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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카뮈의 문학 세계는 ‘홀로 그리고 함께’로 집약된다”

번역가 김화영과 함께한 ‘2016 세계문학 고전학교’ 강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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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도 존중하고 함께 가는 것도 존중하는 것, 반드시 이 두 개가 함께여야 한다는 것이 카뮈의 생각입니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혼자’와 ‘함께’를 같이 가야지, 그 둘 중에 어느 것도 없애면 안 됩니다. 이게 카뮈의 사상과 주장인데 어려운 이야기예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요. 우리가 매일매일 마음속에서 각성하지 않으면 참다운 삶, 행복한 삶을 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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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에 심취하게 된 계기는 ‘불불사전’


예스24와 민음사가 함께하는 ‘2016 세계문학 고전학교’의 세 번째 강연이 열렸다. 지난 20일 저녁 ‘알베르 카뮈, 홀로 그리고 함께’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강연에 초대된 주인공은 번역가 김화영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카뮈 연구자’로 손꼽히는 그는 프랑스 프로방스대학교에서 「알베르 카뮈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이다. 『알베르 카뮈 전집』을 비롯해 『어린 왕자』,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등 100여 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 『발자크와 플로베르』, 『김화영의 번역수첩』 등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김화영 번역가는 알베르 카뮈와 자신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듬해인 1958년,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시지프 신화』를 읽고 카뮈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그는 “그때부터 카뮈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그때 한국 지식인들에게 카뮈가 안긴 충격은 대단했습니다. 카뮈는 전쟁의 폐허 위에 세워진 문학의 창조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전쟁이 끝난 직후의 당시 한국 상황과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많은 호응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가 카뮈와 재회한 것은 1969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을 때였다. 현지에서 불어 공부를 위해 불불사전을 읽던 김화영은 카뮈의 문장들이 예문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국어사전에 이렇게 많은 예문이 실려 있다면 (카뮈가 구사하는 불어가) 아마도 표준 불어 혹은 잘 쓴 불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카뮈의 작품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알베르 카뮈처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카뮈는 이상하거나 난해한 불어를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주 명쾌하고, 알기 쉽고, 감동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작가였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본격적으로 카뮈에 심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학 당시 엑상프로방스에 머물렀던 김화영은 지난 2011년, 가족과 함께 다시 엑상프로방스를 찾았다. 그리고 20여 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 오래된 마을 루르마랭에 남아있는 카뮈의 집을 방문했다. 현재는 카뮈의 딸인 카트린 카뮈가 살고 있는 그 집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뒤 카뮈가 상금으로 구입한 것이다. 그러나 카뮈는 그곳에서 채 2년도 머물지 못하고 1960년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김화영 번역가가 카트린 카뮈의 초대를 받아 방문한 집에는 생전에 카뮈가 사용했던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책장 한 켠에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카뮈의 작품들이 꽂혀 있었는데, 그 중에는 자신이 번역한 『최초의 인간』도 포함되어 있어 감회가 남달랐다고 한다.

 

또한 그는 카뮈의 무덤을 직접 찾아갔던 일화도 들려주었다.

 

“마흔 일곱 살에 세상을 떠나 다시는 자라지 않은 카뮈에 비해서 지금의 저는 훨씬 나이가 많죠. ‘나는 이렇게 나이가 많아졌는데 카뮈는 아직도 마흔일곱의 젊은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카뮈의 유작인 『최초의 인간』은 거의 자전적인 소설인데, 그 이야기에도 카뮈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이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장면이 있죠. 카뮈의 아버지는 알제리의 노동자였습니다. 당시 알제리는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마자 전쟁터로 끌려갔어요. 그리고 불과 몇 개월 만에 사망했습니다. 카뮈가 한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거죠. 나중에 카뮈가 마흔 살이 되어서 아버지의 묘지를 찾아가 봤더니, 스물아홉 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있는 거예요. 아버지가 아들보다 훨씬 젊은 거죠. 어떻게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나이가 많을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카뮈는 시간이 파괴되어 버리는 세계를 형상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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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그리고 함께’ 가야한다


김화영 번역가는 카트린 카뮈가 출간한 사진집 『Solitaire et Solidaire』의 제목을 빌려 카뮈의 문학 세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홀로 그리고 함께’라는 뜻인 책의 제목이 카뮈가 생각했던 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도 존중하고 함께 가는 것도 존중하는 것, 반드시 이 두 개가 함께여야 한다는 것이 카뮈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혼자’와 ‘함께’를 같이 가야지, 그 둘 중에 어느 것도 없애면 안 됩니다. 이게 카뮈의 사상과 주장인데 어려운 이야기예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요. 우리가 매일매일 마음속에서 각성하지 않으면 참다운 삶, 행복한 삶을 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어서 그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알제리라는 곳과 카뮈를 떼어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카뮈는 알제리로 이주한 가난한 프랑스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한 번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여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이 “지중해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라고 김화영 번역가는 말한다. “카뮈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가난했지만 햇빛이 잘 비추는 곳에서 가난했다’는 거예요”

 

