 아니냐고 하시기도 했어요. 사실 여기 지어낸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등장인물도 실존인물이고, 그 친구들이 책을 다 읽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도 없어요. 다 실명이고요. 쓰기 전에 실명 쓴다고 다 얘기 했어요. 쓸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람’, ‘그 친구’로 표현을 했고요. 그때 그렇게 느꼈다는 걸, 그렇게 힘들었다는 걸 상대가 알게 되니까 조금 더 깊어진 것 같아요.

 

해당 인물 이야기가 나오는 글은 다 그 사람에게 미리 보여줬다는 거죠?


글을 제일 먼저 읽는 건 아내고요. 두 번째 읽는 사람들이 등장인물들이에요. 그 친구들에게 글을 보여준 다음에 올렸어요. 나는 이 사건을 이렇게 느껴서 글을 썼는데 네가 불편하다면 못 올린다, 내 이야기기도 하지만 네 이야기기도 하니까, 하면서 다 허락을 구했어요.

 

못 올린 이야기도 있었겠네요?


두세 개 정도요. 제 입장에서 실수한 거죠. 그 친구가 너무 다친 건데, 이제 아이도 있고, 배우자도 있으니까 그런 건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안 올린 이야기도 있어요.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그 친구가 이제 괜찮다고 하면 그때 올려도 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묻어뒀죠.

 

글을 쓸 때 저자만의 원칙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어낸 글은 안 쓴다, 등장인물에게 허락을 구한다, 같은 것 말이에요.


욕심은 지어낸 글도 쓰고 싶어요. 그런데 지어낸 글의 구성을 맞출 만큼 실력이 아직은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언젠가 쓰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강의를 하다보면 이야기를 지어서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강의 후에 찝찝하더라고요. 내 얘기가 아직 안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원칙은 없고요. 그냥 글 가는대로, 손 가는대로 글을 쓰는 게 좋아요. 많은 사람들한테 읽히는 책을 쓰고 싶어요.

 

잘 안 써진 글도 있었겠죠?

 

많아요. 엄청 많아요. ‘리액션이 사람을 살린다’ 같은 경우는 제가 강의에서 진짜 많이 말하는 내용인데요. 글로 쓰려니까 안 풀리더라고요. 강의로 들으면 훨씬 더 좋은 내용인데 글로는 안 되더라고요. 몇 번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가 마음에 안 드는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해서 올린 글이에요. 그 글은 출판사 쪽에서도 안 좋은 얘기를 들은 글이에요.(웃음) 제 입장에서도 좀 아닌데 싶은데도 더 이상 개발을 못 시키겠더라고요. 그런 게 몇 개 있어요. 정말 뚝딱 쓴 글도 있고요.

 

예를 들면요?


어머니 이야기요. 그건 제가 너무 생각을 많이 했던 거라서요. 꽤 긴 분량이었는데 30분 만에 끝났어요. 혼자 쓰다가 울다가 또 쓰다가 했지만 가장 빨리 쓴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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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있는 게 오늘뿐이라면


제일 기억에 남는 글은 ‘잊지 마세요, 당신이 누군지’인데요. 스스로와 관계 맺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모르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했나요?


제가 하는 일이 교육 컨설팅인데요. 교육을 통해 사람을 바꿔놓는 일이죠. 앞에 앉은 사람을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봐야 하고, 그 사람의 역량이 얼마큼인지도 봐야 해요. 어떨 때는 북돋아야 하고, 어떨 때는 소리쳐야 하죠. 그런 일을 하다보니까 성과를 못 낸다거나 성공을 못 한다거나 하는 것 때문에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보였어요. 바로 자기 자신을 못 믿는다는 건데요. 힘든 사람 백 명을 만나면 아흔아홉 명이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어요. 이야기를 자주 나누며 생각하게 됐죠. 사람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걸 궁금해 하고 어떤 걸 행복해 하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월급이 많이 들어와도 같이 밥 먹을 사람 없으면 혹은 뭘 먹어야 맛있는지 모르면 그 돈이 다 소용없는 거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가장 큰 계기는 아무래도 장모님 돌아가시고 나서였고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게 진짜 오늘뿐이라면 오늘 내가 뭐하고 싶은지 아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떨 때 행복하세요?


좀 사적인 얘긴데요. 제일 행복한 건 하루 다 살아내고 잠자기 직전에 아내가 “잘까?”라고 하면 “어, 자자.”하고 들어가서 불을 끄고 딱 누웠을 때 같고요. 그 외에는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아내와 함께 할 때죠. 돈을 벌면 아내는 돈을 아끼라고 해요. 저는 쓰자는 주의거든요. 커피 한 잔이든 케이크 한 조각이든 여행이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함께 하는 게 너무 좋아요. 이 책 쓰고 가장 행복할 때는 글을 다 쓰고 아내에게 “자기야, 읽어줘!”해서 아내가 읽고 있을 때, 그때가 제일 떨리고 제일 행복해요.