“우리가 『이방인』을 읽을 때 왜 햇빛 때문에 사람을 죽였는지, 왜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는지, 거기에 대해서만 늘 생각하는데요. 그건 『이방인』을 자세히 읽지 않고 스토리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뫼르소를 두고 어머니가 죽은 다음 날 여자와 자는 형편없는 놈이라고 하는데, 검사와 판사에게는 그럴지 모르겠지만 알제리의 청년에게는 당연한 거예요. 할 일도 없는 가난뱅이가 뭘 하겠습니까. 어머니도 돌아가셔서 없고 혼자 사는데요.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면 거기에는 소설다운 신화가 숨어있습니다. 프랑스어로 바다는 ‘mer’에요. 거기에 ‘-e’만 붙이면 어머니(mere)가 됩니다. 바다와 어머니의 발음이 같아요. 그러니까 『이방인』에서는 어머니를 잃은 사람이 다른 사랑하는 어머니를 찾아간 거예요. 그게 뭐가 잘못이에요? 그리고 바다에 갔더니 마리라는 여자를 만나게 됐어요. 마리가 마리아잖아요. 이 사람은 어머니를 찾아서 간 거예요. 그게 문학 작품 속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입니다.”

 

그는 『이방인』과 관련해서 또 다른 해석도 덧붙였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막에 이르러 사형이 집행되는 등 온통 죽음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 작품이 음산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밤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시간 동안에만 사건이 진행된다는 사실은 지중해에서 성장한 카뮈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이방인』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지점을 잘 읽어보면 샘이 있습니다. 뫼르소가 더위를 피해서 샘이 흐르는 쪽을 찾아갔다가 남자를 만나게 되죠. 불어로 샘이 ‘source’예요. 원천이라는 뜻이죠. 우리의 원천은 어머니잖아요. 뫼르소는 또 어머니를 찾아간 거예요. 그런데 찾아가 보니까 그걸 가로막고 있는 아버지가 있었던 거죠. 이게 프로이트의 전형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세계예요. 게다가 아버지의 상징인 칼을 들고 있죠. 칼은 남근이에요. 아버지의 상징이죠. 이렇게 신화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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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에서 중요한 건 ‘반성의 순간’


강연이 끝난 후 독자들은 『시지프 신화』『반항하는 인간』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김화영 번역가는 “우리는 다 사형선고를 받아 둔 사람들이다. 다만 사형 집행 날짜가 다른 거다. 그런 삶을 산다고 했을 때 우리의 삶은 끝없이 바위를 굴리는 시지프와 같다”고 말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그렇듯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이제 다 됐다’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삶에는 또 다른 시작만 있다는 사실을 그는 깨우쳐주었다.

 

“‘인간이 신도 이성도 믿지 못할 때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카뮈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써 나온 게 바로 『시지프 신화』입니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저 끝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만 그 다음부터 하는 행동에 반성이 뒤따를 수 있다는 거죠. 그게 부조리입니다. 갑자기 죽음이 닥친다면, 이라는 가정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을 때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던 모든 기준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카뮈는 『시지프 신화』 안에서 시지프가 바위를 밀어 올리는 순간만큼이나 바위를 따라 다시 내려가는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것이 ‘반성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그런 순간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죽지도 못하고 이런 짓을 계속 되풀이해야 된다고 할 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라는 반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반성과 더불어 다시 바위를 밀어 올릴 때, 그때의 바위야말로 나 자신이죠. 바위를 밀어 올리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이라는 걸 자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카뮈는 자신의 사상이 3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고 이야기한 바 있고, 김화영 번역가 역시 이에 동의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소설을 쓰고, 그 다음으로 희곡을 쓰고, 모두를 한 데 모아 철학적인 에세이를 썼다는 것이다.

 

“그 세 가지 형태로 사고한 첫 번째가 부조리입니다. 우선 소설의 형태로 쓴 것이 『이방인』이에요. 인간은 죽는다는 이야기죠. 그 다음에 희곡으로 「오해」, 「칼리굴라」라는 작품이 있고, 그걸 완결시켜서 반성한 철학적 에세이가 『시지프 신화』입니다. ‘인간은 반드시 죽기 때문에 인생은 허무하다, 부조리하다’라는 것이죠.”

 

또 다시 카뮈에게는 질문이 남았다. ‘이 의미 없는 삶 속에서, 부조리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떠오른 것이다.

 

“카뮈의 대답은 반항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건 용납할 수 없다, 있을 수 없다’라고 반항하라는 거죠. 반항한다고 해서 죽음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반항이라는 거예요. 의미를 부여하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예술, 즉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그래서 두 번째 반항의 사이클에서 『페스트』라는 소설을 쓰게 됩니다. 『페스트』는 2차 세계대전의 모습을 상징화한 작품에요. 하지만 부정적인 반항만 가지고는 우리 삶이 완결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사랑이고, 사랑이 없는 반항은 참다운 반항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생각을 완성시키려고 작품이 『최초의 인간』인데 결국 미완의 상태로 남겨 놓고 죽음을 맞은 것입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김화영 번역가는 『결혼, 여름』의 일부를 낭독했다. 그는 “젊은 독자들에게 정독을 권하고 싶은 산문집”으로 『결혼, 여름』을 소개하며 “삶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자유에 대해서, 이렇게 아름답게 쓴 글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독자들은 그가 들려주는 「티파사에 돌아오다」(『결혼, 여름』 중에서)의 해석을 들으며 카뮈와의 만남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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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인알베르 카뮈 저/김화영 역 | 민음사
낯선 인물과 독창적인 형식으로 현대 프랑스 문단에 '이방인'처럼 나타난 소설. 젊은 무명 작가였던 알베르 카뮈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이 작품은 현실에서 소외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마주하는 실존의 체험을 강렬하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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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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