 

방금 “하루를 살아내고”라는 표현을 했거든요. 그건 어떤 의미예요?


남들이 보기에 미쳤다고 할 정도의 스케줄을 살아요. 보통 다섯 시 반쯤에 일어나고요. 여섯 시까지 운동하러 가서 여덟 시까지 운동 두 시간 해요. 아홉 시에 출근하면 일곱 시나 여덟 시에 끝나거든요. 끝나면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서 대학원을 가요. 열한 시에 다시 내려가서 열두 시에 집에 도착하면 씻고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하죠. 새벽 두 시나 세 시쯤 잠들어요. 책도 읽어야 하니까 그 와중에 책도 읽고요. 작년에는 많이 아팠었어요. 몸을 막 굴리다보니까요. 저한테는 하나하나 만들어져가는 게 즐거웠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되게 애를 쓰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눈을 떠서 저녁까지 아무 일 없는 것 같지만 최소한 백 가지의 고민은 할 거예요. 밥도 챙겨 먹어야 하고, 누구를 만나 감정 소모도 해야 하고요. 생각해보니 일을 빡빡하게 하든 느슨하게 하든 그건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다들 힘들게 하루를 살아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서요.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무척 다정한 시선의 글이거든요. 그토록 바쁘게 생활하던 중에 쓴 글이라고 하기엔 느낌이 참 달라요.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저를 잘 모르는데요. 아내는 제가 되게 여유롭다고 해요. 급한 게 별로 없어 보이고요. 앞 차가 천천히 가도 가겠지, 하는 거예요.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성급하지만 책을 쓸 때는 급한 마음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요. 쓸 때만 해도 출판된다는 생각 아예 안 하고 썼고요. 말 그대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자 했던 건데요. 삶은 조급했는데 글을 쓰는 것에는 조급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답답한 적은 많죠. 다 써놓고 보니까 산으로 간 거예요.(웃음) 그런 적은 있지만 조급하진 않았어요.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었고요. 글을 쓸 때는 이인석이 아니고 Myste. lee였던 거죠.

 

그러니까 이 글은 Myste. lee가 바쁜 생활을 하는 이인석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겠네요.


네, 맞아요. 사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책을 쓴 게 아니고요. 저한테 위로가 되는 책을 썼다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진심에 가까운 것 같아요. 잘 써진 날은 제 글 보고 제가 감탄하고(웃음) 그랬으니까요. 내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하는 일이라서 굉장히 기분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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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항상 솔직할 수 없어 매력적이다’라는 글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솔직한 것과 독설을 하는 것은 좀 다른데 요즘은 독설을 쿨하고 솔직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반면 이 글은 솔직하지 않은 것을 긍정하는 글이죠.


사람들이 솔직함에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항상 그 대상이 내가 아닐 때인 것 같아요. 나한테 솔직한 건 다 싫어해요. 그 솔직함이 또 내가 듣기 좋은 건 괜찮은데 듣기 싫은 얘기를 솔직하게 하면 싫어하죠. 예를 들어 안 그래도 살이 쪄서 짜증이 나는데 살쪘다는 얘기를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 알고 저렇게 얘기하나 싶어져요. 좀 조심하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게 진짜 솔직한 건가 싶을 때도 많고요. 솔직한 게 되게 미화되어 있고 멋져 보이는 걸로 치장되어 있는 세상이 좀 싫었다고 해야 할까요? 실상 진짜 중요한 사람 앞에서는 자기 마음 다 못 말하거든요. 그게 정말 솔직한 건가부터 시작해서 그 솔직함이 진짜 사람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주는지 생각해보면 저는 아니라고 봐요. 왜 솔직함이 매력과 연결되는지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솔직하다면 당신은 살아낼 힘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너무 솔직하지 못했나, 하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는 것 같아서 글을 썼어요. 정말 솔직해야 할 일에는 용기 내 한 번 솔직하면 될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역시 제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요.

 

전체적인 느낌이기도 한데요. 인간은 다들 의외로 연약하다, 주변의 영향을 생각보다 많이 받는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해요. 제목도 그렇고요.


어릴 때 많이 힘들었어요. 집안 사람들 때문에요. 아버지가 칠남매신데 다 잘나갔어요. 남들은 아무도 비교를 안 하는데 저 혼자 비교하는 거예요. 피해의식이 심했죠. 그런데 사촌들이 다 그랬더라고요.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다 피해의식이 있더라고요. 나중에 깨달았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고요. 뻔한 깨달음인데 갖고 있으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나, 생각해요. 원래 제목은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였는데요. 한 삼십만 개쯤 돌고(웃음) 결국 이 제목이 됐어요.

 

좋은 삶의 태도고 그것을 지향하긴 하겠지만 매순간 그렇게 되지는 않아요. 안 될 때는 어떻게 해요?


안 되는 대로 있어요. 글로 욕해요. 혼자만의 되새김질을 하죠. 진짜 재미있는 건요. 그렇게 욕을 막 하다보면 순간 그 글이 나한테 욕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화가 나서 누구를 욕하는 글을 쓰고 다시 읽어보면 ‘아이고, 못났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제 밑바닥을 보게 되니까 빨리 반성하게 돼요.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완전히 이해되는 건 아닌데요. 그건 그것대로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너만 그런 거 아니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거죠. 어쨌거나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니까요.

 

내가 언제 행복한지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도 자신과 제대로 관계 맺는 방법일 거예요.


그렇죠. 물론 아직도 제가 제대로 사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는 후회만 하지 말자, 이런 마음이 제일 강한 것 같아요. 이게 바른 건지 그른 건지 잘 모르겠어요. 책을 낸 게 실수인지 인생의 한 큐였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어쨌든 그걸 생각한다고 바뀌는 건 없으니까요. 잘 포장해주셔서 나와 제대로 관계 맺는다고 하셨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싫다고 막 글을 쓰는 못난 모습이기 때문에요. 그냥 제 삶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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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냄새


자신에게 100% 만족할 수 없는 법이잖아요. 나에게 바라는 것 한 가지가 있다면 뭘까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바라는 것 진짜 많은데, 이런 책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상처 덜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덕분에’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누군가에게 ‘덕분에’라는 말을 좀 많이 하고 싶어요. 결론적으로는 제 성공이거든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나에게 있다는 의미니까요. 그런 얘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계속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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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독자나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하고 싶은 건가요? 주변 사람에게 바라는 점도 같은 건지 궁금하네요.


진짜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주변에서 고민을 얘기해오면 항상 ‘마음 끌리는 대로’ 하라고 말해요. 마음 끌리는 대로 안 하려고 들면 힘들다고요. 핵심은 딱 한 가지거든요. 다 그런 마음 가지고 살고 있다는 거요. 사람은 자기 이마에 피가 튀어야 정신을 차린다고 얘기해주죠.(웃음) 그래도 네 인생 안 망한다고 얘기해줘요. 그 얘기를 해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자가 책으로, 글로 꼭 전하고 싶었던 말도 같은 건가요?


네, 그런데 거기까지 가지는 못했어요. 거기까지 가면 너무 강해지더라고요. 그렇지만 제 글을 계속 읽으면 네가 그런 건 당연한 거니까 그 마음에 의심 품지 말고 네 마음대로 가라, 라는 메시지가 전반에 깔려있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드는 모든 감정이 너무 당연한 거니까 느끼는 대로 가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거꾸로 얘기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겠죠. 주변에서 많이 보잖아요?


너무 많이 봐요. 너무 많아서 가끔 힘들 때가 있어요.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저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확 와요. 한 번 씩 아내에게 계절냄새를 맡는다고 하는데요. 어떤 상황이 되면 그 상황이 떠오르는 냄새가 확 들어와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인데요. 그걸 사람들 보면서 느끼는 거죠. 치유에 관한 책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이유도 거기 있는 것 같아요.

 

강의할 때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뭔가요?


(웃음) 애매하다는 말인데요. 사실 강의를 할 때는 확신을 가지고 얘기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위험한 말들이 너무 많아요. 그걸 뭉뚱그려 얘기하지만 좋지 않다, 옳지 않다, 는 뜻으로 제가 쓰는 말이에요. 너무 좋은 말이에요. 예를 들어 ‘너 밥 안 먹고 그러는 거 진짜 나빠’하는 것보다 ‘밥 안 먹으면 애매진다, 애매하게 이러지 말자’ 이렇게 얘기하면 다 알아들어요. 그런데 기분 나쁘지 않은 거죠. 너무 표현이 좋아서 자주 써요.

 

책을 낸 이후 쓰는 글이 이전과 달라질까요?


앞으로의 일이라 확실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당장 다음에 쓸 글은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이야기만 다루진 않을 거고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너만 그런 거 아니야』가 제 이야기였잖아요. 진짜 쓰고 싶은 책은 ‘너만 그런 거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보기에 대단하다고 느낄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짜 너만 그런 거 아니고 우리 다 그러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좀 들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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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그런 거 아니야이인석 저/이어송 그림 | 도서출판쉼
작가는 스스로 입히는 상처, 사람 간 관계에서의 상처를 아무렇지 않은 듯 이겨내라고, 별거 아니라며 넘기라고 하지 않는다. 누구나 열등감이 있고, 잘난 사람을 시기 질투하고, 부당한 상처에 좌절하지만, 혼자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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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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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석> 저/<이어송> 그림13,3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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